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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폭풍, 환경도 뒤통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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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폭풍, 환경도 뒤통수 맞았다

[초록發光] 경제 위해 환경 희생하나

영국이 국민 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한,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사태를 맞아 정치경제적 전망과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금융 시장이다.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등이 올라가고, 관련 주식 시장도 함께 흔들렸다. 자유 무역주의에 대한 위협이 계속될 것인가 등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브렉시트가 일으킨 또 다른 후폭풍은 정치적 불안이다.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우파와 거리를 두며 잔류를 주장했던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보수당)은 국민 투표 결과를 전하며 총리를 사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 노동당 당수인 제러미 코빈도 동반 사퇴를 주장하는 보수당 측의 요구와 당내의 반발에 직면하여 정치적 양공을 받고 있어 사실상 브렉시트 국면을 헤쳐 나갈 정치 지도자가 부재한 상황이다.

영국 내 정치적 아노미 사태가 대서양을 넘어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처럼 기존 정치권보다는 풀뿌리 민심을 대변하는 개혁 진보 성향 지도자로서 노동당 대표가 된 제러미 코빈에게 걸었던 정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입지가 자칫 강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파만파로 뻗어 나가는 브렉시트의 여파가 우려되는 분야가 또 있다. 환경 정책 분야이다. 유럽연합은 애초 경제 공동체 구성을 통한 지역 통합 경제 실현이라는 경제적 기획이었으나 지방-국가-초국적 정치 체제인 유럽연합이라는 다층적 거버넌스를 통해 어느 지역보다 혁신적인 환경 정책을 제시, 실현해왔고, 이를 다시 국제 환경 무역 관련 규제에 적극 반영시켜 왔다. 즉, 유럽 환경 정책이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브렉시트는 현실적으로 가장 강력한 환경 정책 결정과 집행 체계에 균열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거다.

균열이 우려되는 유럽연합 환경 정책의 성과부터 우선 살펴보자. 우선 내용적인 측면에서 국가 간 협력, 참여, 통합과 예방을 강조하는 정책 원칙, 국가 단위 정치적 변동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장기적인 환경 개선 목표 체계가 대표적인 특징이다.

참여의 원칙은 위에서 정해서 아래로 하달하는 하향식 정책 과정의 흐름을 거꾸로 돌려놓았다. 정책이 수립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시민이 참여하도록 하는 상향식 정책 수립은 정책에 대한 전략적 영향평가로 현실화되었으며, 물 정책 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의 유역 통합 계획 수립에도 적용되었다.

통합의 원칙은 '칸막이' 현상의 대안으로 수없이 인용되었다. 수량, 수질을 연계 통합하여 관리하고, 행정 구역 단위로 쪼개져 있는 유역을 통합하고, 또한 유역 정책이라고 하면 '물'만 담당한다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강이 흐르는 수체에 영향을 미치는 토지와 이 모든 공간에서 이뤄지는 활동으로서 농업, 어업까지 함께 고려하게 되었다.

또 정책 범위가 확장된 만큼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인 다양한 이해관계자도 정책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농부, 지방 정부, 상수도 사업자, 주민, 기업, 중앙 정부 관련 부처 간 수평적 대화를 통한 정책 추진 방식은 유럽연합 밖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유럽 환경정책이 완벽하진 않지만 파급력이 큰 이유가 있다. 이상적 접근에 따른 문제, 특히 시간 및 참여 등으로 인한 정책적 비용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됐다. 하지만 수많은 회원국이 합의하기까지 시간과 다른 비용이 들더라도 한번 결정하게 되면 유럽연합 회원국 모두가 시행하여 국제 정치를 주도하고 규제의 기준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환경 관련 무역 규제를 표준화시켰고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등에서도 환경 보호 등이 강화된 협정문이 나왔다. 엄격해진 환경 규제를 동시에 적용하면서 녹색 청정 산업에 대한 대규모 시장도 형성하고 이를 지원하는 체계도 갖출 수 있었다.

2016년 3월, 독립 연구 단체 유럽환경정책연구소(Institute for European Environmental Policy)가 전망한 바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유럽 환경 정책의 강점은 브렉시트로 인해 퇴색될 수 있으며,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영국의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영국이 노르웨이 모델과도 다른 완전한 정책 분리를 선택할 경우 경제적 이익을 위해 현재의 환경 정책 수준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며, 경제를 위해 환경을 희생시키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럽연합이 세워놓은 모범적 환경 정책 체계도 분열될 우려가 크다.

농업 분야에 대한 단순 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출발하였다가 환경과 농업 모두를 살리는 생태계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으로 발전하게 된 '공동 농업 정책(Common Agriculture Policy)'도 브렉시트로 인해(영국 정부가 농업 분야 보조금을 삭감할 경우) 그 의미가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

이제 어떻게 브렉시트를 할 것인가를 두고 영국-유럽연합 간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유럽 환경 정책의 미래도, 유럽연합이 주도하던 국제 환경 협상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유럽연합이 오랜 기간 협상과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낸 값진 성과가 '경제를 위해 환경을 희생'하는 고전적 딜레마 상황으로 후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환경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착잡한 기분이 들지만 어째 낯설지 않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일이 하도 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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