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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국민의당, 대북정책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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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국민의당, 대북정책 '갈팡질팡'

개성공단 폐쇄, 김종인 vs 김현종…안철수 vs 이상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에 이어진 박근혜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공식화와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초강경 조치로 '안보 정국'이 조성되면서 야당들의 대응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모두 당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서 혼선이 감지된다. 정부·여당의 대북 강경 드라이브에 말려 스텝이 꼬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축사에서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겠지만, 그 방식은 보다 냉정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 대표는 개성공단 중단의 의미에 대해 "우리 경제의 돌파구이면서 한반도 평화의 지렛대 역할을 해오던 완충지대가 사라졌다"며 "2010년 5.24조치는 북을 제재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만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성공단 중단 조치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연간 수익은 1억 달러 안팎이지만, 이미 북한과 중국 간 교역 규모는 60억 달러가 넘어섰다"고 했다.

앞서 김 비대위 대표는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해 "찬반론을 넘어서야 한다"고 어중된 자세를 취했었다. 그랬다가 이날 토론회 축사를 통해 '반대론'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단 이날 김 비대위 대표는 토론회에 직접 참석한 게 아니라 서면 축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날 '영입 인사'로 더민주에 입당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북핵에 대해서는 우리가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어떻게 보면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전 본부장은 "(다만) 대안이 있어야 하고, 한미일 공조 차원에서 강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면 우리가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대가'에 대해 "예를 들어 F-22 '랩터'(전투기)를 우리가 인수할 수 있는지, 3000톤급 핵잠수함 건설을 허가할 수 있는지 등을 받고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미국은 F-22 전투기를 전략 무기로 분류해 타국 수출을 금하고 있다.

또다른 영입 인사인 이수혁 전 국정원1차장은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제재 국면이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의한 지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강경한 정책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했으니까 직접 피해 당사국인 한국이 그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했었다. 이 전 차장은 인터뷰 당시 "저렇게 불법적이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동을 보면서 계속 화해나 협력만을 주장하면 설 땅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차장은 이날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서면 축사를 보낸 그 토론회에 참석해서는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들, 국회와 아무 상의도 없이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며 "개성공단 중단 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실질적 대응 조치인지 근본적 회의를 갖고 있다"고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 이 전 차장은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 정책의 꽃이자 한반도 공동 번영의 상징"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참으로 통탄한 일"이라고 했다.

김종인 대표는 제1야당의 '원 탑(one top)' 지도자이고, 김현종 전 본부장이나 이수혁 전 차장은 대외정책 분야 전문가로 당에 총선 출마를 전제로 영입된 인물들이다. 이들이 내놓는 발언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은 당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만의 상황이 아니다. 마침 이날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정부가 급작스럽게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전략적으로도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라며 "조업 중단 조치가 궁극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며, 오히려 우리 기업과 국가에 경제적 손실만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전날 국민의당에 영입된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제 제재가 불가피하다면 저는 그것(개성공단 중단)도 우리가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면서 개성공단 중단 찬성 입장을 밝혔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개성공단 중단 잘못")

전날 이 위원장의 영입으로 국민의당 대북정책 노선이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 쪽으로 흐르는 게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당이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비판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표하며, 특히 2004년 개성공단 첫 가동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동영 전 장관이 당에 영입된다면 자신이 국민의당에 합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었기 때문.

그러나 이날 안 상임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정부 조치를 비판한 데 이어, 이날 저녁 정 전 장관과 전격 공개 회동을 가지기로 했다. 안 대표는 정 전 장관에게 국민의당 입당을 적극 권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햇볕정책에 비판적인 이상돈 위원장과 햇볕정책의 계승자를 자임하는 정동영 전 장관, 김근식 통일위원장 등이 국민의당에서 어정쩡한 동거를 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게 된 것. 더불어민주당 역시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 추진을 주도한 김현종 전 본부장이 영입 인사로 당에 들어와, 한미 FTA에 적극 반대했던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과 오월동주(吳越同舟)를 하게 됐다. 총선에서 김 전 본부장은 선거에 출마해 현장을 뛸 '선수'이고, 우석훈 부원장 역시 당 선대위 산하 총선공약정책단 부단장으로 선거 일선에 나선다.

의석수 5석의 제3야당 정의당은 이에 대해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북핵 사태 이후 조성된 긴장 상황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행보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는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적 프레임일 뿐 올바른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야권은 개성공단, 사드, 북핵 사태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려는 '신 북풍 전략'에 대해 명확히 비판을 해야 한다"며 "북의 무모한 도발은 강하게 비판하되, 문제 해결에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야당 주요 지도자들의 관점이나 전략상의 혼선은, 당의 정체성이 아닌 선거 전략 차원에서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 (결과 나타난) '발언의 충돌'"이라고 꼬집었다.

원외 진보 정당인 녹색당도 논평을 내어 "맛도 없고 보기도 나쁜 '잡탕'이 이제 한 그릇에서 두 그릇으로 불어났다"고 두 야당을 싸잡아 신랄하게 비판했다. 녹색당은 더민주의 김현종 전 본부장 영입에 대해 "(그는)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사회적 근간인 농업을 해칠 뿐더러, 각종 정부 정책을 대자본이 함부로 침해할 수 있는 ISD(투자자국가소송제) 등 수많은 독소 조항을 품고 있는 한미 FTA를 선봉에서 추진했다"며 "'기업 이익 지키는 것이 곧 나라 이익'이라던 김현종 씨를 두고 더민주는 '무너지는 외교안보를 바로잡을 인재'라고 밝혔는데, 김현종과 쌍두마차로 한미 FTA를 이끌던 김종훈을 새누리당이 영입했을 때 민주통합당이 '한미FTA 재협상'을 이야기했던 것은 시늉이었나"라고 꼬집었다.

녹색당은 국민의당을 향해서도 "대북정책부터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하며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도운 이상돈 교수를 영입한 데 이어, 정동영 전 장관까지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대북 포용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 전 장관의 합류에 부정적인데, 안철수 대표는 참여정부의 통일부 장관 정동영을 설득하러 전북 순창까지 가고 있다"고 했다. 녹색당은 "제 노선조차 가누지 못하는 국민의당이 어디까지 치달을지 궁금하다"며 "안철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때 냈던 일성이 떠오른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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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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