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 결산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2014시즌 17년 만에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1위의 자리를 되찾았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볼티모어는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출신 우완 투수 윤석민과 2013시즌 부활의 조짐을 보였던 우발도 히메네즈를 영입했고, 'FA 미아'가 될 뻔한 외야수 넬슨 크루즈와 계약했다. 그러나 야심 찬 보강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주포' 크리스 데이비스는 극도의 부진을 겪었고, 주전 포수 맷 위터스, 3루수 매니 마차도는 부상으로 결장했다. 에이스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히메네스는 초라한 성적을 냈고, 4월까지 좋은 성적을 남기던 새로운 마무리 토미 헌터도 5월 들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투수진 운영에선 쇼월터 감독 특유의 냉철한 판단력이 빛났다.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한 히메네즈를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고, 토미 헌터가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자 재빨리 좌완 투수 잭 브리튼으로 마무리 투수를 변경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선발 투수진이 한계 투구 수에 도달하면 칼같이 교체했고, 남은 이닝은 철벽 구원 투수진이 지켜냈다. 대런 오데이, 라이언 웹, (시즌 중반 영입한) 앤드루 밀러, T.J. 맥팔랜드 등 기용 가능한 모든 구원 투수들이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쇼월터 감독이 투수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며 관리했기 때문이다. 볼티모어의 구원 투수진은 507.2이닝(ML 8위)을 책임졌지만, 잭 브리튼(76.1이닝)을 제외하면 70이닝을 넘긴 선수가 없었다.
포스트시즌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으나, '돌풍의 팀'이었던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4연패로 탈락했다. 캔자스시티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라는 평가를 받던 장타력이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철저하게 봉쇄됐기 때문이었다.
2014시즌 MVP
감독 벅 쇼월터는 선수 시절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소속팀 뉴욕 양키스의 같은 포지션(1루)에는 '캡틴' 돈 매팅리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쇼월터는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른 은퇴는 전화위복이 됐다. 1990년 3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코칭스태프로 승진했고, 1992년부터 뉴욕 양키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쇼월터는 이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치며 '리빌딩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고, 2010년 8월부터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맡기 시작했다.
2014시즌, 주축 타자들의 부상과 주축 투수들의 부진에도 볼티모어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쇼월터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 덕분이었다. 특유의 냉철한 판단력으로 주전 마무리 투수와 에이스 투수의 보직을 변경했고, 명성이나 몸값에 구애받지 않으며 '깜짝 스타'를 만들어냈다. 따라서 전미기자협회(BBWAA)는 30장의 1위 표 중 25장을 쇼월터 감독에게 던졌고, 쇼월터 감독은 개인 통산 3번째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놀라운 점은 불같은 성격으로 선수들을 윽박지르던 이전 모습과는 달리, 2014시즌 쇼월터는 선수들의 장난을 스스럼없이 받아주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과거에는 자신만의 규율을 만들고, 선수들의 옷차림까지도 관리하려고 했던 쇼월터다. 천지가 개벽할 만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이런 변화야말로 볼티모어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비결이 아니었을까.
스토브리그
겨우내 ML 홈런 1위 넬슨 크루즈, 프랜차이즈 스타 닉 마카키스, 시즌 중반 영입한 앤드루 밀러, 포수 닉 헌들리가 팀을 떠났다. 34세에 접어드는 넬슨 크루즈를 무리해서 잡지 않은 것은 현명했다. 그 자리는 깜짝 등장한 스티브 피어스가 대체할 예정이다. 애틀랜타와 4년 4400만 달러에 계약한 마카키스를 잡지 않은 대신, 트래비스 스나이더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은 오히려 전력을 강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스나이더는 아직 27세에 불과하며, 지난 시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게다가 FA 전까지 두 시즌이 남아 있다. 구원 투수진에서 앤드루 밀러가 빠진 점 역시 밀러의 몸값(3600만 달러)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행보다. 최근에는 에버스 카브레라를 영입하며 내야진을 강화했다.
2015시즌 전망
볼티모어는 지난 시즌 AL 동부에서 여유로운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5시즌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겨우내 거액의 돈을 투자하며 전력을 보강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 겨울 오리올스를 두고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믿을만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매니 마차도, 맷 위터스, 크리스 데이비스가 복귀할 예정이다. 2015년 복귀할 세 명의 타자가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둔다면 볼티모어 타선도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준 투수진도 건재하다. 밀러가 떠났지만, 밀러 영입 전에도 이미 볼티모어의 구원 투수진은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볼티모어가 가진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명장' 쇼월터와 '유능한 단장' 댄 듀켓이다.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의 특성상 시즌 중에는 필연적으로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두 사람은 2014년 시즌을 치르는 동안 발생하는 변수에 대해 누구보다도 능숙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2015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15 예상 라인업1번 좌익 좌 알레한드로 데 아자2번 3루 우 매니 마차도3번 중견 우 아담 존스4번 1루 좌 크리스 데이비스5번 우익 우 스티브 피어스6번 포수 양 맷 위터스7번 유격 우 J.J. 하디8번 지명 우 델몬 영9번 2루 우 조나단 스쿱2015 예상 로테이션1선발 우 크리스 틸먼2선발 좌 첸 웨인3선발 우 케빈 가우스먼4선발 우 미구엘 곤잘레스5선발 우 버드 노리스마무리 우 잭 브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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