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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성추행부터 정윤회 문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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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성추행부터 정윤회 문건까지

[기고] 거꾸로 가는 박근혜 정부

요즘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 와중에 사건연루 의혹을 받던 경찰관계자가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해 그 여파 또한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채 2년도 안 되는 시점에서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레임 덕’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우려스러운 분위기이다.
   
이와 더불어 권력의 중추인 청와대와 관련된 보도를 통해 접하는 단어들이 우리 사회와 너무 동떨어진 것들이어서 내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즉, 문고리권력, 십상시, 만기친람, 각하(용어)의 부활 등은 물론이고 현직 장관이 외국 출장 중에 현지에서 면직되지를 않나 청와대비서관이 파직되는 상황에서 짐 정리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는 언론보도 등은 70년대 개발독재 시대에도 듣지 못하던 말들이다.
   
여러 통계지표에 나와 있듯이 한국은 지금 세계 제1의 정보화(IT)사회 선두를 달리고 있다.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 국민에게 전달되는 때이다. 이러한 디지털시대에 시대착오적인 아날로그식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각하’라는 말만 해도 그렇다. 이 말은 왕조시대에 내각의 대신(장관)들에게 쓰던 경칭이었다. 1950년대 자유당시절 이모 내무장관이 당시 이승만대통령에게 했다는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는 말이 회자되면서 이 말이 속칭 ‘높은 분’에 대한 경칭으로 알려진 이래 1980년대에는 남덕우 국무총리가 비서진이 자신을 ‘각하’로 호칭하는 것을 불편해 해서 금지시켰던 일화도 있다. 
   
여하튼 김영삼 문민정부 출범이래 민주화바람을 타고 사라졌던 용어가 갑자기 나오는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유신 독재시대에 대한 향수의 발로라고 비판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호칭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가진 박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그런 용어를 썼다면 아부·아첨은 차치하고 애교라고도 봐줄 수 있을지 모르나 민의와 민심을 대통령과 정부에 반영하며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할 원내 집권여당(다수당)의 대표가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 
    
김영삼 정부시절 노동부장관을 지낸 남재희 씨도 최근 한 언론에서 “대통령이 구름위에 있으면서 교주처럼 하명을 하니까 내각이 받아 적기나 하고 창의력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 최근의 국정난맥상은 소통부재의 박근혜정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 시피 현 정부의 경제살리기 최대 화두가 대선공약인 ‘창조경제’이다. 외부소통은 고사하고 ‘십상시’, ‘각하’ 호칭 부활, ‘받아적기’ 장관이 있는 곳에서는 ‘창조’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이다. 
   
정윤회 문건파문은 차치하고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박근혜정부가 무엇을 잘 못하고 있는지를 한 번 살펴보자.
   
첫째, 현 정부는 대선공약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는 기치아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기존의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꿔 새 간판을 내 걸었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사건 이후에도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새로 출범한 ‘국민안전처’도 국민생활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다. 
    
둘째, 통일은 말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데 마치 남북통일이 임박이라도 한 양 성급하게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위정자들에게 ‘흡수통일’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남북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만들었고 대북전단 살포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저들에게 우리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부인 할 수 없다.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중·장기적 통일대업의 실현을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슬기로운 대북청책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셋째, ‘창조경제’ 기치 아래 ‘미래창조과학부’까지 신설하며 올인했으나 우리 경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중.소 상인 등 서민경제가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상복지 논란도 결국 박근혜대선 공약인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하다’는 허언에서 비롯된다. 모범답안은 ‘증세 없이는 복지가 불가능하다’인데 세수를 간접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법인세나 상속세 등 직접세 증세에서 찾아야 한다. 담배세나 공공요금인상 등은 결국 고달픈 서민생활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넷째,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4대악(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근절 대책 중 가장 크게 비중을 두고 있는 성폭력은 오히려 현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경찰청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4대악 집중단속기간 동안(2013. 2. 25〜6. 30) 무려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이 또한 빌 공자 공약(空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끝으로 김영삼정부 시절 한 때 유행했던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박근혜정부에 들어와서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다시피 한 현 상황을 뼈아프게 반성해서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박 대통령 취임 초 방미 정상외교 수행 중에 일어난 전대미문의 성추행 사건으로 현지에서 전격 경질된 청와대대변인이나 이번 정윤회 문건 파문의 핵심인물인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결국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2000년 6월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된 이래 역대정부 취임 초기 가장 많은 고위공직후보자가 낙마(2명의 총리지명자 중도사퇴 포함)한 것도 결국은 귀책사유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인사제도의 쇄신이 없이는 향후 더 큰 내홍에 직면하게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될 경우, 박근혜 정부는 ‘인사가 망사’되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요컨대, 항간에 떠도는 이른바 박근혜식 ‘수첩인사,’ ‘회전문인사’를 불식시키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결론적으로 국민대중은 그것이 공약이든 정부정책이든 백 마디의 말보다 한 가지라도 실천과 실행을 피부로 느끼기를 원한다. 따라서 정부와 집권 여당은 2015년 대망의 새해를 맞아 심기일전해서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국정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국리민복을 위해 진력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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