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2명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서울 도심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법원은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현재까지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45) 씨와 한규협(41) 씨가 이날 오후 12시30분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전광판에 올라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소속인 이들은 기아차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과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된 정몽구 회장의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
돈 없어서 정규직 전환 안 된다?…"비정규직 없는 공장, 한전부지 비용 0.8%면 가능"
이들은 농성에 돌입하며 낸 성명에서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한)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이라며 "불법 파견 현행범인 정몽구 회장을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아차 2014년 당기 순이익은 3조 원에 달하고 주식 배당금은 4000억 원을 넘었다"라며 "(사측은) 정규직 전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또 "기아차의 전체 비정규직을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정규직화 하는 비용은 1000억 원 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현대 자본이 한전부지를 매입하는 비용으로 쏟아부는 돈의 0.8%면 비정규직 없는 자동차 공장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497명이 '기아차 정규직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하며 기아차의 '불법 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법원, 기아차 비정규직도 "정규직 인정")
하지만 원고 전원 승소 이후에도 기아차는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이날 전광판 위에 오른 두 조합원 역시 지난해 소송에서 기아차 소속의 정규직임을 인정받았지만, 현재까지도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아차는 지난달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 3400여 명 가운데 465명을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사실상 이들을 신규 채용하는 방식이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아차 3개 공장 가운데 화성과 광주공장의 사내하청분회가 이런 노사 합의에 반대해 '반쪽 합의'에 그쳤고, 법원이 인정한 기아차의 '불법 파견'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합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앞서 현대차 역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대규모 특별 채용에 노사가 잠정 합의해 이 합의의 효력을 놓고 노조 내부의 논란이 거셌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대법원 최종심에서도 승소했다. (☞관련 기사 : '불법 파견' 판결 사흘 앞두고…현대차 사내하청 4000명, 정규직 특채)
한편 11일 현재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경북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있는 차광호 씨(381일째),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크레인 위에 오른 강병재 씨(64일째), 부산시청 광고탑 위의 생탁·택시 노동자 송복남, 심정보 씨(57일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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