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가 갑자기 취소됐다. 쟁점법안 '직권상정' D-day는 다음주로 일단 넘어가게 됐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3월 3일까지다.
이날 오전 "김형오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취소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오전 내내 김 의장을 방문해 항의하려 했으나 김 의장이 국회 밖에 있어 만나지 못했다.
민주당은 "직권상정 빌미를 주지 않겠다"며 이날 오전 법사위를 열어 비쟁점 법안을 처리해 본회의에 상정하는 등 본회의 개최를 최대한 압박했다.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비쟁점법안을 최대한 처리함으로써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저지 명분을 쌓겠다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었다.
김 의장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원혜영 원내대표는 "임대주택법, 중소기업 수출지원법 등 민생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거나 법사위에서 통과시켜 올릴 예정인데 아무런 이유 없이 본회의를 취소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에 의해 잡힌 본회의 일정을 아무런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의도가 뭐냐"며 "경제 위기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민생법안을 외면하는 근본적 이유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부대표는 "국회법 77조에는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해 필요가 인정될 경우에만 의사일정을 변경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날 본회의 무산에 대한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을 무릅쓰고 별다른 이유 없이 김형오 의장이 예정된 본회의를 취소함에 따라 쟁점법안을 2월 국회 막판에 일괄적으로 직권상정하려는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 축사를 통해 "당리당략으로 토론과 심의를 하지 않다가 큰 것을 잃는 누를 범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김 의장이 성명을 통해 "경제민생 관련 법안을 27일까지 심사를 마쳐달라"는 입장을 밝혔던 것을 감안하면 27일 본회의까지 취소한 것은 미디어법 등도 직권상정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특히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협상 과정 중인데 미디어법을 (직권상정) 한다, 안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나는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다. 미디어법을 제외한다는 것은 아예 틀린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의 본회의 취소 결정은 뚜렷한 절차적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등을 미리 우려한 '상황론'으로 해석된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 뒤 나오지 않고 회기 종료까지 점거농성 태세로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점거농성으로 파행을 빚은 지난 1월 국회 뒤 본회의장 시건장치는 대폭 강화돼 현재로서는 민주당도 정상적 방법 외에 본회의장에 진입할만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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