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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고 가겠다" 유서…하이디스에 무슨 일?

대량 해고도 모자라…"노동절 집회 갔다고 손배소 압박"

정리해고와 기술 먹튀로 '제2의 쌍용차'라고 불리고 있는 하이디스테크놀로지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최근까지 노조에 대한 사측의 손배소 및 희망퇴직 압박이 거셌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는 12일 "열사가 선택한 죽음은 하이디스 전인수 대표이사를 비롯한 하이디스 자본의 무책임한 정리해고와 먹튀 행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날 설악산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배재형(44) 전 지회장의 유서를 공개했다.

노동절 집회 참석했다고 '손배소' 압박

배 전 지회장의 유서는 수첩 4쪽 분량으로 각각 가족과 노조 동료들, 친구 앞으로 남긴 것이다.

▲지난 11일 설악산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배재형 전 지회장이 남긴 유서. ⓒ금속노조
특히 '동지들' 앞으로 쓴 유서엔 "제가 다 책임지고 이렇게 갑니다. 제가 다 주동했고 선동했고 5/1일에 제가 다 했습니다. 동지들 끝까지 잘 싸워서 꼭 이겨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에 따르면, 하이디스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1일 노동절 집회에 참석했으며 이후 회사 측은 이들의 노동절 휴무를 '무단 결근'으로 간주해 회사의 피해 금액에 관한 손배소 청구 등 법적 조치와 징계를 하겠다고 압박해 왔다.

이와 관련해 지회는 "5월1일 노동절은 단체협약에 명시된 명백한 휴일"이라며 "노조를 무력화 시키려는 회사의 횡포"라고 맞서 왔다.

노조 관계자는 "'제가 다 책임지고 간다'는 유서 내용은 회사의 계속된 협박으로 심리적인 부담이 큰 상황에서 배 전 지회장 본인이 다 떠안고 가겠다는 얘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조는 배 전 지회장이 실종 이틀 전인 지난 4일 전인석 사장과 면담을 했으며, 이 자리에서 전 사장이 '희망퇴직과 시설청정라인(시설 관리팀)의 아웃소싱을 수용하지 않으면 노동절 휴무와 관련해 손배소와 고소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디스 측은 전 사장이 배 전 지회장을 만나긴 했지만 손배소 등을 거론하며 협박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회사가 조합원들의 노동절 휴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하며 사내 게시판에 공지한 글.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먹튀 기업' 하이디스, 제2의 쌍용차 되나

하이디스는 대만계 투자기업이 대주주인 LCD제조업체로, 국내 개발 기술로 연간 1000억 원대의 기술료를 벌어들이면서도 회사 경영이 어렵다며 대규모 정리해고와 공장 폐쇄를 단행해 논란을 빚어왔다.

현대전자의 LCD 사업부로 출발한 하이디스는 현대전자 부도 이후 중국 비오이, 대만 이잉크 등 해외 자본에 잇따라 매각되면서 꾸준히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엔 LCD 생산 경험이 없던 중국 비오이사가 하이디스의 기술 자료를 유출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1월 직원 377명에 대한 정리해고와 공장 폐쇄를 통보했던 하이디스는 결국 지난 3월 말 공장을 폐쇄했고, 정리해고 대상자 377명 중 희망퇴직을 거부한 82명을 해고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에도 직원 450여 명을 대규모 해고한 바 있다.

숨진 배 전 지회장은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시설청정라인'(시설 관리) 소속으로, 공장 폐쇄 후에도 외부에 임대한 공장 일부 시설의 관리를 위해 근무해 왓다.

노조 간부였던 그는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지난 2월 대만에서 진행된 원정 투쟁에도 참여하는 등 노력했으나 결국 대규모 해고를 막지 못해 크게 낙담해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속노조는 투쟁대책위를 구성하고 고인의 죽음에 대한 회사의 책임 인정과 책임자 처벌, 공장 폐쇄 및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오는 14일 결의대회를 여는 등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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