청년 정책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다투는 중앙 정부
정부는 청년들이 마주한 심각한 고용 절벽을 인지하고 있다며, 해마다 청년 실업 문제에 조 단위의 돈을 쏟아 부었다. 최근에는 노동 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주장까지 더했다. 그러나 2012년 7.5%였던 청년 실업률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2013년 8%, 2014년 9%, 2015년 9.2%, 2016년 9.3%로 꾸준히 상승했다. 일자리 창출은 실패했고, 청년들의 고용 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청년 고용 대책 관련 기사마다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댓글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7월 서울시가 '청년 활동 지원 사업' 시행을 발표했다. 주 30시간 미만 일하는 만 19~29세 서울 거주 청년 3000명에게 최대 6개월간 월 5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는 정부의 일자리 대책과 고용 안전망이 학교에서 노동 시장으로 이행하는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약 1년간의 논의 과정을 거쳐 내놓은 사업으로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청년 안전망 구축의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8월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서울시 청년 활동 지원 사업은 '청년 수당' 지급 하루 만에 보건복지부가 직권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전면 중단되고 말았다. 서울시의 청년 안전망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 의해 "볏짚처럼 잠시 타다 꺼지는 제도"로 일축당했다. 덧붙여 이기권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미 정부가 운영 중인 '고용 지원 사업'과 서울시 사업이 중복 돼 "(서울시 사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의 경우) 진짜 큰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남겼다.
정부의 청년 고용 안전망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물론 정부의 주장처럼 이행기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 지원 정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09년부터 미취업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고용노동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이 있다. 참여 청년의 2015년 잠정 취업률이 78.6%(2014년 63.6%)에 이른다고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할 만큼 대표적인 청년 고용 지원 사업이다.
세부적으로는 진단·경로 설정, 의욕·능력 증진, 집중 취업 알선 등 3단계에 걸쳐 최장 1년간 통합적 고용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되며, 1단계 수료 시 최대 20만 원(저소득층 대상 Ⅰ유형은 최대 25만 원), 2단계 직업 훈련 참여 시 월 최대 4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규모도 커서 본 예산이 한 해 3000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정부의 자화자찬과 다르게 실제 취업 성공 패키지 참여 청년들이 느끼는 서비스의 질은 매우 낮다.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참여자 비율이 39%에 불과하다는 서울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처럼,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하나 같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전담 상담사의 전문성이 부족해 구직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야기한다. 제공되는 서비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알 만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런 지적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고용센터가 전담하던 청년·중장년층(유형Ⅱ)이 전면 민간 위탁되면서 문제가 더 꼬여버렸다. 취업 성공 패키지는 2014년까지 고용센터가 청년·중장년층(유형Ⅱ)을 담당하고, 저소득층(유형Ⅰ) 일부만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희망 리본(주로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사업이 통폐합되어 들어오고, '취약 계층은 공공 부문이 맡아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방침이 정해지면서 유형을 달리해 청년·중장년층(유형Ⅱ)이 전면 민간 위탁되었다.
문제는 청년층이 포함된 유형Ⅱ 대상자들은 저소득층 중심의 유형Ⅰ에 비해 구직 의사도 높고 그 인원도 월등하게 많은데, 갑작스럽게 특별한 준비 없이 민간 위탁 업체에서 청년들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 위탁 업체가 관리하는 청년 대상자의 수는 2014년 8만 명에서 지난해 15만 명으로 급증했고, 전담 상담사 1명이 담당하는 인원도 통상 80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나 버렸다. 청년들이 기존 저소득층 대상자에 비해 다양한 고용 서비스를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비스의 질 하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이 낸 국감 보도 자료는 이러한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준다. 유형Ⅱ 전면 민간 위탁 이후 민간 위탁 업체의 수는 277개에서 420개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고, 일부 업체의 독점 현상이 심화되어 상위 4개 업체가 사업비의 4분의 1을 가져갔다. 이게 좋은 성과로 이어졌으면 모르겠는데, 지난해 기준 민간 위탁 업체를 통해 취업한 청년들의 고용 성적은 월급 150만 원 이상 일자리 취업 비율 55%, 1년 이상 고용이 유지된 비율 47%에 그쳤다. 여기에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민간 위탁 업체의 경우 청년들 본인에 의한 취업 비중이 90%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정부의 자랑이 무색하게 성적표는 수준 이하인 것이다.
따라서 더 실효성 있는 서비스를 청년들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민간 위탁 업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문 상담사의 인력도 늘려야 한다. 특히 민간 위탁 업체의 관리와 평가가 서비스의 질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사업 내용을 전혀 모르는 행정공무원이 민간 위탁 업체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민간 위탁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는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 성공 패키지는 필요하고 확대되어야 한다. 이 사업은 고용 보험 가입 이력이 없는 신규 실업자와 청년층, 수급 기간이 만료된 장기 실업자 등 고용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용 취약 계층이 노동 시장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수당과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실업 부조'의 성격을 지닌다. 고용 보험을 제외하고 마땅한 고용 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취업 성공 패키지와 같은 실업 부조는 패자 부활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장치다.
서울시 청년 활동 지원 사업은 실업 부조를 넘어 '청년 안전망'을 만들고자 한다. 고용 보험 가입 이력이 없어 고용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행기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시간'과 '기회'를 보장해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 받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버틸 힘'을 지원한다. 그렇기에 중앙 정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와 서울시의 청년 활동 지원 사업은 상호 보완적으로 이행기 청년들의 안전망 역할을 해야 옳다.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해야
사실 청년들이 겪는 고용 절벽의 문제는 어느 하나의 고용 지원 정책으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서버렸다. 경제 성장률이 2%대로 고착화 된 저성장‧장기 침체 상황에서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이럴 때 정부가 고용 지원 정책에 돈을 쏟아 부어도 실업률 감소로 직접 이어지기 어렵다. 취업 상담과 직업 훈련 과정의 내실화, 전담 상담사 인력 증대 등 취업 성공 패키지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괜찮은 일자리의 절대량이 줄어든 상황에선 청년들의 고용 문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중앙 정부는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모든 주체들과 대안 마련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우선 이행기 청년들을 위한 사업인 중앙 정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와 서울시의 청년 수당 사업이 서로 공조해 조금이라도 청년들의 절박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당면한 청년 문제가 기존 실업 대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임을 인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더 종합적이고 강력한 청년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한 발짝 더 나아가 근로 시간의 획기적 단축과 같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상당 부분 바꿀 근본적 개혁도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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