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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일베'…"증오 범죄로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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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거리로 나온 '일베'…"증오 범죄로 처벌해야"

[토론회] 한국의 일베와 일본 '재특회', 차이점과 공통점은?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증오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일베가 기존 온라인 차원을 넘어 세월호 유족들을 조롱하는 '광화문 폭식 퍼포먼스'나 서북청년단 재건위의 '리본 철거' 등 실제적 행동으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한 우려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은 10일 자신과 추미애·신경민 의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 '거리로 나온 일베,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한국이) 미국식 증오범죄(hate crime) 개념과 법적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적 범죄 상황과 형사사법 체제에 맞는 증오범죄의 개념을 정립하고 입법에 대한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혐오발화'(hate speech)는 인종, 종교, 나이, 장애, 성적지향 등을 근거로 선동적이고 모욕적이면서 위협적으로 사회적 소수자인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공격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사회에 내재한 증오·편견과 그에 기반한 혐오발화의 사회적 위험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학대·협박·단순폭행 같은 행위도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일베 현상을 "병리행위"로 규정하고 "'폭식 퍼포먼스'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갖추려 해왔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집단지성, 민주성이 후퇴했다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추 의원은 "병리현상으로서 공공적 문제로 인식하고 치유에 나서야 한다"며 "야당 또는 야권 지지자들에게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나아가 "(혐오발화가) 정권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 이 정권이 이런 반사회적 행동양식을 절대 용납하지 않고, 노동자·약자에게 공권력을 투입하듯 엄단한다면 이들이 완장을 차고 거리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일본 정권이) 아베 정권이 아니라면 재특회가 도쿄(東京) 시내를 누비지 못했을 것처럼, '빽'이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재특회와 일베, 공통점과 차이점은?

추 의원의 발언에서도 보이듯, 토론회에서는 재일동포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동으로 한국민의 공분을 산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나 네오나치 등 유럽 극우세력과 한국 일베 간의 비교도 이뤄졌다. 토론회 공동 주최자인 신 의원은 "(일베의 경우) 혐오발화의 주요 타깃은 외국인, 이민족 등 외부자가 아니라 호남·여성·진보 등 내부자"라며 이런 면에서 "네오나치, 재특회 등과 차별적"이라고 분석했다.

정책컨설팅 '더 플랜'의 양대웅 대표는 "재특회가 지향하는 일본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일본에 이민자가 없었던 적은 없다"며 "일베가 가장 무섭고 위험한 것은 일베가 지향하는 사회가 '좌익효수'라는 아이디에서 보이듯 6.25와 (5.18) 광주라는 것"이라고 역사적 경험의 차이를 들었다. 양 대표는 그러나 재특회나 네오나치, 일베가 그 효과 면에서는 동일하게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를 경제·사회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내부 구조화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기존 파시즘이 보여준 경제·사회 문제를 지역, 사회적 약자, 이주노동자 혐오로 해결하려는 전형적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회적 의제를 가리고 불투명하게 만들어 문제를 악화시켜 여론을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분열과 증오를 확산, 헌법적 가치를 무력화시키게 된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을 이용해 정치적·사상적·개인적 이익을 챙기는 정치세력"이라고 경고했다. "국가 권력기관 및 보수적 정치집단이 이들을 구원할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이용하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일베는 '어떤 보수'인가?…이대근 "뉴라이트가 낳은 신우익" vs 안병진 "절망한 청년 남성주의"

일베의 '보수 성향'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토론회 공동 발제를 맡은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의 보수는 권위주의 시절의 보수도, 민주화 이후의 보수도, 자기혁신을 하려던 '뉴라이트'도 아니다"라며 이들을 '신우익'으로 개념화했다. 이 위원은 "뉴라이트 운동은 보수 재집권을 계기로 자기혁신의 긴장감을 잃고 지리멸렬하다 해소됐다. 보수의 방황이 다시 시작된 것"이라며 "자유주의를 잡고 방황하는 게 아니라, 자유주의를 완전히 놓고 '자유주의 없는 방황'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기 정통성을 자유주의가 아닌 친일·독재에서 찾으려는 일련의 시도는 방황의 실상을 잘 드러낸다"며 "점차 권위주의 시대 보수의 얼굴로 돌아가고 있다. 친일·반공 독재와의 결별을 통해 민주화하려던 보수가 다시 현대사의 부정적 유산을 자신의 유산으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탄생기 전후의 '뉴라이트'가 현재의 '신우익'에 기여한 두 가지로 "첫째, 운동의 이념. 둘째, 자신감"을 들며 "신우익의 역사관, 사회인식은 매우 위험한 것이지만 뉴라이트는 '자랑스러운 것이며 장려할 만하다.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영광스런 과거'라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고, 그 때문에 신우익은 사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게 됐다"고 봤다.

일베의 '돌출 행동'에 대한 배경도 이 연장선상에서 풀이됐다. "권위주의를 미화하는 일은 겨우 시민권을 얻은 보수의 과제로 적당한 것이 아니었지만, 공고한 기반을 갖췄다고 믿은 신우익은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것은 이 사회가 축적한 가치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났다."(이대근) 이 차원에서 보면 진짜 문제는 '서북청년단 재건위'가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가기관이 공공연히 "정치적 언어인 '종북 좌파 척결'을 내세운 것"이라고 이 위원은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수도방위사령부가 서북청년단을 '건국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세력'이라고 평가한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을 배포해 독후감을 써내게 했다"고 지적하며 "시민들은 서청 재건위에 놀랐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이미 국가기구 내부에서 벌어졌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부총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가기관의 반공보수화 경향에 대한 우려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그러나 이를 곧바로 일베와 연관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안 부총장은 "(일베는) 보수 차원의 기획이라는 면보다 청년기 남성주의와 연계해 봤으면 좋겠다"며 "영화 <메이즈 러너>에서 보이는, 미로에 갇힌 젊은이들의 절망감, 전세계적 저성장·절망의 시기와 정치적 리더십 위기, 청년세대의 미래가 없거나 차단돼 있다는 상황 속에서 보편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안 부총장은 "'공격적 보수의 기획'이란 면 말고 '절망적 방어'라는 면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일베 현상에 대해 "젊은 남성 위주의 자기방어다. 공격이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현상이고 (본질은) 방어"라고 풀이했다. "보수 말고도 (폭력에 매혹되는) 남성주의 등 다양한 병리현상이 결합된 것"이라는 것. 그는 일베 현상의 심리적 기저에는 "'내가 잘 나가지 못하고 지질한 원인은 여성부·(호남)지역·동성애자에게 있다'는 보편적인 전이현상(transference)"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게 해법과도 연결이 된다"며 "증오범죄 법제화는 찬성이지만, 그것은 현상(에 대한 처방)이고 원인을 같이 건드리는 시도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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