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 중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9일 자신을 롯데 후계자로 지목하는 내용의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의사결정 대리인)이 필요한지 따지기 위한 정신 감정이 임박한 가운데,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영상을 통해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미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여러가지 정황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데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수 개월동안 전적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측 인사들에 둘러싸여 '보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동영상 속 신 총괄회장의 진술 내용이 성년후견인 심리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전망이다.
이날 일본어 웹사이트(http://www.l-seijouka.com)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는 '롯데 창업자 신격호의 롱(긴) 인터뷰'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인터뷰는 '질문 자막-신격호 총괄회장 답변 영상'의 형태로 편집됐고 모두 12가지 질문과 답변이 이뤄졌다. 영상 속 신 총괄회장은 카디건을 어깨에 두른 채 탁자 맞은 편에 앉아 인터뷰에 응했다.
첫번째 "경영권문제로 롯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롯데홀딩스(롯데그룹 지주회사격) 후계자에 관한 생각을 들려주십시요"라는 질문에 신 총괄회장은 "장남인 신동주가 후계자이고 이건 일본, 한국 마찬가지 아닌가. 이것이 상식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신용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나머지 질문은 대부분 과거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과 창업 과정 등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 온 계기에 대해 신 총괄회장은 "소학교 때 '킹'이라는 일본 잡지가 나와 읽었고, 일본 소설에는 일본 얘기가 많이 나와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110엔을 모아 일본에 왔다"고 회상했다.
"일본에 오자마자 수년 뒤 일본이 패전하고 대단히 힘들지 않았나. 왜 (사업 아이템으로) 껌을 만들려고 생각했나"라고 묻자 신 총괄회장은 "미군이 껌을 일본 아이들에게 주면 10~30여명이 몰려가 받고 즐거워했다. 그런 시절이 10년정도 지속됐고 이 모습에 흥미를 가지고 (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껌 개발 과정에 관해서는 "미국 껌을 사서 분석하고 흉내를 냈다. 기술을 가져온 게 아니라 롯데가 연구해서 일본인을 위한 껌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 총괄회장은 인터뷰에서 창업 이후 '모두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원료로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자전거로 직접 거래처를 돌며 롯데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과 다른 제조사들과의 차이 등을 살폈다는 일화도 전했다.
"좋은 물건 만들기 위해서는 상품, 판매망 뿐 아니라 사원도 소중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는 "사원이 롯데를 운영, 경영하기 때문에…모두 열심히 했고…사원을 소중히 여겼다"며 "사원을 자르지 않았고, 롯데는 신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롯데는 무리를 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잘리게 되면 사원은 곤란한 상황이 되는데, 롯데는 사원을 소중히 하고 자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금까지 수 차례 위임장과 편집된 동영상 등을 통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을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은 결국 여동생이 신 총괄회장의 의사 결정을 대리할 '성년후견인' 지정을 법원에 요청할만큼 논란거리가 됐고, 지난 3일 열린 첫 성년후견인 지정 관련 심리에 신 총괄회장이 직접 출석해 진술했음에도 결국 정밀 정신감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편집된 인터뷰 동영상을 이미 작년에도 공개한 바 있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제3자가 배석한 가운데 자유로운 질의, 응답으로 진행되는 인터뷰가 아니라, 제한된 공간에서 이뤄진 인터뷰를 편집해서 성년후견인 심리를 앞두고 공개하는 저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초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제가 둘째아들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 한국롯데홀딩스 대표(일본롯데홀딩스를 잘못 말함)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공개했지만, 경영권 분쟁의 국면을 바꾸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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