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의 체포 동의안을 둘러싸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동정론'을 펼치면서 또다시 '방탄 국회'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논란이 불거진다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다. 야당 내부의 문제를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누가 박기춘 의원을 동정하는가?
11일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는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 보고를 접수했다. 13일 본회의를 열어 표결로 처리키로 했지만, 애초 야당은 본회의 일정 합의를 앞두고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의사 일정을 일부러 지연시키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방탄 국회는 안 된다"고 했지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동정론이 일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비노'를 중심으로 "박 의원이 이미 탈당과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느냐"고 두둔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비노 진영이 박지원계로 분류되는 박 의원을 감싼 것이다. 본회의 일정 합의에 반대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공교롭게 '비노'로 불린다.
체포 동의안에 대한 새정치연합 내부 분위기에 대해 한 비노계 의원은 "체포에 동의하자는 의견이 절반이고, 뭉개자는 의견이 절반"이라며 "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자진 출두해 자수한 사람인데 체포까지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표결에 들어가면 자신은 (체포 동의안에) 기권할 수밖에 없다는 의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말해 어이가 없다. 물론 검찰이 구속 수사를 선호하는 태도는 잘못됐을 수도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권위주의 시대에 의원들의 '입'을 보호하고자 도입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으로 부정한 금품을 받았다고 시인한 국회의원 앞에서 동정론은 가당치 않다.
이 사안은 국회의원이 연루되면서, 특히 전직 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인물이 연루되면서 이미 정치 이슈가 됐다. 책임 있는 자리에 앉고 싶다면 일반인보다 가혹한 취급 정도는 감수해야 마땅하다. 세상에는 야당 원내대표직이나 국회의원직을 얻고,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널려 있다.
친노, 비노 계파를 나누고 싶지 않다. 그런데도 분명히 보인다. 이른바 '친노'의 무능과 패권주의를 비판한다던 '비노' 의원들의 행태다. 박 의원의 체포 동의안 처리가 정치적 이슈로 이미 전환된 상황에서, '온정주의'에 빠져 보수 언론에 꼬투리 잡힐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혁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당 지도부를 흔들어대다가, '식구'가 곤경에 처하니 '의리'를 발동시키는 것인가. 당의 혁신을 저해하는 게 누구인가. 나아가 '비노'는 지금까지 어떤 혁신의 모습을 보여줬나. 요새는 이런 비판을 하면 '친노 매체' 소리 듣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새정치연합은 혁신의 의지가 있나?
과거 새누리당이 '방탄 국회'를 자처했을 때 새정치연합은 어땠나. 지난해 12월에 '철피아(철도 마피아)' 비리 혐의를 받은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압도적인 반대와 기권표로 부결됐을 때, 새정치연합은 크게 반발했다. (☞관련 기사 : 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방탄' 새누리)
당시 새정치연합은 논평을 내어 "(부결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라며 "자당 의원 보호를 위해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마저 한국방송(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를 통해 일부 새정치연합 표가 부결로 간 데 대해 "저희도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 사태를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이 72시간 이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한 일명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법'도 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은 10번 제출됐지만, 가결된 사례가 3번뿐이었던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게다가 현재 새정치연합 여성 의원들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송광호 의원과 박기춘 의원의 '죄질'이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나? 새정치연합의 미온적 태도는 이미 보수 진영으로부터 '제 식구를 감싸기'로 규정됐다. 국민의 눈에는 심학봉 의원을 감싸고 도는 새누리당이나 박기춘 의원을 감싸는 새정치연합이나 똑같이 보일 것이다.
혁신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여론전이기도 하다. 이런 태도를 보여 놓고 새정치연합이 혁신을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훌륭한 혁신안을 내더라도, 누가 그것을 인정해줄 수 있겠나. 지금까지 새정치연합이 왜 번번이 혁신에 실패해왔는지 알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혁신은 피를 보는 일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