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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세월호' 오룡호, 사고원인도 대책도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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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세월호' 오룡호, 사고원인도 대책도 '판박이'

실종자 잇따라 시신으로 발견…국민안전처 역할도 논란

러시아 베링 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소속 명태잡이 어선 '501 오룡호'의 실종자 상당수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다.

외교부는 3일 하루 동안 총 11명의 실종자가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견된 시신 중 한국인은 3명, 인도네시아인 7명, 필리핀인은 1명이다. 사고 발생 이후 사흘이 지난 현 시점까지 남은 실종자는 총 41명이다.

수습된 시신 가운데 한국인 3명의 신원은 김태중(냉동사·55), 김범훈(2항사·24), 김순홍(3항사·21)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한국인 사망자는 사고 첫날 구명 뗏목을 타고 탈출했다가 저체온증으로 숨진 이장순(조기장·50)씨를 포함해 총 4명으로 늘었다.

희생자들은 러시아 국적의 선박 카롤리나 77호에 의해 인양됐다. 대다수의 시신이 사고 해역으로부터 약 7해리 (약 13킬로미터)떨어진 지점에서 인양됐다. 발견된 시신이 구명복을 입고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사조산업 부산본부에서 선원가족들이 구조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현지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 및 수색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시간으로 오늘 오전 6시 30분 구조작업이 재개됐는데 파도가 여전히 높다"며 "구조 수색 작업을 진행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후된 선박과 무리한 조업이 사고원인?

한편 오룡호의 침몰 원인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선박이 건조된 지 36년이나 지나 노후한데다가 사측의 무리한 조업 지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 사고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조산업 측은 사고 발생 이후 사고 원인에 대해 어획물 처리실에 잡은 고기들을 넣는 작업을 하는데 한꺼번에 많은 물이 들어왔고 잡아놓은 물고기 때문에 배수구가 막혀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선원들이 배가 평형상태로 복원됐다고 판단, 펌프로 배수작업을 진행했는데 갑자기 배가 심하게 기울어 오후 4시경 퇴선 명령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이러한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룡호 선체가 낡아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획물 처리실에 한꺼번에 많은 물이 들어온 것도 선체에 구멍이 생겨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또 실종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아무리 많은 양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어획물 처리실에 들어왔다고 해도 어획물 처리실의 배수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면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던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선체 구멍이든 배수 시스템 작동 문제든 선박 자체에 문제가 있어 사고가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해당 선박이 지난 7월 10일 출항 전 점검을 마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측은 오룡호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고 2010년 러시아에서 국내로 들여올 때 러시아선급에서 검사를 받았으며 올해 2월 한국선급의 검사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노후된 선박이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해양수산부는 "국제협약이나 외국을 봐도 선령을 제한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선령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무리한 조업을 주문한 사측의 지시가 이번 사고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 선원들과 했던 통화에서 할당받은 어획량을 이미 달성했는데 사측에서 추가 조업지시를 내렸다는 말을 이에 대한 근거로 삼고 있다.

어획 목표량에 대해 사측은 한국과 러시아 정부 간 협상으로 3만 톤을 할당받았는데 애초 할당량도 어획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에서 추가로 1만 톤을 더 할당해줬기 때문에 국내 5개 원양업체 소속 어선 5척이 조업을 연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상 상황이 나쁠 때 조업 여부는 현장에 있는 선장이 전적으로 결정한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사고 해역인 베링 해는 파도 높이 4m가 돼도 양호한 날씨라고 간주하고 평균 수온이 영하를 밑돌 정도로 기본적인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후된 배를 이용해 추가적인 작업지시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고의 원인을 잉태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안전처, 뭐하고 있나

이번 오룡호 침몰 사고는 지난 11월 19일 재난 사고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기 위해 새롭게 출범한 국민안전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를 평가받는 첫 시험대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고 대응 및 수습 과정을 지켜봤을 때 안전처가 이렇다 할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처는 사고 직후 "원양어선 출항 허가는 해수부에서 하기 때문에 501오룡호의 승선 인원과 배 제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해수부에서 파악해야 한다"며 "안전처는 러시아로부터 사고와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재난 안전 총괄부서의 입장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대응이었다.

▲ '501오룡호'가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1일 오후 서울 외교부에서 열린 '구조 및 사후수습을 위한 정부 합동 대책회의'에서 이명렬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사고 대응과 수습은 외교부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난 1일 밤 10시 외교부와 해수부, 안전처가 참석한 정부합동대책회의 이후 정부는 주무 부처가 외교부라고 밝혔다. 사고 발생 이후 사흘 동안 안전처가 한 일이라고는 러시아로부터 신고를 접수해서 관계기관에 전달한 것이 전부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일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안전본부에서 위성조난신고를 접수해서 이를 외교부와 해수부에 전파"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처 역할과 관련 3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해외에서의 민원 사고는 우리나라의 행정력이나 자원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장소에서의 가용 자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외교부가 주무 부처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14조 '중앙대책본부의 본부장은 국민안전처장관이 되며(...)다만, 해외재난의 경우에는 외교부장관이(...)권한을 행사한다'는 조항을 근거 삼아 "관계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대책본부에는 국민안전처, 해양수산부 등이 함께하고 있다"며 "실제 해당 부처의 직원들이 파견 나와서 각자 맡은 분야에서 할 일을 하는데, 본부는 외교부에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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