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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조선소 찾은 더민주·새누리…대량 실업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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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조선소 찾은 더민주·새누리…대량 실업 대책은?

김종인 "조선업 부실, 경영진·산업은행에 책임 물어야"

정치권이 대량 해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조선업 챙기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경영진과 산업은행 등 소유주에 부실 경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실업자 특별 대책이 구조 조정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당은 지역 경제 위축과 실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미 상당 수준으로 진행된 비정규직(하청) 노동자 실업 대책이나 고용 불안에 대한 근본적 처방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여야 3당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해운·조선업이 주를 이르고 있는 경남과 부산을 찾았다. 더민주와 새누리당은 거제를 방문해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관계자들과 면담을 했고, 국민의당은 부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더민주 지도부가 지난 20일 거제 방문 일정을 발표하자 다른 정당들도 부랴부랴 비슷한 일정을 만들며 민생 현안 챙기기 행보에 나선 모양새다.

세 당이 '조선업 부실화'라는 한 가지 현안에 동시에 접근했지만 초점을 맞춘 곳은 조금씩 달랐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기본적으로 기업경영이 잘못되면 시장원리에 의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조선업 경영진과 산업은행과 같은 대주주를 우선 겨냥했다. 조선업 구조 조정 고통이 대량 실업과 같은 형태로 노동자들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김 대표는 경영진과 소유주의 책임 방식으로 "재정적 책임까지 같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그는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기업의 경영이 상당히 불합리한 측면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산업은행이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산업은행이 계속 적자가 나면 출자를 해 메워왔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도덕적 해이를 보였던 것"이라면서 "IMF 때(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방만 경영에 대해 국민이 세금으로 결국 보상해 주는 결과를 봤기 때문에,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노동자의 경영 감시 및 참여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현시환 노동조합위원장을 만나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의 운영 중 가장 문제인 것은 경영 감시 체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면서 "조선 산업 구조 조정으로 심각한 피해를 볼 사람들은 그동안 일만 했던 근로자들인데, 그 동안 어떻게 (경영이)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오다 당해야 하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오래전부터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며 하는 얘기가 경제 민주화의 최종 단계로 기업에 노사 간 삼시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독일의 '노동 이사제'와 같은 노동자 경영 참여 제도가 대표적으로, 유럽 18개국에서 비슷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도 '근로자 이사제'라는 노동자 경영 참여 제도를 노조가 있는 투자 출연 기관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경영 참여가 일부 보장되는 노사협의회라는 제도가 있다'며 반발했고 재계 또한 '기업 경쟁력 하락'을 거론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


노동법 개악하면서…새누리 "특별고용업종 지정에 노력"


자연스레 대량 실업 문제 대책 또한 자연스레 거론됐지만 그 구체성은 떨어졌다. 김종인 대표는 사회 안전망 확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고, 새누리당은 이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신청으로 정부가 검토 중인 특별고용지원업종 선정에 노력하겠다는 의지 정도를 밝혔다.

하지만 특별고용지원업종 선정은 기존의 정부의 실업 대책을 일부 확대해 시행하는 수준에 불과해 근본 대책이 못 된다는 지적이 많다. 그마저도 고용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조선업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은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없다. 정부-여당의 이른바 '노동 개혁법' 중 하나인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실업급여 수급 요건은 더욱 까다로워지기까지 한다. (☞ 관련 기사 : 조선소 구조조정? 비정규직만 잘린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선정 노력을 하겠다고 이날 밝힌 쪽은 새누리당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구조 조정 과정에서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에 대한 대책이 매우 구체적으로 병행되어야 하며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거제가 지역구인 김한표 의원이 "특별고용지원 업종을 추진해 왔다"는 말을 꺼냈다.

정부는 현재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지난 13일 한국 조선해양플랜트 협회가 고용노동부에 신청서를 냈고 이후 정부가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 유지 지원금과 특별 연장 급여, 전직·재취업 지원 등이 확대된다. 구체적으로 실업급여는 90~240일 지급되던 것이 120~270일로 늘어나고, 지급 규모도 실직 전 평균 임금의 50%에서 50%로 커진다.

이는 필요한 대책이지만, 조선소 고용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단기간 하청 노동자(물량팀)는 소외되는 대책이기도 하다. 더욱이 정부-여당이 때마다 외치는 이른바 '노동 개혁'이 현실화할 경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간은 '이직 전 24개월 270일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행은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고용보험 가입자면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당장 실업 급여와 같은 사회 안전망의 '확대'가 절실해지는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정부-여당의 관련 대책은 정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 관련 기사 : "청년 위한 개혁? 실업급여, 청년에게 최악")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사흘 전 조선업 구조 조정의 한 대책으로 파견법 개정안을 거론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 장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기자 간담회에서 "조선 업종 근로자의 재취업을 신속하게 지원하려면 일자리 확대가 절실해 근로기준법과 파견법 개정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조선업의 경우 중장년 근로자들이 많은데 정규직 재취업 기회는 매우 제한돼 있어 파견 형태로라도 경력과 기술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정말 시급하다"고 말했다. 파견직 일자리만 넘쳐나 사회 안전망 없이 실업 상태에 빠지는 이들이 많은 조선 업종의 구조 조정 대책으로 또다른 파견직 양산을 제시한 꼴이다.

한편, 이날 더민주와 새누리당을 만난 현시환 노조위원장은 "조선 산업 육성을 위해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조선 산업을 사양 산업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육성 정책을 펼쳐달라"면서 특히 "잠수함 분야인 특수선 분야 분리 매각에 대해 해외 매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중국과 일본에 이익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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