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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닙니다"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⑩] 김관섭, 그리고 유우성

여든하나, 서른여섯. 45년이란 세월을 사이에 둔 두 남자가 만났습니다. 적잖은 세대 차이에 첫 만남인데도 이들은 서먹함 없이 서로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감이 흘렀습니다.

두 사람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은 탈북자입니다. 그리고 남한에서 간첩 의심을 받은 이들입니다. 40년 전 대성공사에서 고문받으며 3년 6개월간 수용 생활을 했던 김관섭 할아버지,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 씨. 이들이 바로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연재의 마지막 편을 장식할 주인공들입니다.

40년 세월을 뛰어넘어 국가 정보기관으로부터 비슷한 피해를 당한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한탄했습니다. '아직도 나와 같은 피해자가 있다니',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려 놓고 국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다니'. 이들은 국가와 국민을 향해 할 말이 아주 많아 보였습니다. 제가 '뉴스펀딩' 독자분들을 대신해 묻고 싶은 것도 참 많았습니다. 김관섭부터 유우성까지 40년 넘게 이어지는 간첩 조작, 정부에 의존하는 탈북자 사회, 탈북자 수용기관의 개선 방향, 그리고 최근 일어난 국정원 해킹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중앙합동신문센터. ⓒ프레시안(최형락)

"간첩 조작한 사람은 승승장구, 당한 사람은 바닥 신세"

프레시안 : 유우성 씨,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연재를 통해 김관섭 할아버지의 기사를 본 소감이 어땠나요?

유우성 : 간첩 조작 사건은 최근에 불거진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정부가 세워지면서, 정보기관이 만들어진 이후로 이런 사건들이 줄지어 나왔죠. 들여다보면, 수법들이 비슷합니다. 그런 조작 사건들이 수십 년에 걸쳐 재판 등을 통해 밝혀졌으면 바로잡혀야 하는데, 그렇질 않았죠. 조작을 지시하거나 가담한 사람들은 높은 위치에서 승승장구합니다. 반면 김관섭 할아버지 같은 피해자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아가는 등 바닥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부단하게 개선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보복 형태로 사회에서 매장당합니다.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견디기가 참 힘듭니다.

간첩 조작 사건은 30년 전에도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입니다. 지금 당장 내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30년 뒤에 내 자식들한테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프레시안 : 김관섭 할아버지는 평소에 우성 씨 기사를 많이 접하셨다고 했는데, 역시 소감을 들려주시죠.

김관섭 : 우성 씨 말에 동감합니다. 과거 40~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이 탈북자를 보는 시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어요. 정보기관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명성과 특진을 위해서 죄 없는 사람을 간첩으로 만드느라 가혹 행위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간첩 사건은 투명하게 밝혀지기가 힘듭니다. 국가가 자꾸 진실을 감추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고쳐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을 적대시한 일도 없는데, 불행한 일을 당했으니 제가 대한민국에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이건 단순히 제 문제만이 아닌 탈북자 전체의 문제입니다. 더 이상 억울한 탈북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국회와 언론, 사법부가 나서주면 좋겠습니다.

▲김관섭 씨. ⓒ프레시안(최형락)

"조작 밝혀졌는데 사과는커녕 또다시 칼 든 검찰"

프레시안 : 우성 씨 근황이 궁금합니다. 현재 국가보안법 관련 재판을 포함해 여러 소송이 진행 중이죠?

유우성 : 네. 총 7~8개 소송이 동시 진행 중입니다. 최근 외환거래법 관련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미 5년 전에 기소유예 판결을 받은 걸 검찰이 보복 기소한 사건입니다. 왜 보복을 했느냐 하면, 정보기관의 조작이 재판을 통해 밝혀진 게 제 간첩 사건이 처음이었거든요. 국정원, 검찰 체면이 한순간에 바닥이 된 셈이었죠. 조작이 밝혀졌으면 사과를 해야 하는데, 체면을 살릴 목적으로 다시 피해자에게 칼을 들었어요. 안타깝게도 재판부는 국민배심원의 판단과 달리 유죄를 선언했습니다. 사법부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데 검찰이 2심에서 난 간첩죄 무죄 판결에 불복해 다시 항소하는 바람에, 삼 년 가까이 재판만 하고 있습니다. 제 사건이 워낙 뉴스에서 크게 다뤄졌던 터라, 경제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일반 회사에 취직하는 건 물론이고, 예전에 했던 중국어 과외는 이제 학부모들이 부담스러워하십니다. 심지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할 수가 없어요. 저도 어느 순간부턴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제 부담을 고용인까지 질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저는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의 계속되는 항소로 고통스러운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약자인 제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재판에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갑니다. 언제 제 생활이 예전처럼 돌아갈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경제생활 하나 못 하고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입니다. 큰 꿈을 갖고 한국까지 왔는데, 평범한 삶조차 누릴 수 없습니다.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먹고 살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작지만 너무나도 간절한 소원입니다.

