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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당도 해산되는데 언론사라고 무사하겠어요?"

[이 주의 조합원] 2030 대의원 정혁 조합원

"정당도 해산되는 마당에, 언론사라고 무사하겠어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돌아온 반문이었다. 마침 인터뷰가 이뤄진 19일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린 날. 대선 2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2년 전 TV토론에서 몰아붙인 '다카키 마사오'에 대한 치졸한 복수극의 결말일까.

대한민국은 첫 진보정당의 당수 조봉암을 간첩 혐의로 사형시키더니, 그로부터 반 세기가 지나서는 아예 당을 사형시켰다.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에 대해 여론도 완전히 엇갈렸다. 대선 2년 후, 대통령이 공언했던 '100% 대한민국'의 풍경이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이 만난 '이 주의 조합원' 정혁(2030 대의원) 조합원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긴 시간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통합진보당 지지자는 아니라면서도, 해산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시체 붙들고 정신승리 하는 거죠. 힘도 없는 군소정당 하나 해산한다고 정권이 그렇게 이득 볼 것도 없는데. 헌재 결정문을 보면 통합진보당이 무슨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내란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게 실현 가능한 일이기나 한가요.

이석기 사건이 났을 때도 저는 말 그대로 대수롭지 않게 봤어요. 통합진보당 일부 세력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심각한 판단 착오에, 정신세계가 과거에 묶여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지만, 실제 실행에 옮긴다고 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정당 해산이라고 하니까…정당해산심판이란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가, 원래는 정권의 야당 탄압을 막기 위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완전히 거꾸로 간 거죠. 9명 중 8명이 인용했다는데,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정 조합원의 지적대로, 헌재는 정당 민주주의 보호라는 '방패'는 내동댕이치고 야당을 대상으로 '칼'만 휘두른 셈이 됐다. 유일한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정당해산제도는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한다"며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지만, '소수 의견'에 그쳤다.

과거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가 탈당했다는 정 조합원은 이제서야 '후회'가 남는다고 했다.

"당적을 갖고 있을 때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후회가 남기는 해요. 한 때 국회 의석을 10석까지 갖고 있었고, 분위기를 보면 어떻게든 잘 될 것이라고 믿었던 거죠. 그 때는 지금보다 어렸고 당 활동도 열심히 참여했던 것은 아니지만당원으로 있었을 때,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 등 당내에 산적해 있던 문제들을 털고 가지 못했던 게 이런 사태를 불러오지 않았나…. 오늘 선고를 보면서 저 자신에겐 그런 후회가 남는 거죠."

정 조합원 뿐만 아니라, 많은 진보정당 지지자들에게 남은 일종의 '회한'이자 '풀지 못한 숙제'일 것이다. 분당과 합당, 다시 분당으로 이어지는 지난한 과정, 고사 상태에 이른 진보정치. 끝을 모르고 계속된 내리막길의 정점이 어쩌면 이번 헌재의 결정이 아닐지.
"이번 해산 판결로 앞으로 양당 외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제3의 정치세력이 위축되고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데 실패한다면, 그래서 결국 양당 외의 정치세력이 고사한다면, 정말 이곳은 전체주의적인 사회가 될 것 같아요.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는데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걸 보면, 그런 미래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이렇게 점점 양당제로 고착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미국처럼, 일종의 정치의 '과점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결코 진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두 정당 외의 다른 목소리는 더 나오기 힘들어지겠죠. 그런 면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자체도 문제지만, 앞으로 정당정치의 위축이란 면에서 더 큰 문제가 계속될 것 같아요."

긴 시간 열변을 쏟아낸 정 조합원은 마지막으로 '프레시안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정당도 해산되는 마당에 언론사라고 무사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농담이라고 웃고 넘길 이야기만은 아니다. 정 조합원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수준으로는 이제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 대표자로 선출된 정당도 정권에 의해, 헌재에 의해 해산이 됐단 말이죠. 이 정부 들어 민주노총 사무실에 공권력이 들어가기도 하고. 언론도 이제 안위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박근혜 정부 들어 여기저기서 '민주주의를 지키자', '민주주의를 회복하자'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이제 '지키는' 수준으론 안 될 것 같아요. 그러기엔 너무 후퇴해 버렸고, 너무 많이 밀려온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언론도, 기계적 중립성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일까를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최후까지 밀린 상황에서, 언론에게 중립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언론협동조합이니 이제 그런 부분을 조합원들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기사에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도 고민했으면 하고요."

다음에 만날 땐 용산참사로 사라졌다가 최근에 다신 문을 연 호프집 '레아'에서 보기로 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언론사라고 무사하겠느냐"라는 그의 '우스갯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다들, 무사하신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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