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봉하마을이 야권 적통(嫡統)성 확보 경쟁의 장이 될 전망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공식 추도식이 이날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이해찬 이사장과 문재인 도종환 이재정 박남춘 정영애 차성수 이사, 고영구 김원기 이기명 임채정 이병완 고문 등 노무현재단 임원과 회원, 시민들이 참석한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새누리당 등 정당 지도부와 소속의원들도 대거 참석한다.
더민주는 7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20대 국회 당선인 전원에게 일찌감치 '총동원령'을 내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이석현 국회 부의장,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을 비롯해 모두 80여 명의 현직 의원과 20대 총선 당선인 대부분이 봉하마을을 찾아 이번 추도식을 더민주 당 차원의 행사로 치를 예정이다.
4·13 총선 결과 부산·경남(PK)에서 의외의 좋은 성적을 거둠에 따라 추도식을 계기로 친노진영을 비롯한 영남 민심에 더욱 공을 들이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또한 문재인 전 대표는 추도식에 노무현재단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행사를 주관하고, '좌희정'으로 불리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허성곤 김해시장, 김만수 부천시장, 이창우 동작구청장 등 지자체장들도 대거 참석해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할 전망이다.
국민의당도 이날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과 당선인들이 전원 참석한다. 당일 부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봉하마을로 이동해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광주에서 열린 제36주기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와 달리 당선인 자율에 맡기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지만 노 전 대통령이 야권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과 비중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당선인 전원이 추도식에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당이 4·13 총선에서 호남을 얻었지만 대선 정국을 앞두고 전국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영남 민심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국민의당은 친노패권주의 심판을 외치며 탈당 후 창당해 친노진영과 감정의 골이 깊은 점은 부담이다. 실제 지난 1월 안 대표가 국민의당 창당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 일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비난과 고성을 들은 바 있다. 천 대표와 김한길 의원 역시 지난해 6주기 추도식 당시 물병 세례와 야유를 받고 쫓겨나다시피 추모식장을 떠났으며 박지원 원내대표도 친노 패권주의 비판에 앞장서 환영받기 힘든 처지다.
아무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텃밭 주도권 경쟁을 벌였던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이번 계기에 거제와 부산 등지에서 조선업계 간담회, 지도부 회의를 갖는 등 흔들리는 영남 민심을 겨냥해 '민생정당'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정의당 또한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김종대·추혜선 당선인(각각 비례대표)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현재 당 대표가 공석인 만큼 여당 대표로 참석하며, 정부에서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추도식은 박혜진 전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고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재단의 첫 후원회원인 최수경 씨의 추도사, 그리고 가수 장필순과 노래패 '우리나라'의 추모공연, 유족 인사말이 이어진다.
추도식을 마친 뒤엔 묘역으로 이동해 단체 참배의 시간을 갖는다. 추도식 참배객을 위한 점심 식사도 마련돼 있는데,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봉하마을 방앗간 마당에서 식사를 무료 제공한다. 또 마을부녀회 등이 운영하는 식당(유료)도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이번 7주기 추도식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와 팩트TV, 오마이TV를 통해서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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