프레시안 : 김관섭 할아버지는 조만간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인데요, 30년도 더 지난 일을 이제 와서 공론화하고 소송까지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관섭 : 북한에서 40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법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북한은 법 위에 당이 있는 구조니까요. 그러니 한국에 와서도 내 억울함을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어요. 그리고 무서웠습니다. 대성공사에서 3년 6개월 동안 워낙 혹독하게 당하다 보니, 정보기관 직원이나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면 다시 끌려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반면에, 아이러니하지만 제가 한국에 와서 알게 된 남한 사람들이 다 정보기관 직원들 아니겠습니까. 제가 3년 6개월 만에 사회에 풀려 나오니 입막음용으로 수시로 접근해서 밥도 사주고 술 사주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현혹이 돼서 제가 억울함을 묻었죠.

그러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이가 다 되니 용기가 났어요. 남은 인생에서 이것만은 해결하고 죽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겁니다.

▲유우성 씨. ⓒ프레시안(최형락)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에 허위 자백"

프레시안 : 인권 유린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간첩 색출을 위해선 탈북자에 대한 가혹 행위나 압박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주신 독자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유우성 :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요.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오면 새로 국적을 취득하는 게 아닙니다. 북한 사람도 원래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는 북한이탈주민보호‧정착지원법 상 보호 대상이 되는지를 가려낼 뿐이죠. 복지 등 지원 혜택을 줄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는 건, 쉽게 생각하면, 서울에서 사는 사람이 부산으로 이사 가는 겁니다. 그런데 조사를 받습니다. 단순한 이사인데 어떤 문제가 있을 것을 전제로 부당한 방법으로 추궁당합니다. 국정원 직원들은 남한 법이나 제도 같은 건 하나도 모르는 갓난아기 같은 사람을 가둬두고 폭언을 퍼붓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드는데,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조사관들이 수시로 와서 자기한테 잘 보이면 부와 자유를 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앞으로 남한 생활을 다 보장해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이 원하는 진술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지금은 과학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 아닙니까. 북한 해킹 기술이 상위권이라는데, 굳이 간첩 내려보낼 필요 없이 원거리로 해킹 다 하지 않을까요. 힘없고, 가족도 없는 탈북자들을 의심하고, 정권의 선전 도구로 이용하려들 게 아니라 차라리 온라인 보안 체계를 강화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닙니다. 자유를 찾아 남한에 올 자유도 있고요.

김관섭 : 제가 볼 땐, 우리 정보기관 직원들은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압적인 방법을 쓰는 거죠. 제 경우도, 이성 문제로 진급을 못 해 남한으로 넘어왔다고 하니 '귀순 동기가 말이 안 된다'면서 고문을 한 것이었습니다. 북한과 남한의 차이를 모르고 조사를 하니 말이 통하겠습니까. 그러니 엉뚱한 감옥살이를 시키고 거짓말탐지기를 쓰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런 식으로 조사를 받고 나면 누가 국가에 충성을 하겠습니까. 탈북자들을 인간 이하로 얕보는 사고를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심문관들의 권한을 제한하도록 법을 고쳐야 합니다.

프레시안 : 중앙합동신문센터, 지금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같은 수용 기관이 없어져야 할까요.

유우성 : 조사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탈북자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북한과 남한의 법, 제도 등의 차이를 설명하고, 변호사 조력권을 제공하고, 국정원 수사관들만 독단적으로 수사할 게 아니라, 민간인,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해 조사가 아닌 상담 식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조사실 독방에 사람을 가둬 두고, 열흘 동안 일대일 일문일답만 반복하면 사람들이 두려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진국에서 유일하게 분단국인 게 우리나라입니다.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잘 정착하도록 도와야 통일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분단의 아픔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통일부나 국회가 제도나 사회적 인식을 잘 이끌면 좋겠습니다.

▲대성공사. ⓒ프레시안(최형락)

"정부 뜻 반하면 보복…정부 그늘 못 벗어나는 탈북자들"

프레시안 : 이것 또한 많은 독자분들이 질문해주신 내용입니다. 독방 조사 등 탈북자 조사 과정이 힘들다면 정부나 국가 기관에 대한 반감이 클 만도 한데, 대다수 탈북자들은 오히려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습니까? 이 점이 의아한 대목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우성 : 탈북자들은 합신센터를 통해 나와야지만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을 받고 정착할 수 있습니다. 가진 것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정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죠.

북한에서 받은 세뇌도 한몫 한다고 봅니다. 북한에서는 정권을 반대하면 목숨을 버려야 합니다. 그런 생각이 남한에 온다고 쉽게 바뀌진 않죠. 그런데 합신센터와 하나원을 거치면서 더욱 국가에 충성해야 한다는 세뇌를 받죠.

민간 사회로 나오면, 담당 형사가 항시적으로 붙어있습니다. 만일 정부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보복을 당합니다. 차라리 눈 가리고 귀 막고, 강자 밑에서 사는 게 편하죠. 잘 살려고 한국에 온 것일 테니까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김관섭 : 맞습니다. 탈북자들은 정부 그늘 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밖을 벗어나질 못해요. 그리고 정부가 자꾸만 탈북자들을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우성 씨 사건처럼 대대적으로 떠들어대면, 탈북자들은 '나도 간첩으로 보지 않겠는가' 하고 불안해하고, '혹시 네가 간첩인가' 하고 서로 불신합니다. 탈북자들의 인권이 정부한테 달려있는 셈입니다. 북한도 그렇지만 대한민국도 못지않게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프레시안 : 우성 씨도 얘기했듯이, 탈북자들은 정보기관으로부터 계속 감시 혹은 보호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정원 등 정보기관 직원들이 탈북자 조사기관을 나온 탈북자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하나요?

