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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84번 계약갱신 끝 '알바'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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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84번 계약갱신 끝 '알바' 해고

청년유니온 "롯데호텔, 중노위 판정대로 부당 해고자 원직 복직"

롯데호텔에서 3개월간 무려 84회의 일용직 근로 계약 갱신을 반복하며 일한 청년 아르바이트생이 부당하게 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해당 청년의 원직 복직을 판정했지만, 롯데호텔 측은 복직을 미루고 있어 '또 하나의 갑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년유니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참여연대는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호텔 송용덕 대표이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 판정을 받은 청년유니온 조합원 김영 씨를 원직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22) 씨는 '장기간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구인 공고를 보고 지난해 12월 10일부터 롯데호텔 뷔페식당에 취직했고, 3개월 동안 매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총 84회의 근로 계약을 갱신하며 주 47시간씩 일했다.

그러다 지난 3월 26일 김 씨는 자신이 작성한 근로계약서 항목 가운데 "기타 본 계약이 명시하지 아니한 내용은 사용자가 별도로 정한 규정 및 근로기준법 등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롯데호텔 측에 취업규칙 열람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3일 뒤인 3월 29일, 김 씨는 돌연 롯데호텔 인력 공급업체를 통해 "내일부터 당장 남자 아르바이트가 필요 없으니 더는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듣고 이튿날 해고됐다.

▲ 청년유니온 회원 등이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롯데호텔 사장님, 우리 영이 다시 일하게 해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청년유니온 조합원이었던 김 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1월 11일 "롯데호텔 송용덕 대표이사는 30일 이내에 '부당 해고'를 당한 김 씨를 원직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하라"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서가 송달되기 직전인 지난 11일까지 롯데호텔 인사 책임자는 김 씨를 수차례 찾아와서 합의를 종용했다. 이 관계자는 김 씨에게 "중노위 판정이 나오면 이행강제금을 물더라도 원직 복직시킬 의사가 없고, 행정 소송을 제기해서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주 47시간 풀타임 근로 자리에는 처음부터 정규직 혹은 정규직 수준의 근로 계약을 체결했어야 한다"며 "롯데호텔 측이 84일이나 반복되는 일용직 근로 계약을 한 것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중노위 판정에 대해 이 소장은 "비정규직일지라도 3~4회 이상 계약을 갱신하면 정규직으로 보는 법리가 있는데, 중노위가 한시적 계약을 맺은 노동자일지라도 상시 업무에 종사할 경우에 '고용 연장 기대권'을 인정하는 의미 있는 판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김 씨는 '롯데호텔 송용덕 사장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며 "사장님은 저를 정확히 기억하시지는 못하겠지만, 저는 사장님의 도장이 찍힌 근로계약서를 84번이나 작성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 씨는 "학업 때문에 서울에 상경해 고시원에서 자취를 하던 제게, 하루 두 끼 식사와 최저임금 이상을 제공했던 롯데호텔 일자리는 비록 비정규직이었지만 괜찮은 일자리였다"며 "롯데호텔이 원직 복직을 미루는 것이 제게는 큰 상처이자, 경제적인 어려움이 된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인정하고 저를 복직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김 씨는 송용덕 사장에게 "마지막으로 제 사건을 빌미로 현재 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와 같은 일용직 근로자에게 그 어떤 불이익도 가하지 말아 달라.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용직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한다"라는 말로 편지를 끝맺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김 씨는 김민수 청년유니온 회장과 함께 롯데백화점 본점 옆에 있는 롯데호텔로 찾아가 인사 담당자에게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결과와 자신이 쓴 편지를 전달하려 했으나, 롯데호텔 안전실 담당자들이 이들을 제지해 20여 분간 실갱이 끝에 돌아갔다.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왼쪽)과 김영 조합원(오른쪽). 이들은 롯데호텔 측에 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편지를 전달하려 했으나 보안 요원의 제지로 돌아갔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롯데호텔 안전실 관계자는 "받을 담당자가 없으니 문서를 우편으로 보내주면 전달하겠다. (김 씨와 김민수 위원장) 두 명이 들어가는 것도 허락할 수 없다. 왜 단체로 오시느냐"고 말했다. 이남신 소장이 "알리려고 오는 거예요"라고 말하자, 이 관계자는 "우린 알리는 걸 막으려는 거예요"라고 대꾸했다.
롯데호텔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내용을 가지고 관련 부서가 대응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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