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다시 내려 잡으면서 내년도 전망치도 3.1%에서 3.0%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세계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낮아지는 등 대외여건이 악화하면 내년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9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제시한 3.0%에서 2.6%로 0.4%포인트 낮췄다.
또 내년 전망치를 3.1%에서 3.0%로 0.1%포인트 내렸다.
이는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3.1%)와 내년(3.3%) 성장률 전망치보다 모두 낮은 것이다.
KDI는 물가상승을 반영한 내년 경상성장률로는 4%대 초반으로 전망했다. 종합적인 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가 올해(5%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유가 하락 영향으로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데 따른 것이다.
KDI는 올해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개선되면서 국내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민간소비가 올 3분기에 소폭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회복세는 미약하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저유가 및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등의 영향으로 부진을 지속하면서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 김성태 연구위원은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으로 2분기 성장률이 낮아진 부분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2.6%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소매판매가 5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하는 등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 부진으로 생산·투자 회복은 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내년도 우리 경제의 성장 전망치를 세계 경제가 3.6% 성장한다는 걸 전제로 추정했다.
또 내년에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반면 수출은 계속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영역에선 메르스 여파 등 일시적인 요인이 사라지면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수출 부진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겠지만, 건설투자는 주택분양 호조에 따라 회복세가 양호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증가율은 올해 0%보다는 개선되지만 여전히 낮은 1.8%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는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인구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지속되면서 대규모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7%에 머물고, 내년에는 유가 하락 영향이 사라지면서 1.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내년에도 30만명 중반대를 지속하는 가운데 실업률은 올해(3.7%)와 비슷한 3.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KDI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3.6%를 밑돌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세계경제 성장률이 금년(3.1%) 수준에 머물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은 2.6%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통상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를 토대로 하는데, IMF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망치를 계속 하향조정해온데다 내년 전망치 3.6%도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어서 이를 밑돌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어 "중국 경제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G2 리스크'가 추가적인 하방위험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여파가 크게 나타나고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경제 성장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KDI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G2 리스크는 워낙 큰 리스크라 예단하기 힘들다"며 "국내 상황이 건전성을 잘 담보하고 있어야 해외 충격이 발생해도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내년도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단기적으로는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건전성을 높이고 구조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