유우성 : 북한과 연계되거나 정보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국정원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연락합니다. 아무래도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의지할 데가 없으니 그 사람들과 같이 밥도 먹고, 용돈도 받고 유대감이 형성되면서 형 동생이 되죠. 그리고 기술 없이 북에서 나온 사람들은 취직하기 힘드니까, 국정원이 일자리를 꽂아주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관리합니다.

김관섭 : 고문이 끝난 뒤엔 저도 국정원 직원들이랑 같이 술도 마시고, 방책 전선에도 같이 서서 반공통일 안보 강연도 했죠. 저도 그 사람들이랑 형 동생 했는데, 저한테 베푸는 친절이 영원한 게 아니더라고요. 조금만 수틀리면 바로 태도를 바꾸고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 그저 특진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었어요. 요새도 맨날 기무사 사람들한테 건강하시냐며 전화가 와요. 그럼 저는 괘씸해서 '건강 못 하다. 남산 정보부에서 얻어터진 것 때문에 물리치료 받는다'고 해버립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잇단 국정원 사태, 과연 한 사람의 일탈 문제일까?"

프레시안 : 요새 국정원이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내국인에 대한 해킹은 없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는데, 우성 씨 사건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유우성 : 황당하죠. 사실 한창 항소심 재판 준비 중일 때 제 휴대폰에서 자동으로 파일이 삭제되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게 지금 요새 나오는 국정원 해킹 방식이랑 비슷한 것 같아서 혹시 몰라 문의를 해놓은 상태고요.

제 사건에선 증거 조작 당사자로 지목된 국정원 직원도 번개탄 피우고 자살 기도를 했습니다. 결국 그 한 사람의 일탈로 결론 났고, 그 직원은 재판에서 징역 4년을 받은 걸로 끝났습니다. 나머지 가담자들은 '잘 몰랐다'는 등의 이유로 면죄 받았고요.

이번 해킹 사건도 국정원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한 사람의 일탈 문제로 다 몰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전례도 있었으니, 조직 차원에서 알게 모르게 그렇게 한 사람한테 총대를 메게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해서 국정원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니, 국정원이 대체 뭐하는 곳인지 일반 국민이 보기에도 의심스러울 것 같아요. 진실이 언젠간 밝혀지겠지만, 검찰 수사는 결코 투명하지 못할 거라 봅니다. 더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셔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겠죠.

프레시안 : 우성 씨 사건, 이번 해킹 사건을 겪으면서 국가 안보 수호라는 이름 아래 많은 것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건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우성 : 가장 절실히 느꼈던 게 국가보안법 폐지입니다. 국가 안보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와 관련된 처벌 조항은 이미 형법에서도 다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이 따로 존재해 이중잣대로 작용합니다. 국가보안법이란 것 자체가 우리나라밖에 없는 데다가, 적용 기준도 모호해 문제가 많습니다.

현재 북한과 관련된 법은 형법, 남북교류협력법, 국가보안법 세 가지입니다. 모두 동일한 내용을 담되, 처벌 규정이 다릅니다. 가장 형량이 낮은 게 남북교류협력법이고, 가장 높은 게 국가보안법입니다. 탈북자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경우, 똑같은 혐의인데도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하면 벌금 몇백만 원 정도로 끝납니다. 형법에서는 3년, 그리고 국가보안법에서는 최소 7년입니다.

간첩 사건에서 검찰은 저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7년 형을 구형했습니다. 간첩죄를 조작할 경우 똑같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조항이 있는데도, 제 사건 가해자들은 형량이 비교적 적은 형법으로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대상에 따라 적용 잣대를 바꾸는 게 과연 현명한 법 집행인지 의문이 듭니다.

애초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의문입니다. 그저 남북 갈등 상황을 이용해 기소권을 가진 자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결국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데 실패했는데, 지금이라도 정부 당국이 폐지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김관섭 : 30년 넘게 안보 강연도 하면서, 저 나름대로 자유 민주주의와 국가 안보 수호에 기여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다만 서로 좀 더 단합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통일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우성 :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투쟁하며 피 흘린 수많은 선배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민주주의, 지금의 인권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고 더 좋은 제도로 만들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소수 몇몇이 돌진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의 싹을 잘라내지 않으면 싹은 다시 자라서 또 다른 피해를 만들게 됩니다. 근래 일어나는 여러 조작 사건, 국가폭력 사건, 세월호 사건 비롯한 사건들에 더 많은 국민이 관심 갖고 목소리를 내야 바로잡힌다고 믿고 있습니다. 함께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과 공동 게재합니다.
(☞바로 가기 :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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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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