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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해방' 주도했던 중국 공산당,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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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해방' 주도했던 중국 공산당, 지금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여성노동자 권익보호, 어디까지 왔나

5월 1일은 '국제노동절' 125주년이었다. 한국에서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가정의 달이라는 의미가 강하지만 중국에서는 노동자의 달이라 할 정도로 5월 1일 노동절의 의미가 부각되어 있다. 이는 5월 1일이 중국 법정공휴일인데다가 3일의 연휴가 주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거대 노동인구 규모와 사회주의 체제라는 인식이 결합되어 마치 노동절이 중국 고유의 '노동해방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노동절, 즉 메이데이(May-day)는 자본주의 표상인 미국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던, 1886년 5월 1일 노동자 총파업의 날을 기념한 것이다. 자본주의 노동자들의 유혈로 만들어 낸 노동절이 사회주의 체제에서 새롭게 조명되는 느낌이다.

노동력 착취와 값싼 노동의 대가로 일궈낸 경제성장

시진핑 주석은 5.1 국제노동절 축하대회에서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민의 기본권익 보장을 강조하였다. 특히 노동자의 기본권익이 잘 실현되고 보장되어 광범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률,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도입 40년을 바라보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G2 반열에도 올랐다. 하지만 중국을 세계 거대 경제국으로 이끈 일등공신인 노동자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국의 노동자 권익보호 문제는 계획경제 체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계획경제 체제에서는 노동자원의 계획 및 분배를 국가의 행정관리 방식으로 운영하였다. 때문에 이에 대한 입법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중국 정부도 노동관련 법률의 제정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시장경제체제의 전면적인 실시로 정부에 의한 노동력 직접분배가 줄어들게 되었다. 대신 시장의 노동 수요와 공급에 따라 노동력이 분배되는 노동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풍부하고 유연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거의 40년 동안 해마다 10%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 대국이 됐다. 그런데 화려한 경제성장 이면에 노동력 착취, 양성 불평등, 빈익빈 부익부 등과 같은 사회 불평등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갔다.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임의로 표준임금을 낮추거나, 임금 미납, 근로시간 연장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또 노동계약서 미체결, 단기고용 증가 등으로 노동자의 권익은 더욱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노동취약계층인 여성노동자의 권익 보호는 훨씬 더 취약 할 수밖에 없다.

후퇴하는 여성노동자 권익보호

실제 2006년, 2008년 <중국 성별 평등과 여성발전보고>에 따르면, 1988년 여성의 임금수준은 남성의 84% 수준이었는데 1995년 82%, 2005년에는 72%로 떨어졌다. 경제성장에 따른 성별 임금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14년 중국민주동맹 중앙부녀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9.8%의 여대생들이 취업에 있어서 자주 성차별을 느낀다고 대답했으며, 66.2%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직장을 구하기 힘들다고 대답했다.

여성노동자의 권익침해 현상은 비단 중국의 문제뿐만 아니다. 한국에서도 직장에서 여성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유교문화권의 전통 관념인 '남존여비' 사상이 사회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일 것이다. 아직도 직장보다는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보다 강조되는 사회 풍조가 남아 있는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신(新)중국 건설 이후 중국 정부가 주도하여 일궈냈던 여성해방과 사회참여 촉진 운동이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1954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농업생산합작사 발전에 관한 결의'를 통해 남녀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규정했다. 이로써 경제활동에 있어 여성의 차별이 금지됐다. 또한 제도적 측면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사회적 지위를 향상하는 데 중요한 근간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관념을 전환하면서 사회 전반에 양성평등 분위기를 조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으로 정부의 여성차별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약화됐다. 더욱이 맹목적인 시장원리의 추구로 남성과는 달리 생리주기, 출산 및 육아 등을 필연적으로 겪는 여성은 자연스럽게 경쟁구도에서 밀리게 되었다. 여성의 이러한 생리적 특성은 미래가치를 따졌을 때, 결코 단순히 시장경쟁원리를 적용할 문제는 아니다. 과거 중국 정부가 주도했듯 여성 권익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보다 강화한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차별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만의 색깔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여성노동권익 보호 장치, 한국은 안전한가?

중국의 현실이 이렇다 해도 한국보다 못하지 않다. 중국 정부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1995년 '노동법'(劳动法) 시행을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서 '노동계약법'(劳动合同法, 2008), '취업촉진법'(就业促进法, 2007), '노동분쟁조정중재법'(劳动争议调解仲裁法, 2007), '사회보험법'(社会保险法) 등 관련 법률을 연이어 제정하였다. 각 법률에서 남녀평등, 여성노동자 특별보호에 관한 규정을 명문화 하고 있다. 특히 '여성노동자보건업무규정'(女职工保健工作规定, 1988), '여성노동자출산대우문제에관한통지'(劳动部关于女职工生育待遇若干问题的通知, 1988), '여성노동자노동특별보호규정'(2012)을 제정을 통해 여성의 출산, 생리, 육아 등에 관한 권익보호를 확대시켰다.

한국도 제도적 차원에서는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이하 남녀고용평등법) 등 제정을 통해 여성노동인권보장을 위한 체제 구축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 특히 남녀고용평등법의 개정은 육아기의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 휴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여성에 대한 권익 보호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모두 여성노동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가 현실에서는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양국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필요한 만큼의 사회적 배려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더 심하게 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이 출산 및 육아 휴직을 써야하는 20~30대 미혼 여성의 채용을 기피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 중 하나다.

법률·제도가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현실에서 작동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여성노동자를 배려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여성노동자가 필연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문제를 단순히 여성노동자가 가지는 '결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국가와 개인이 함께 배려하고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로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윤성혜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법률연구소의 연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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