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아버지의 친일 행적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대표가 최근 검인정 역사 교과서를 두고 '부정적 역사관'이라며 국정화를 주도하는 데 대해 '아버지의 친일 전적을 세탁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역사연구단체 민족문제연구소는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연구소 5층 역사자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대표의 아버지 고(故)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친일 행적과 근거 자료를 공개했다.
연구소 측은 김 전 회장이 일제 치하 통치기구에 참여한 가운데 징병에 앞장서고 군용기 헌납 운동을 주도한 점을 들어 "매우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친일 행위를 한 반민족행위자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를 향해 "선친에게 일제 협력의 과오가 있다면 이를 시인하고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인은 황도 정신에서 충량한 황국 신민"
연구소 측은 우선 김 전 회장이 경상북도 도회의원으로 지낼 당시 일제의 식민 통치 및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한 발언이 담긴 사료들을 공개했다.
"국체명징관 내에는 내선관계의 역사적 연원을 증명하는 자료를 진열해 내선일체의 정신적 심도를 올릴 것"(<동아일보> 1940. 2. 27 석간 7면)
"오늘 반도인은 황도 정신에서 충량한 황국 신민으로서 내선일체의 이상에 향하고 있음으로 옛날과 같이 불온사상을 가진 자는 한 명도 있지 않으므로 반도교육에 일대 전환할 시기인 줄 생각한다" (<매일신보> 1940. 2. 26 석간 3면)
이외에도, 당시 언론에는 김 전 회장이 도회의원으로서 출정황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전하는 한편, 지역 내 무직자들을 전시 체제 하에서 부역하도록 선전 독려한 내용이 보도됐다.
김 전 회장은 도회의원 임기 중 친일 단체 간부를 역임하기도 했다. 전시 최대의 관변 통제 기구인 국민총력조선연맹의 경상북도연맹 평의원을 지내는가 하면, 최대 민간 친일 단체인 조선임전보국단의 경상북도지부 상임이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귀여운 자식이 야스쿠니 신사에 모시어질 영광"
연구소 측은 김 전 회장이 일제의 징병제 실시를 찬양하고 전쟁 동원을 선동한 증거들도 공개했다. 1943년 <아사히 신문>에 게재된 "대망의 징병제 실시, 지금이야말로 정벌하라, 반도의 청소년들이여"라는 제목의 광고에는 '金田龍周(가네다 류슈)'라는 이름이 나온다. 가네다 류슈는 김 전 회장의 창씨명이다.
1943년 '징병제 시행 감사 적(敵)미영 격멸 결의선양 전선공직자대회' 기록 가운데에는 김 전 회장의 발언이 A4 3장 분량에 걸쳐 담겨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회에서 각 면에 신사를 건립해 일본 정신의 진수에 철저히 젖어들게 하자는 제안을 하는가 하면, 내선일체 즉 일본과 조선이 일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시키자는 제안도 한다. 또 일제의 징병제를 반기며 '자식이 야스쿠니 신사에 묻히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징병을 보낼 반도의 부모로서 자식을 나라의 창조신께 기뻐하며 바치는 마음가짐과 귀여운 자식이 호국의 신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받들어 모시어질 그 영광을 충분히 인식하여…"
"김용주, 일본 패전 직전까지도 애국기 헌납 운동 앞장"
일제는 만주 침략 후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해 대대적으로 국방 헌납 운동을 전개하는데, 대표적인 운동이 군용기 헌납 운동이었다. 연구소 측은 김 전 회장이 바로 이 '애국기(愛國機)' 헌납 운동에 적극 나섰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애국기 헌납 실적을 보면, 경북 지역 특히 영일군에서의 헌납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영일은 김 전 회장의 활동 지역이다.
일제의 패색이 짙어가는 1944년, 일본 <아사히 신문>에는 '결전은 하늘이다! 보내자 비행기를!'이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린다. 포항 유지들의 명의로 실린 광고로, 여기서도 전 회장의 창씨명인 '金田龍周'가 등장한다. 연구소 측은 "관공서, 조합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로 이런 광고가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김 전 회장이 애국기 헌납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뜻이다.
연구소 측은 패전 직전인 1945년 5월 말까지 경북도민이 총 109대를 헌납했고, 그 가운데 영일군에서만 123만9000원을 모금해 14대를 헌납했다고 했다. 당시 123만 원은 현재로 따지면 123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무성, 국정 교과서로 부친 친일 경력 세탁하려 했나"
이날 간담회 참가자들은 김 전 회장의 이같은 친일 행적에도 불구하고 언론, 책자 등을 통해 애국자로 회자되는 상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지난 광복절에 맞춰 발간된 평전 <강을 건너는 산>은 과거 김 전 회장이 쓴 회고록을 거의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친일 행적은 대부분 감추고 일부 친일 행적에 대해선 마치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한 저항운동처럼 묘사했다고 꼬집었다.
또 김 대표 등 보수 진영에서는 김 전 회장이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친일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2009년 출간 당시에는 재원과 자료의 부족으로 해외 및 지방의 전면 조사가 불가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일제 시기 신문 등 1차 문헌자료 등을 통한 검증 결과, 김 전 회장은 명백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결론이 났다"며 "<친일인명사전> 개정판이 나올 때 수록이 확실시된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친일인명사전> 등재 선정 기준 가운데 △2조 일제의 식민통치기구에 참여한 자 중 8항 도·부 의원 등 관선·민선의 공직자로서 친일행위가 뚜렷한 자, △4조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한 자 중 1항 학병·지원병·징병·징용·공출·국방헌금 등을 적극 선전·선동하거나 강요한 자, △5항 침략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한 자 등에 해당한다는 게 연구소 측의 판단이다.
연구소 측은 김 대표가 '김용주 애국자설'을 배포하고 있다며, "단순 해프닝이 아닌, 유력한 대권 후보에 의해 치밀한 기획 아래 의도적으로 행해진 선대의 경력 세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김 대표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총대를 멘 것 또한 부친의 전적을 덮기 위한 의도 아니냐며 "역사가 개인에 의해 마구잡이로 훼손되며, 이런 모럴 해저드를 저지르는 이가 한국의 지도층이라는 데 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김 대표를 겨냥, "역사의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부정의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할 수 있는 용기도 공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의 하나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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