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정비업체에 근무 일지 조작을 지시한 사실을 시인했다. 사고 발생 시 2인1조로 출동하게 돼 있지만, 사실상 이 매뉴얼이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메트로 측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서울메트로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안전관리본부장)은 3일 서울시의회 특별 업무보고에서 "작년 강남역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하는 은성PSD와 유진메트로에 1인1조 근무한 것도 2인1조로 근무한 것처럼 허위로 꾸미라고 시킨 것이 사실이냐"는 박기열 교통위원장의 질의에 "일부 그런 사실이 밝혀졌다"고 답했다.
정수영 "자리에 연연할 생각 없고 사퇴할 준비 돼 있어"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사이에 맺은 계약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관련 기사 : 서울메트로 "안전사고 발생시 하청업체 책임" 계약서)
김상훈 의원은 이 계약서 내용을 거론하며 "이 계약을 보면 누가 보아도 사고는 예견된 것"이라며 "서울메트로는 처음부터 이를 알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이것은 '슈퍼 갑질'으로 상대편에 대한 지시사항이지, 이것이 어떻게 계약이라 할 수 있냐"고 말했다.
사고 당시 서울메트로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별도 핫라인을 통해 보고가 올라가지 않은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메트로 측은 "사고 발생 10분 이내에 문자 메시지로 상황 전파가 됐고 이후 2차적으로 관제소에 상황을 전파했다"고 밝혔다.
정수영 직무대행은 오는 8월 1일 출범하는 서울메트로의 자회사에 정비 인원을 최소 20명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서울메트로가 내놓은 대책에서는 구체적인 인력 증원 계획은 담겨 있지 않았었다.
정수영 사장은 이 자리에서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 사퇴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서울시의회의 긴급 업무보고에는 박기열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위원장, 윤준병 서울시 신임 도시교통본부장 등과 용역업체 대표인 이재범 은성PSD사장, 신광재 유진메트로컴 사장이 참석했다.
<조선> "김모 씨 작업 도중 통화 보도, 바로잡습니다"
한편,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숨진 김모(19) 씨가 작업 도중 통화를 해 열차 진입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도한 <조선일보>는 이날 관련 보도가 잘못이었음을 인정했다.
<조선일보>는 3일 지면을 통해 "본지는 5월 31일자 A10면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수리공 통화 왜 숨겼나' 기사에서 지난달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지하철에 부딪혀 숨진 김모 군이 사고 순간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라며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어 "유족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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