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폭스뉴스 여성앵커 매긴 켈리에게 했던 여성 비하 발언은 결코 돌발적인 게 아니었던 듯하다.
트럼프가 부동산사업자로 활동해온 지난 40년 동안 직장에서, 파티에서, 모임에서 이런 일이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와 연인, 상사-부하직원 관계로 지냈던 여성들과 그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던 지인 등 50여 명에 대한 지난 6주일 동안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트럼프는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내키지 않는 로맨틱한 관계를 강압하거나, 여성의 외모를 놓고 품평하거나, 여성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외설적 발언을 했던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모델 출신의 로완 브루어 레인은 26살이던 1990년 트럼프의 플로리다 주(州) 저택인 마라라고의 수영장 파티에 초대받아 갔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44세의 트럼프 앞에서 비키니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던 황당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50여 명의 모델과 30여 명의 남성들로 북적인 파티에서 레인에게 호감을 보였던 트럼프는 느닷없이 그녀의 손목을 끌고 저택 내부를 구경시켰다.
레인은 "그는 나를 어떤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서랍을 열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26세의 모델이던 레인이 수영복을 입고 나오자 트럼프는 "와우"하고 탄성을 터뜨린 후, 그녀를 손님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더니 "정말 끝내주는 트럼프의 여자예요. 그렇지 않아요?"라고 소개했다.
그 후 몇 달 동안 그녀는 트럼프의 연인으로 지냈다.
트럼프가 자신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부인의 매력에 대해 '1부터 10까지의 눈금 중 어디 쯤이냐'고 물었던 적도 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트럼프가 다녔던 뉴욕군사학교의 한 동기생은 여학생을 학교로 초대하는 행사가 열리면, 트럼프는 그가 초대할 여학생이 예쁜 지에 극도로 민감했다고 회고했다.
이 동기생은 "(트럼프는) 똑같은 여학생을 데려오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아주 예뻤고 교양미가 넘쳤고 옷을 잘 입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인수해 매년 미스 유니버스, 미스 USA 등의 미인대회를 열었다. 치욕적인 경험은 1997년 유타 주의 미인대표였던 템플 타거트(당시 21세)에게도 찾아왔다.
타거트는 "트럼프가 제 입술에 그대로 키스를 했다. 그가 (두번째 부인인) 말라 메이플스와 결혼 상태였을 때였다. 그가 그렇게 키스한 여성이 나 말고도 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은 모르는 사람에게 키스할 때 머뭇거린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타거트는 트럼프의 초대로 뉴욕 트럼프타워를 찾아갔을 때에도 이런 '기습 키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모델 에이전시들과의 친분관계를 떠벌리던 트럼프는 그녀에게 "17살이라고 하는거야"라고 말했다. 21살이던 그녀의 나이가 많으니 속이자는 제의였다.
2009년 캘리포니아 주 미인대표였던 캐리 프리진은 그해 '미스USA 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수영복 많큼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서 트럼프 앞에 줄지어 서있던 경험을 말했다.
프리진은 "트럼프는 한 참가자 앞에 멈춰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흠'이라는 소리로 반응을 보였고, 그 옆에 서 있던 참가자에게도 똑같이 했다"고 말했다.
'미스 앨라배마'를 불러낸 트럼프가 "누가 이중에서 가장 아름다운가"라고 물은 후 그녀가 "'미스 아칸소'가 사랑스럽던데요"라고 말하자, 트럼프는 "나는 그런것 상관 안한다. 그녀는 뜨거운가?'라고 물었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날 경험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프리진은 말했다.
트럼프는 선친과는 달리 부동산회사를 경영하면서 여성들을 파격적으로 간부로 기용했다. 여성은 일을 열심히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1980년대 트럼프타워 공사 총감독으로 여성인 바버라 레스를 임명할 때, 트럼프는 그녀에게 "좋은 여성 한 명이 남자 10명보다 낫기도 하다"고 격려했다.
트럼프의 회사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한 여성들은 그는 너그럽고, 용기를 주는 상사로 묘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도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들은 빈발했다.
업무를 논의하다가 트럼프가 여성의 외모에 대한 발언을 하는 바람에 흐름이 끊기는 일이 있었다고 바버라 레스는 말했다.
한 번은 상사인 트럼프로부터 "사탕 좋아하는구만"라는 말을 듣고 레스는 그것이 자신의 불어난 체중에 대한 언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레스의 동료였던 루이즈 선샤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다만, 선샤인은 트럼프가 자신에게는 덜 직설적이었다면서 "그는 내가 예전에는 훨씬 말랐고, 그때가 더 아름다웠다는 것을 일깨우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고위직 여성에게는 기선을 제압하듯 경멸적인 애칭을 사용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뉴욕 시 부시장을 지냈던 알레어 타운젠드는 "그는 항상 나를 연인 사이에서나 쓰는 '자기(Hon, Dear)'로 불렀다. 남자에겐 그렇게 안했을 것"이라면서 "상대방을 위축시키려고 한 것으로, 그는 반복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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