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비박(비박근혜)계 주자들의 잇따른 출마 검토로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적으로 친박(친박근혜)계에 밀린다는 비박계였지만 정치적 소신이 뚜렷한 3선의 김용태(서울 양천을), 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이 바뀐 전대 룰에 따라 당 대표 출마를 이미 굳혔거나 검토 중이어서 치열한 당권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르면 27일 공식 출마 선언을 검토 중이다.
김 의원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 처절한 혁신을 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3선을 하면서 당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만큼 당을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초 당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으나 친박계의 반발에 따라 사퇴할 만큼 강경파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총선 참패의 책임이 있는 인물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친박계가 껄끄러워하는 게 사실이다.
이 의원도 "총선 참패 이후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여론이 분출하고 있다"면서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많아 이를 경청하고 있고 고민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미 한 차례 최고위원직을 지낸 바 있는 이 의원 역시 출마한다면 당 대표로 방향을 잡고 있다.
당내 경제통으로 통하는 이 의원은 200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에서 활약해 '원조 친박계'로 불렸지만 경제 민주화를 비롯한 정책 입안 과정에서 원칙을 굽히지 않아 친박 주류와 거리가 멀어졌다.
또 이번에 복당이 승인된 유승민 의원과 같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유 의원과도 가까워 출마한다면 직·간접적 지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모두 출마한다면 거의 출마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5선의 정병국(경기 여주·양평) 의원과 비박계 '3두 마차'로서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에서는 여전히 4선의 최경환(경북 경산) 의원이 본인의 불출마 의지와 관계없이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선 당시 대구·경북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숙해야 한다는 게 최 의원의 생각이지만, 친박계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후반기 힘 있는 국정 운영을 위해서 최 의원이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당 대표 주자로는 현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5선의 이주영(경남 창원 마산합포), 당 사무총장 출신의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3선의 이정현(전남 순천) 의원이 공식 출마 선언만 남겨 놓은 상태다.
이와 함께 직전 원내대표였던 5선의 원유철(경기 평택갑), 4선의 정우택(충북 청주 상당) 의원도 출마설이 나온다.
한편 당내 일각에서 친박계가 이번 전당대회부터 적용키로 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의 개편을, 의원총회를 거쳐 백지화, 원래대로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비박계가 발끈하고 있다.
지도체제 원상 복귀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분리 선출 무산을 의미해, 전대 룰과도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아무리 따져봐도 친박계가 당 대표 승산이 보이지 않자 원래대로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 당무에 개입하려는 것"이라면서 "이미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혁신비대위에서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이고 정치 분과에서도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면서 "비박계가 친박계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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