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당 상임대표로 선출된 안 의원은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지금 이 기회가 어쩌면 제게 주어진,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며 "이번에 바꾸지 못하면 정말 우리에겐 더이상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 저는 국민의당에, 이번 선거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천명했다.
안 신임 대표는 "50일 전, 저는 허허벌판에 혈혈단신으로 길을 나섰으나 지금 저는 혼자가 아니다"라며 "국민의당은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라는 수많은 국민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이고 저 안철수는 바로 국민 여러분의 도구"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신당의 비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연설하며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불끈 주먹을 쥐어 들어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세상과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기회가 박탈된 사회 구조와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를 포기하는 척박한 세상과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성실하게 일해도 노후를 걱정해야하는 세상과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빈부격차, 남녀격차, 세대격차, 교육격차, 지역격차, 대기업 중소기업 격차, 정규직 비정규직 격차 등 모든 불합리한 격차와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득권 양당체제와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오늘 서울과 평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총부리를 겨누는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낡은 분단체제와 싸우겠습니다."
안 의원은 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여야 기득권 양당은 19대가 국회가 얼마나 무능하고 무기력했는지 스스로 반성하고,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쟁점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면서 "지난번 제안했던 '3당 민생정책회담'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로서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상임'이 아닌 당 공동대표를 맡게 된 천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폭정을 견제하고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희망도 가질 수 없기에, 우리 당이 앞장서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며 "우리는 특권 세력만을 대변하며 수구·냉전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에 당당히 맞서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는 앞서 안 대표가 더민주 탈당 전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다.
천 대표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고 야권이 승리하는 길은 야권의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혁신 외에 다른 길이 없다"며 "야권의 건강하고 합리적인 경쟁이야말로 최고의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민주를 향해 "누가 더 총선승리의 적임자인지, 누가 더 정권교체를 이룩할 적임자인지, 반성과 혁신, 정책과 인물, 그리고 정치력으로 경쟁하자"고 제안했다.
안·천 대표는 대회에서 박주선 의원, 김성식 전 의원, 노무현 정부 청와대 참여혁신수석 출신인 박주현 변호사를 최고위원에 지명했다. 이날 공개된 당헌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도부는 당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지명직 최고위원 2명으로 구성되나 창당 직후에는 대표가 최고위원을 지명하게 돼 있다.
이와 함께 앞서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주승용 원내대표와, 창준위 체제에서 임명된 장병완 정책위의장이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의 일원이 된다. 당헌상 9명인 최고위원회 구성에서 대표 2명을 포함해 7자리가 찼고, 국민의당은 앞으로 3명의 최고위원을 더 지명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창당대회 후 기자들과 가진 현장 간담회에서 "청년 최고위원을 (맡아달라고) 좋은 분에게 부탁드리고 있다"며 "곧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두 공동대표 간의 역할 분담에 대해 천 대표는 간담회에서 "모든 문제를 원만히 서로 협력하고, 더러 의견차가 있으면 충분한 의논도 하고 국민 의견도 수렴해 매끄럽게 일심동체로 해나가겠다"며 "특히 안 대표를 상임으로 추대한 만큼, 안 대표가 가진 지도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제가 돕고, 여러 실행하는 부분은 제가 더 열심히 책임을 지고…. 이렇게 역할 분담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선 지휘를 맡을 선거대책위원회는 김한길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안·천 공동대표가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다. 국민의당은 선대위 인선을 조속히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천 대표는 총선 목표에 대해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우선 새누리당의 승리를 저지하는 게 1차 목표"라며 "그리고 3당 체제에서 우리 국민의당이 제1당이 될 수 있는,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새누리당의 과반수를 저지하며 제1야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창당대회장에는 8000여 명의 당원과 지지자가 모인 가운데 박선숙 집행위원장의 경과보고와 한상진 창준위 공동위원장의 대회사, 내빈 축사가 진행됐다. 윤여준 공동위원장도 식전 인사말을 통해 "안 의원이 정치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현실적 제약 때문에 뜻을 못 이루고, 이번에야말로 국민과의 약속이며 역사적 소임인 한국 정치를 바꾸는일을 하겠다고 창당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사는 정대철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했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의당은 창당대회에서 강령과 당헌을 채택해 발표하고, 이른바 '천정배 신당'으로도 알려진 국민회의와의 통합을 안건으로 채택해 성사시켰다.
이에 앞서 국민의당은 당의 상징색과 PI(Party Identity·로고)를 창당대회 전날 공개했다. 당 상징색은 밝은 녹색으로, 박찬정 국민의당 홍보위원장은 이를 '해피 그린'이라고 소개했다. PI는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대국민 공모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그룹과 논의해 독자 폰트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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