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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 선생이 저와 프레시안 이어주셨죠"

[이 주의 조합원] 탈핵 강연 만든 배현덕 조합원

다음달 17일 오후 3시, 기독교회관 2층에서 탈 원전 사회를 위한 강연이 열린다. '원전, 안전한가 재앙인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프레시안> 지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김익중 동국대학교 교수의 강연을 비롯해 한국의 대표적 원전 마을인 고리 주민의 체험 사례 증언 시간도 마련된다.

이 행사는 프레시안 조합원 커뮤니티에도 안내가 되어 있다. (☞바로 가기) 이 강연을 우리 조합에 소개한 이는 배현덕 조합원이다. 배 조합원은 알고 보니 이 행사를 직접 기획한 이이기도 했다. 보다 정확히는 배 조합원이 몸담은 종교 단체가 만든 강연이다.

배 조합원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퀘이커 평화 사상의 신도다. 퀘이커 평화 사상은 17세기 잉글랜드에서 설립된 기독교의 한 종파다. 신도들은 경전의 교리에 매몰되기보다,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철저히 평화주의 노선을 따른다.

전 세계에 약 30만 명의 신도가 있다. 제1차, 2차 세계 대전 당시 피아를 가리지 않고 부상자를 치료한 노력을 인정받아 1948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해 세계에 알려졌다. 한국 전쟁 당시 미국의 퀘이커 교도들도 구호 활동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의 도움으로 한국에도 1960년대부터 종교인이 생겨났다. 현재 수십 명 정도의 교인이 있다. 인위적인 전도 행위를 하지 않는, 소위 말하는 '성장형 교회'와는 다른 곳이다. 목사 등의 종교 지도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배 조합원을 비롯한 한국의 퀘이커교도들은 재작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평화 세미나'라는 이름의 모임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문제로 올해 두 번째 모임을 열게 됐다. 프레시안 조합원 커뮤니티에도 소개된 탈핵 강연이 이들이 마련한 두 번째 평화 세미나다. 재작년에 열린 첫 평화 세미나는 남북 관계 회복을 주제로 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평화 사업의 하나로 탈핵 문제를 지켜봤죠. 남북 관계, 강정 마을 해군 기지 문제 등이 다 우리 사회의 평화를 위협하잖아요?"

배 조합원이 처음부터 종교인이었던 건 아니다. 퀘이커교에 몸담기 전에는 특별히 종교적 활동을 하지도 않았다. 계기는 한국의 큰 어르신이었던 함석헌 선생이었다. 함 선생이 퀘이커교도였다.

"함석헌 선생님의 책을 읽다가 퀘이커 평화 사상을 알게 되었어요. 이를 계기로 이 종교의 존재를 알았지요. 교인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평화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 조합원은 30년간 은행원으로 살아온 금융인이다. 지난 2011년, 정년 1년을 앞두고 퇴직했다. 은행원 퇴직 후 본격적으로 평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함석헌 선생과 그의 종교가 배 조합원을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 나아가 프레시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준 셈이다.

"조그마한 일이라도 실천해보려고 노력합니다.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도 같은 이유입니다. 알아보니 우리나라 대부분 언론의 수입원이 구독료는 20%밖에 안 되고, 80%가 광고라더군요.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조합 형태가 절실해 보입니다. 더 많은 언론이 조합으로 전환했으면 합니다."

배 조합원은 외환 위기(IMF)의 혼란기를 직업 전선의 한가운데서 겪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1998년 당시, 그가 일하던 제일은행에서만 전체 사원 8000여 명 중 3000명이 잘려 나갔다.

"당시는 굉장히 힘들었지요. 외환위기 이후로는 매년 '앞으로 1년을 더 다닐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은행의 영업 방식이 소매 금융 중심으로 돌아서며, 지금의 부동산 대출 버블로 이어진 현실도 현장에서 지켜봐왔다.

"외환 위기 전에는 예금 유치가 주된 영업이었어요. 그런데 외환 위기 이후부터 소비자 대출을 강화했지요. 지나고 보면 제일은행이 우리나라에 버블을 불러온 장본인인 것도 같습니다. 외환 위기 이후 제일은행이 처음 뉴브리지 캐피탈에 팔렸잖아요. 새 주인이 바로 요구한 게 아파트 담보 대출 강화였습니다. 그게 2000년~2001년경 일이죠. 이후 시중은행이 전부 이와 같은 영업 방식으로 바뀌더군요."

배 조합원이 이야기한 대출 강화 시기는 비교적 정확하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부동산 버블이 일어난 시기는 김대중 정부 말기다. 2002년 한 해 동안만 지가의 8.9%가 올랐다. 노무현 정부 초기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학교 교수는 최근 나온 신간 <경국 제민의 길>(강철구·김수현·김양희·이동걸·이정우·허성관 지음, 굿플러스북 펴냄)에서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한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한동안 잠잠해졌던 부동산 투기를 부활시키는 큰 재앙을 초래하고 말았다"며 "참여 정부가 출범했을 때 이미 부동산 투기라는 이름의 산불은 맹렬한 기세로 번지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어찌되었든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당시 저는 안 잘리기 위해서 시키는 대로 하기 급급했죠. 모두가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내가 그런 역할(우리나라 부동산 버블을 키우는 역할)을 해버렸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타깝지요."

마지막으로 프레시안과 조합원들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의 이야깃거리는 명확했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새 출발할 때 희망을 많이 가졌는데, 지금은 좀 힘든 시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 자신도 그간 관심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조합원들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돌파구를 함께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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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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