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는 12일 오전 전남 순천 지원유세 현장에서, 호남 유권자 앞에 무릎꿇고 큰절을 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마이크를 잡고 "순천시민들께서 압도적으로 지지를 해 줬는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내지 못한 것도 송구스럽고, 그 이후에 저와 우리 더민주가 정권 교체의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 드린 것도 정말 송구스럽고, 또 끝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야권이 쪼개져 선거를 치르게 된 현실도 정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아직도 송구스러운 마음이 너무 커서 이렇게 단상 위에 올라와서 말씀드린다는 것도 주저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큰절에 이어 "송구"라는 말을 연달아 4번이나 하며 자세를 낮춘 것.
문 전 대표는 이어 광주를 찾았다. 지난 8일에 이어 나흘 만의 두 번째 광주 방문이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족·부상자·구속자 어머니들 쉼터인 '오월어머니집'을 찾은 직후, 이 시설 앞에서 '광주시민과 전남·북 도민들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광주에서의 메시지도 시작은 '반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대통합을 이루지 못했고 정권교체를 해내지 못했다"며 "저의 죄가 크다. 그걸 씻는 길은 정권교체말고는 없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는 이번 총선에 제 모든 것을 걸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아뢴다. 다시는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의 메시지는 이렇게 '반성'에서 '정권 교체'로, 다시 '국민의당 비판'으로 흘러갔다. 그는 "한 번 더 간곡히 부탁드린다. 새누리를 이길 당에 힘을 모아달라"면서 "정권 교체까지 내다보고, 전국적으로 새누리 독주에 맞설 당으로 표를 몰아달라"고 했다.
그는 "호남의 선택이 패배나 분열이 되어선 안 된다"며 "사표는 안 된다. 어부지리는 안 된다. 갈라지는 표는 새누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당에 투표하는 것은 새누리를 돕는 것이다. 국민의 당에 투표하는 것은 정권 교체와 멀어지는 길"이라고 직격탄을 쏘았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전남 여수 지원유세에서도 국민의당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의당이 3당 구도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는) 새누리당 장기집권을 도와주는 일이고 우리 호남민들의 염원을 짓밟는 일"이라고 이례적으로 직접적으로 국민의당을 공격했다. 그는 "'물갈이' (대상이라는) 지탄을 받던 현역 의원들을 그대로 공천해 다시 국회의원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 개혁 정치냐"고 현역 교체를 바라는 표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여수에 앞서 찾은 광양에서도 그는 "'광주 정신', '호남 정치'란 도대체 무엇이겠나"라며 "호남 안에서 호남끼리 새로운 당을 하나 만드는 게 '호남 정치'이고 '광주 정신'이겠는가"라고 했었다. 그는 "어느 당이 과연 호남민들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라며 "호남 바깥에서는 국회의원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국민의당이 해낼 수 있겠는가"라고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더민주는 부족한대로 이번에 훌륭한 분들을 많이 영입했다"며 "매는 저에게 들어 주시고, 후보들은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호남 민심이 저를 지지하지 않으면 정치 그만두고 대선도 포기한다고 했다"고 지난 8일 자신의 발언을 언급하며(☞관련 기사 : 문재인 "호남 지지 거두면 정치 은퇴, 대선 불출마") "만약 호남에서 다시 힘을 주시면 시민들 속에 들어가 정권교체 역량을 키워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전날 광양-여수에 이어 이날 순천과 광주를 방문해 지원 유세를 펼친 문 전 대표는 오후 늦게 전북 전주와 완주를 방문하는 것을 끝으로 두 번째 호남 일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문 전 대표가 이날 광주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낭독한 글 전문(全文).
여러분의 선택에 대한민국이 달렸습니다.
-광주시민, 전남·북 도민들께 드리는 글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전남북 도민 여러분. 제가 다시 왔습니다. 며칠 전 광주를 찾았을 때 저를 따뜻이 맞아주셨지만, 깊어진 상처를 달래드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걸 잘 압니다.
한 번 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새누리를 이길 당에게 힘을 모아주십시오. 정권교체까지 내다보시고, 전국적으로 새누리 독주에 맞설 당으로 표를 몰아주십시오. 호남의 선택이 패배나 분열이 되어선 안 됩니다.
저는 지금도 김대중 대통령님 돌아가시기 직전 마지막 식사자리에서 저와 몇 사람들에게 하신 간곡한 당부말씀울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대통합해서 정권교체를 해 달라." 유언같은 그 당부를 못 지켰습니다. 대통합을 이루지 못했고 정권교체를 해내지 못했습니다.
저의 죄가 큽니다. 그걸 씻는 길은 정권교체 말고는 없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총선에 제 모든 걸 걸었습니다. 사즉생 각오로 아룁니다. 다시는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습니다.
사표는 안 됩니다. 어부지리는 안 됩니다. 갈라지는 표는 새누리 것입니다. 국민의 당에 투표하는 것은 새누리를 돕는 것입니다. 국민의 당에 투표하는 것은 정권교체와 멀어지는 길입니다.
새누리 독재를 저지할 힘을 하나로 모아주십시오. 정권교체를 이룰 힘을 한 데로 모아주십시오. 여러분의 선택에 대한민국이 달렸습니다.
2016. 4. 12.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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