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제주도는 '도민 소득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발전 보급 사업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약 1조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서 주택, 감귤폐원지, 마을 소유 시설이나 공유지 그리고 제주에너지공사 자체 사업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총 1411메가와트 용량의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작년(2015년) 말 기준 제주도내 사업용 태양광 발전은 289개소에 72.7메가와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제주도의 보급 목표는 앞으로 14년 내로 현재보다 약 200배 증가하는 수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택용 태양광 발전 사업의 보급 목표는 580메가와트로, 제주도 전 주택의 81%에 해당하는 17만4000호에 4433억 원을 투입해서 집집마다 3킬로와트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계획이다. 감귤폐원지 태양광 발전 보급 사업은 580농가, 510헥타르(약 155만 평) 규모의 감귤폐원지에 3195억 원을 투입해 340메가와트 규모의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고, 마을회 소유 시설 및 공유지 태양광 발전 사업은 566개 마을에 1740억 원을 투입해 138메가와트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계획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제주도가 지향하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 달성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계획 수립 과정에서 그 흔한 도민 공청회도 열리지 않았고, 재원 조달 방안과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치에 따른 환경, 경관 영향에 대한 검토도 없었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감귤폐원지 등을 대상으로 한 태양광 발전 보급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지난 5월 초에는 만 65세 이상 고령 농가나 상습 냉해 지역 등 부적지 감귤 과수원, 그리고 마을 소유의 건축물 지붕 또는 공유지 등을 대상으로 사업 신청 접수를 받았다. 그 결과, 164건에 80.7메가와트 규모의 신청이 들어왔는데, 이 가운데 우량 농지 보전의 원칙을 감안해 제주도가 최종 선정한 사업 대상지 면적은 111개소, 약 88만6000제곱미터에(약 26만8000평), 설비 용량은 약 59메가와트로 예정하고 있다.
올해는 시범 사업으로 3메가와트를 목표로 한 것에 비해, 제주도가 선정한 사업 대상지는 초기 계획보다 무려 20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계획보다 신청이 많이 들어온 이유는 제주도에서 "농가는 20년간 확정된 순이익으로 안정적인 수익 보장"이 된다고 홍보를 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태양광발전 보급 기본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 회견 자리에서 "4500평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을 할 경우 감귤 농사보다 2.6배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도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은 나쁘진 않지만, 제주도가 홍보한 내용이 어떻게 가능할지는 다들 궁금해 하고 있다. 태양광 전기를 고정된 금액으로 15년 동안 매입하던 '발전 차액 지원 제도'는 폐지되었고, 2012년부터 적용되는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는 전력 거래 가격(SMP)과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C)의 가격이 매번 변동되기 때문에, '20년간 확정된 순이익' 지급이 가능하려면 누군가가 고정된 금액으로 사줘야한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러한 내용으로 전력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도 없기 때문에 의문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민들을 대상으로 사업 부지를 신청 받은 후, 7월 초에는 이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참여 기업의 역할은 태양광 발전소의 설계, 인허가 절차 이행, 재원 조달, 태양광 발전 설비 시공, 관리 운영, 유지 보수 등으로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업무다.
그런데 공고문에는 이상한 내용이 한 둘이 아니었다. 토지를 소유한 농민이 부담해야할 농지 전용 부담금을 참여 기업이 납부해야 할 뿐 아니라, "태양광 발전 1메가와트 기준, 20년간 연평균 5000만 원 이상의 순이익을 제안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더욱이 "본 사업은 토지주(농가)와 사업자 간 계약에 의해 성립되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대하여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적인 책임이 없음"이라고 되어 있다. 20년간 순이익이 보장된다고 홍보하면서 농민들을 상대로 사업 신청을 받아놓고,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고문에 따르면 "제주도의 역할은 사업 참여 희망 토지주 조사, 사업자 선정, 사업 이행 파악"이 전부다. 즉 농민과 사업자를 모집해서 연결해주는 '개발 사업 브로커' 역할을 하는 수준이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2개의 컨소시엄에서 참여 신청을 했으며 제주도에서 기업들과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하며 조만간 참여 기업을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어떤 기업이 선정될지는 모르지만, 전임 우근민 도정에서 크게 불거진 풍력 발전 사업과 관련한 민간 기업의 특혜·비리 의혹이 이번 원희룡 도정에서는 태양광 발전 사업과 묘하게 겹치고 있다.
비판의 내용은 동일하다. '20년간 순이익 보장'을 공고문에 명시한 점을 뒤집어보면, 이미 제주도는 태양광 발전 사업의 원가 계산을 통해 수익 발생을 인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전국 최초로 설립한 지방 에너지 공기업 '제주에너지공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서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토지를 소유한 농민뿐 아니라, 제주도의 지역 에너지 자립을 위해 사용토록 하는 게 민간 기업의 배를 불리는 것 보다는 타당하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이 사업을 계속 밀어붙일 듯하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 '글로벌 에코 플랫폼', '그린 빅뱅' 등 다양한 수사들을 동원했지만 원희룡 도정은 지난 2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귤폐원지 태양광 사업은 이제까지 제주도 내에 보급된 물량만큼의 태양광 발전을 자신의 임기 내에 추진할 수 있는 획기적 전략이다. 또 재원 조달에서 시공, 유지 보수까지 모든 일처리는 사업자가 하는 것이고, 제주도의 법적인 책임도 없다고 공고문에 명시했기에, 앞으로 큰 부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예정대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 도민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고, 사업을 신청한 농민들이 사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참여 기업이 20년에 걸친 사업 기간 도중에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
실적 쌓기를 위한 무리한 사업 추진은 대부분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한다. 에너지 체제 전환은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설비만 무턱대고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합의하면서 에너지의 생산, 소비, 유통 구조까지 바꾸면서 진행해야한다.
토지를 소유한 계층만 참여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보급 사업보다는 육지의 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에서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미니 태양광 발전 사업'이 원희룡 도정의 새로운 에너지정책으로 채택되기를 바란다.
(김동주 박사는 ㈔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 부설 에너지민주주의센터(준)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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