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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세 인상, 담배회사 배만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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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세 인상, 담배회사 배만 불렸다

필립모리스코리아, 세금 탈루…BAT코리아, 계열사와 '짬짜미'

감사원이 22일 발표한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2015년 1월1일 단행된 담뱃세 인상은 결과적으로 담배회사의 배만 불린 꼴이 됐다.

특히 담배업체들이 취한 재고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국고로 들어가야 할 7천900억원의 재고차익이 담배제조·유통업체의 이익으로 귀속이 됐다.

정부는 2015년 1월1일을 기점으로 담뱃값을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올렸다. 이 가운데 담뱃세 인상분은 1갑당 1천591원이다.

◇필립모리스코리아, 서류·전산망 조작해 탈세 = 필립모리스코리아가 세금을 탈루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일종의 보관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 인근에 임시로 일반 창고를 빌린 뒤 담뱃세 인상 이전에 담배를 빼돌려 인상 전 세율을 적용받는 방식이었다.

담뱃세는 담배를 보관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법적인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제조장 인근에 임시로 일반 창고를 빌리고 불과 나흘 동안 트럭을 이용해 5천55만여갑을 빼돌린 뒤 마치 담배를 유통망으로 반출했다.

이후 세금을 낸 뒤 이들 담배들을 다시 제조장으로 들여왔고, 2015년 1월1일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를 팔아 805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또 담배를 반출한 적이 없는데 전산에는 5천568만갑을 반출한 것처럼 완전히 허위 사실을 입력, 886억원을 탈루했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코리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조장에서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을 정확히 납부했다"며 "외부 창고 간 담배 이동을 제조장으로 재반입한 것으로 간주하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BAT코리아…계열사와 '짬짜미' 탈세 = BAT코리아는 지난 2014년 7월 자신의 제조장 내 물류창고의 일부 구역을 계열사에 빌려줬다.

해당 계열사는 BAT코리아가 생산하는 던힐 담배의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업체로, 대표이사가 동일하다.

BAT코리아는 2014년 말 기준으로 같은 창고 내에 바로 옆 구역에 담배 2천463만여갑을 보관해 놓으면서 마치 유통망에 반출한 것처럼 전산을 허위로 입력해 담뱃세를 납부했다.

BAT코리아는 2014년 9월에는 담뱃세 인상 전에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실제 생산이 이뤄지지 않은 900만갑을 반출 물량에 포함하기도 했다.

BAT코리아는 2014년 9월12일 낮 12시 매점매석 고시 시행을 앞두고 당일 새벽 부랴부랴 제조장에 있는 담배를 계열사 창고로 옮긴 것처럼 전산을 조작하기도 했다.

매점매석 고시는 담배회사의 폭리를 막기 위해 반출량을 제한한 조치다.

◇법적 미비로 재고차익 7천900억 못 거둬 = 정부가 정책 미스로 담뱃세 인상에 따른 재고차익 7천938원을 거두지 못한 사실도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담배회사들이 담뱃세 인상 전에 세금을 내고, 인상 이후에 담배를 파는 경우 얻을 수 있는 재고차익에 대한 환수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세를 올렸다고 하면서 실질적인 과실은 담배회사들이 가져간 것이다.

실제로 KT&G가 얻은 재고차익은 3천187억원, 필립모리스코리아는 1천739억원, BAT코리아는 392억원, 도매상은 1천34억원, 소매상은 1천594억원 등이다.

특히 시장 점유율 50% 이상으로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에 해당하는 KT&G는 매점매석 고시 시행 직전 이틀 동안 1억100만여갑을 반출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KT&G는 지난해 4월 재고차익 논란이 불거지자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4년 동안 재고차익을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기부 실적이 미미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서 재고차익에 대해서 생각을 못한 것 같다"며 "재고차익에 대한 금액이 크기 때문에 법적인 장치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KT&G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유통망으로 담배를 반출해 탈세는 이뤄지지 않았고, 반출량도 매점매석 고시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와 별도로 KT&G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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