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2일 "돌이켜보면 우리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불충(不忠)한 일들이 있어 위로는 대통령님께, 나아가서는 국민과 나라에 많은 걱정을 끼친 일들이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비서실 시무식에서 "충(忠)이 무언가, 한자로 쓰면 중심이다. 중심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금년에는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이곳에 일한다는 영광이 자기 자신을 위해 있다는 이기심, 다른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여기 근무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기강을 보다 더 확립해야 한다. 군기가 문란한 군대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없고 기강이 문란한 정부조직이나 집단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없다"며 "청와대에서 국가원수를 모시고 근무하는 우리들의 가슴이나 머릿속에 자기 개인의 영달이나 이익을 위해 이 직위를 이용하거나 활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정윤회 씨 관련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으로 불거진 청와대 비서관들의 국정농단 의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이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관한 각오를 다지며 "30년간의 성장과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룩하시겠다는 대통령의 철학이 꼭 구현될 수 있도록 허리띠를 졸라매고 분발하고 열심히 보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개혁의 선봉장이 돼야 하기 때문에 마땅히 자기 자신부터 개혁을 해서 개혁 선봉장의 자격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 명제를 위해서 물러설 길이 없다. 배수의 진을 치고 옛 고사에 나오듯이 파부침주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실장은 "그런 점에서 올해 비서실이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막중하다. 대통령의 임기가 3년차에 접어든다"면서 "마라톤의 반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고 성공한 박근혜 정부의 종착역을 향해 최선을 다해서 뛰어야 할 때"라고 했다.
김 실장이 '배수의 진'까지 언급하며 청와대 비서실 군기잡기에 나서자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서실장 교체설이 다시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인적 쇄신 당사자로 지목된 김 실장이지만, 박 대통령이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기에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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