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의역에서 열아홉 살의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 사망한지 5일 만에 서울메트로가 고개를 숙였다. 서울메트로는 1일 구의역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고인의 잘못이 아닌 관리와 시스템의 문제가 주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과 최병윤 서울메트로노동조합 위원장이 함께 섰다.
정수영 직무대행은 "사고 당일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진술만을 가지고 기자 브리핑에서 그 책임을 고인에게 전가해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수영 직무대행은 "고인에 대한 장례 등 모든 처리 예우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는 오는 8월 설립될 예정인 자회사를 다시 들고 나왔다. 정비 인력 충원 계획은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최병윤 노조 위원장은 "안전 인력을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해 재발 방지 대책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동조합 입장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2인1조 작업' 지켜지도록 공사 직원 입회 시키겠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서울메트로는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이 소흘했던 데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메트로는 "열쇠를 역무실에서 철저히 관리하지 않아 보관함 열쇠를 보수업체 직원이 임의로 운영했음에도 역무실에서 실태 파악에 미흡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를 정비할 때 서울메트로 직원이 입회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비 노동자들이 매뉴얼대로 '2인1조'로 작업하는지를 직접 감독하고, 마스터키도 공사에서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강남역 사고 이후 세워진 '2인1조 작업' 원칙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점을 공사 직원의 '직접 통제'로 보완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정수영 직무대행은 "강남역 사고 이후 마련한 대책과 현장에서 실제 이행되는 양태 사이에 괴리감이 있어서 일어난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안전 및 정비 업무 인력의 충원 없이 공사 직원의 '입회'만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서울 강남역 사건 이후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및 보수업체인 은성PSD가 최소 28명의 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실제 충원된 인력은 17명에 불과했다. 이 인력 가운데 일부는 센서 청소 업무를 맡도록 했다.
왜 직접고용 못하냐는 질문에는…
또 서울메트로는 오는 8월 1일 설립할 예정이었던 자회사를 통해 안전분야 업무를 "직영에 준하는 수준으로 책임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메트로 측은 이 인력 등 이미 마련된 자회사 운영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메트로의 자회사 운영안은 이사회만 통과된 상태로 서울시 측의 승인 과정이 남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31일 사고현장을 찾아 서울 지하철 공사의 안전 관련 업무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자회사 설립 계획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고인이 속해 있던 은성PSD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여성연맹의 이찬배 위원장은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이라며 "위탁계약 역시 용역계약과 마찬가지로 지방계약법의 적용을 받는 동일한 형태의 계약이며 노동자들의 신분 역시 간접고용 비정규직임은 똑같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안전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이날 기자회견에는 회사 측과 한 자리에 섰지만, 안전 업무를 자회사에 맡기는 부분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노동조합에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최병윤 노조 위원장은 "비록 정부의 정원 통제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안전 인력은 메트로가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전 업무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없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정수영 직무대행은 "서울시와 정부 등의 인원 통제를 받고 있다 보니 (어렵다)"고 답했다. 정수영 직무대행은 "인력을 늘리는 것 등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건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서울메트로는 서울시 및 전문가, 서울메트로 노사 관계자 11명이 참여하는 사고 진상규명 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메트로는 "조사 결과는 공개할 것이며 엄정하게 책임자의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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