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의 체포 동의안이 13일 우여곡절 끝에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박 의원의 체포 동의안을 무기명 투표한 결과, 참석 의원 236명 가운데 찬성 137표, 반대 89표, 기권 5표, 무효 5표로 가결했다.
찬성이 과반을 넘어 가결되긴 했지만, 찬성하지 않은 99표 가운데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표 상당수와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에 나선 박 의원은 "이유를 불문하고 선배 동료 의원과 남양주 시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저는 지난 70여 일간 여론을 통해 이미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더 마음 아픈 것은 제가 11년간 몸 담아온 우리 국회가 최근 저의 불찰로 인해서 국민으로부터 온갖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 불체포 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 방탄막으로 감싸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면서 "더 이상 우리 국회가 저로 인해 비난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박 의원이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자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박 의원과 대화를 나누며 박 의원의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다. 정 의원도 저축은행 금품 수수 혐의로 지난 2012년 7월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적이 있으나,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바 있다. 정 의원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기춘 의원의 체포 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지만, 국민이 갖는 도덕적인 잣대가 있다. 그게 법 상식이고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 표결은 성격상 당론으로 정할 일이 아니고 개인 자유의사에 맞기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의원들이 국민의 도덕적 눈높이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점점 더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엄정한 평가가 국회를 몰아세우고 있다. 그것은 저희들이 극복해야 하고, (국민들이) 의사를 잘 받아 모셔야 하는 의무를 더 강력하게 요구하시는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며 "지혜로운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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