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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 "1월에 만나자"…북한 나올까?

정책 자문기구라던 통준위, 남북대화까지?

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명의로 북한에 내년 1월 상호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갖자고 제안했다. 지난 10월 2차 남북고위급접촉이 무산된 이후 처음으로 제안한 남북 간 대화에 북한이 호응해 나올지 주목된다.

29일 통일준비위원회 정부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오전 브리핑을 갖고 "내년 1월 중에 남북 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가질 것을 북측에 공식적으로 제의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 만남을 통해 설 전에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내년 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어 류 장관은 "통일준비위원회 정부 부위원장과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이 서울이나 평양 또는 기타 남북이 상호 합의한 장소에서 북측과 만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이번 대화 제의의 주체가 통준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2014년을 사흘 남겨둔 시점에서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와 남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등이 종료된 이후 이에 따라 남북이 대화나 접촉을 위해 움직였던 과거 전례에 비춰봤을 때 사뭇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남북관계를 보다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포석을 깔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이번 제안에 호응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 내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류 장관이 5.24조치 해제와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현안들을 대화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며 이 문제들을 큰 틀에서 맞교환할 수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바 있어, 이번 제안이 이같은 정부의 복안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출발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류길재(가운데) 통일부장관이 '새해 통일기반 구축에 관한 통일준비위원회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정종욱 통준위 민간 부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대화에 응할까

문제는 북한이 이번 제안에 응할지 여부다. 이번 제안은 통일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실 등 박근혜 정부 들어 북한과 주로 대화하거나 접촉했던 채널이 아닌, 통준위 차원에서의 제안인데, 북한이 그간 통준위를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로 간주하며 노골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정부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준위 차원으로 대화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류 장관은 "내년에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다. 통일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만 되는 그런 중요한 시점"이라며 "통일준비위원회가 해온 활동들과 내년의 계획들을 북측에 설명을 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업들은 함께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준비는 주제와 의제에 걸맞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통준위와의 대화를 거부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류 장관은 "북이 통준위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준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통일준비위원회가 북이 생각하는 그런 식의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준위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위원회에서 많은 과제를 검토해왔고 내년에는 그 과제들이 정책으로 반영돼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면서 "정부 정책으로 우리의 구상을 구체화하기 전에 북한 측 대표들을 만나서 우리들 입장을 설명 해주고 북측의 호응을 얻어야 되겠다는 필요성을 느껴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부위원장은 북측이 통준위 활동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문화분과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성재 분과위원장께서 두 차례에 걸쳐 개성을 방문한 바 있고, 그 전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개성을 방문한 적도 있다"며 북한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 부위원장이 사례로 든 김성재 분과위원장의 개성 방문은 통준위 분과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아닌,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의 자격으로 방문한 것이라 북한이 통준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충분치 못한 근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준위, 정책 집행하는 기구 아니라더니

한편으로는 통준위가 출범할 당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라는 성격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화의 전면에 나서는 것이 대북 정책을 실행해 나가는 데 있어 바람직한 전략인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청와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통준위의 성격에 대해 "앞으로 통일준비를 위한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제반 분야별 통일준비과제를 발굴, 연구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인식 통합과 사회적 합의를 촉진하고 정부기관, 사회단체 연구기관 간 협력을 통해 통일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 수석의 설명처럼 통준위는 애초에 남북대화나 남북관계 실무의 전면에 서기보다는 자문의 성격이 강한 기구였다. 이 때문에 출범 당시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성격이 겹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당시 통일부 당국자 역시 기자들과 만나 통준위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구는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가 있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통준위는 남북관계의 전면에 등장했다. 그것도 남북 간 다른 사업들과는 달리 다소 특수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남북 당국 대화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성격은 싱크탱크이고 형태는 '민'과 '관'이 합쳐져 있는 통준위가 실제 남북대화의 국면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이같이 통준위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른바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강박관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박근혜 정부는 회담 수석대표의 '급'(級)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관급 회담을 사실상 무산시킨 바 있다. 북측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남한의 통일부는 급이 맞지 않는데도 그동안 장관급 회담을 이어왔고, 이러한 잘못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문기구의 성격에 가까운 통준위 부위원장을 당국 회담 대표에 내세우는 것이 정부가 말한 이른바 '급'이 맞는 회담 대표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북한에는 통준위와 같은 기구도 별도로 없는 상황이라 이 대화가 성사된다면 어떤 인물이 수석대표로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 차와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이른바 '이벤트성'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고자 이같은 선택을 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본 상황에서 나온 제의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이끌고 있는 통준위 사업의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적인 처방을 내린 것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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