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27일 본회의를 취소, 임시국회 막판 직권상정 가능성이 농후해진 가운데 국회 사무처가 '분위기 조성'에 나서며 보조를 맞췄다.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권한으로 '청사 출입 제한 조치'가 내려진 것.
이 조치는 오후 12시30분 경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본청 후문을 뺀 모든 출입문의 셔터가 내려졌고 국회의원, 상시 근무 직원, 출입 기자 등이 아니면 청사 출입을 제한받게 된다. 보좌관 등 야당 관계자 상당수가 점심시간을 맞아 국회 본청 밖으로 나간 뒤 복귀하지 못하도록 계산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 하다.
국회 사무처는 "금일 2시에 민주당 주최로 국회 로텐더홀에서 개최 예정인 '국회 정상화 규탄대회'는 의장 허가가 없어 국회청사 내 질서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며 출입 제한 조치의 이유를 들었다.
앞서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회의장의 본회의 취소를 규탄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 사무처의 이같은 조치가 이뤄진 직후 의원총회에서 "비상사태다"라며 "국회의장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직권상정을) 요청 중이니 오늘부터 꼭 비상대기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의원들을 향해 주문했다.
"대통령의 지시냐, 형님의 지시냐"
한편 이날 각 상임위에서도 여야 대치는 이어졌다. 국토해양위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이병석 위원장이 이날 오전 10시30분으로 심사 기일을 정해 토지공사, 주택공사 통합법인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법안심사소위로 넘기려 했다.
민주당은 즉각 '날치기 시도'라고 반발하며 위원장석을 점거했다. 민주당 측 간사인 박기춘 의원은 "큰 이견은 없지 않느냐. 4월 국회에 처리하면 된다"고 주장하며 "(법안 심사 기일 지정이) 대통령 지시냐, 형님(이상득 의원) 지시냐"고 따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보좌진이 회의장을 진입하려다 경위들에 의해 제지당했고, 곧이어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몸싸움 도중 쓰러져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긴장이 이어졌다. 민주당 최규성 의원, 이석현 의원 등이 회의장 문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자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의장실을 항의 방문해 "회의가 즉각 열릴 수 있도록 의장이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영선 정무위원장 등 한나라당은 정무위 개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역시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무위는 전날 자정까지 회의를 진행하며 금산분리 완화 법안 등을 법안심사소위로 넘기려 했지만 민주당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다만 행정안전위원회는 집시법 등 쟁점법안 일부를 상정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집시법은 직권상정하지 않고 합의처리한다는 조진형 위원장의 약속이 있었다"며 한나라당의 상정 요구를 수용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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