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를 위해, 불 좀 꺼주세요
4대강 홍보관 '디아크'의 조명입니다. 정말 화려하지요? 어떤 분들은 이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 하겠지요. 야간조명이 수놓은 화려한 불빛. 그러나 어떤 이들에겐 저 화려한 불빛이 상당한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화려한 조명의 유혹으로 불을 켜두지만, 저 불빛이 어떤 생명에겐 독이 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예, 그렇습니다. 해마다 낙동강을 찾는 귀한 손님 새인 흑두루미를 한번 생각해보시라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는 전세계적으로 12,000마리밖에 남지 않는 귀한 철새입니다. 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 찾은 곳 중의 하나가 낙동강이었습니다. 80년대 중반까지는 대구 달성습지에도 흑두루미가 도래를 해서 겨울을 났다고 합니다. 당시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새 소리에 밤잠을 설쳤을 정도라 합니다. 그럴 정도로 새들이 많았고, 이곳의 생태계는 건강했다는 것이지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는 생태계의 보고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멸종위기종들이 하나둘 깃들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성서공단과 같은 각종 개발사업과 최근의 4대강사업은 그런 건강하고 안전한 달성습지(특히 낙동강 쪽)를 대단히 위태롭고 위험한 공간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낙동강은 지금 평균 수심 10미터가 넘어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강이 돼버린 것이지요. 야생동물들은 강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없게 돼 행동반경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는 결과까지 초래하게 되었지요.
낙동강에 들어선 4대강 보인 강정고령보입니다. 대구라는 거대도시에 바로 지척에 들어선 보라서 그런가요? 4대강 16개 보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높이가 20여 미터가 훌쩍 넘는 구조물을 그래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보라 쓰고 댐이라 읽는다"고 합니다.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강정고령보와 4대강 홍보관 '디아크'는 야간이 되면 더욱 진가를 발휘합니다.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들어차 현란한 불빛이 수를 놓으며 한껏 자태를 뽐내게 됩니다. 뿐만 아닙니다. 주변에도 온통 인공의 불빛이 넘쳐 납니다.
거리의 조경수 나뭇가지들도 작은 조명에 둘러싸여 3월의 낙동강은 연말연시의 풍경을 방불케 합니다. 이런 인공의 조명이 난무하는 낙동강. 이런 낙동강으로 야생동물과 철새들이 과연 찾아올 수 있을까요?
저 휘황찬란한 디아크의 조명 아래 보이는 것은 놀랍게도 철새도래지 입간판입니다. 이곳이 흑두루미 도래지임을 알리는 입간판인 것이지요. 그 모습이 너무 이질적이고도 낯설어 보입니다. 철새도래지임을 안다는 것이고, 알고서도 저 불빛을 꺼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강정고령보와 디아크의 관리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하는데요. 도대체 수자원공사는 상식이란 것이 없는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다시 달성습지를 찾아오는 흑두루미
대구지방환경청의 통계를 보듯 4대강사업 직후부터 달성습지에 재두루미와 흑두루미가 소수지만 도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금호강 쪽에 새로운 작은 모래톱이 만들어지자 두루미들이 그곳에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고, 낙동강과 금호강 사이의 하중도에서 사람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고 야생의 공간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또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이 하중도에 보리와 밀을 식재해서 두루미의 먹이터를 만들어준 때문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그들이 도래할 환경을 만들어주면 그들도 찾아온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달성습지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흑두루미가 찾아오게끔 만드는 환경에 찬물을 끼얹는 것도 아니고, 도래지 바로 앞의 화려한 조명이라니요. 이렇게 화려한 조명은 이들의 쉼터를 교란시키게 되고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그러니 두루미가 도래하는 철(10월 말~이듬해 3월)만이라도 디아크의 조명을 꺼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두루미를 위해서 이런 정도의 배려는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는 존재들이니 말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습지를 지날 때 차량의 빛이 주변 습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습지를 지나는 도로에서는 차폐막을 완벽히 치고, 차량도 불빛을 죽여서 저속으로 운행하도록 하고 있다."
계명대 김종원 교수님의 말씀처럼 인류와 공존하는 철새들을 위해 우리도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대구 달성습지'의 슬픈 역사
달성습지의 흑두루미의 역사는 1946년으로 거슬러갑니다. 미국 조류학자에 의해서 달성습지 흑두루미가 처음 보고되었고, 1970년 흑두루미는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첫 지정됩니다. 1984년에는 달성습지가 흑두루미 월동지로서 첫 보고되면서 학술조사가 시작됩니다. 당시 200~300마리 월동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흑두루미 월동지로 알려지면서 1989년에는 급기야 세계습지목록에 '서대구 달성습지'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합니다.
그러던 것이 성서산업단지의 조성과 함께 달성습지를 찾는 흑두루미에게 시련이 닥치게 됩니다. 19884년부터 1차, 2차, 3차에 걸친 성서공단 조성은 흑두루미의 넓은 먹이터를 앗아가게 되고 서식처를 교란시키게 되었지요. 지금 성서공단이 있던 터는 넓은 농경지로 낙동강 건너편 고령군 다산면과 함께 월동하며 낙곡을 먹는 흑두루미에게 풍부한 먹이터를 제공해주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성서공단이 순차적으로 들어서고, 다산면의 농경 형태도 논에서 비닐하우스 위주로 점차 바뀌다 보니 두루미의 먹이터가 급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1997년 이후부터는 달성습지에서 더 이상 흑두루미가 목격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서대구 달성습지 흑두루미의 슬픈 역사입니다.
'서대구 달성습지'의 부활을 희망하며
이후 금호강과 낙동강 사이 하중도에 밀과 보리를 파종하고, 또 달성습지 둔치 일부에 밀과 보리를 파종하는 등의 대구시의 달성습지 복원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면서 2012년부터 재두루미와 흑두루미의 일부가 도래하기 시작하고 지난해까지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흑두루미가 계속해서 달성습지를 찾고, 이곳에서 월동까지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보면 참 쉽습니다. 먹이터와 쉼터를 마련해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두루미류의 쉼터는 넓은 개활지와 얕은 물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천적 등을 피해 그곳에서 쉬고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고, 또 넓은 먹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를 시도가 함께 정책적으로 해결해보자는 것입니다.
"하중도 안에 몇 만평규모의 논습지를 만들어 발목 높이 정도로 물을 채워주면 쉼터가 충분히 될 것이고, 또 하중도 일부를 개간해서 밀과 보리를 심고, 강변 둔치의 일부도 밀과 보리를 파종해서 이들의 먹이터로 만들어주면 충분치는 않을지라도 어느 정도의 흑두루미는 월동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의 진단입니다.
김 교수의 진단을 너머, 대구시와 고령군 그리고 경상북도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대구 달성습지'의 제대로 된 복원을 위해 노력해보는 것입니다. 우선, 넓은 개활지를 위해서는 달성보의 관리수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두루미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개활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고령군 다산면의 일부 농경지를 사들이거나 임대를 해서 흑두루미의 먹이터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농민들이 하우스농사 대신 논농사 중심으로 전환할 있도록 다른 지원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최종의 목표는 서대구 달성습지의 원래의 광할한 습지의 모습으로 되찾는 것이 될 텐데요. 노후한 성서공단의 일부 혹은 전체를 이전시켜서 원래 거대한 습지였던 달성습지의 원래 모습을 되찾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했을 때 매년 수백만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순천만과 같은 부가가치도 창출하게 돼 대구의 미래자산이자 성장동력으로 삼아도 되리라 희망해봅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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