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다시 승리를 거뒀다. 신 회장에 대한 해임 안이 부결된 것. 신 회장은 형인 신 전 부회장에게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에 이어 '3연승'을 거둔 셈이다.
신동주, '신동빈 해임 안' 통과될 때까지 '무한 주총' 예고
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1년 가까이 이어진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5일 주주총회 이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안(신동빈 해임 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음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 롯데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신동빈 해임 안'을 또 제출하겠다는 의지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신 회장 해임 안을 놓고 '무한 주총'이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해임 안'이 통과될 때까지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리라는 게다.
한국 검찰의 롯데 비리 수사도 신 전 부회장에게는 고무적인 일이다. 주주총회에서 종업원지주회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데, 신 회장이 주도한 비리가 확인되면 종업원지주회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캐스팅 보트' 쥔 종업원지주회, 투표 방식 변경 가능성이 관건
반면, 신동빈 회장 측은 경영권을 내놓을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한국 롯데그룹은 호텔롯데가 사실상 지배하는데,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다. 그리고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은 앞서 두 차례 주주총회와 마찬가지로 주요 주주 가운데 광윤사(고준샤·光潤社, 28.1%)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이런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으리라는 게다. 임원지주회와 관계사의 경우,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의 영향권 안에 있다. 따라서 이들은 거의 확실한 신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반면, 광윤사 지분은 신 전 부회장이 더 많이 갖고 있다. 결국 종업원지주회가 '캐스팅 보트'를 쥔 셈인데, 신 전 부회장 측은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여론이 신 회장에게 불리하게 흐른다고 본다. 한국 롯데를 이끌었던 신동빈 회장의 비리 및 손실 은폐 논란이 일본 롯데 직원들에게도 알려졌다는 게다.
다만 이사장, 부이사장, 이사 2명, 간사 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투표 방침을 정하고, 이사장이 의결권을 단독으로 위임받아 행사하는 현행 투표 방식 때문에 회원들의 여론이 주주총회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신 전 부회장 측의 입장이다. 종업원지주회 투표 방식의 정당성에 대한 신 전 부회장 측의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진행될 '무한주총'에서 언젠가는 신동빈 해임 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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