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모뉴엘의 자회사 잘만테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를 회수했다가 KDB캐피탈(이하 산은캐피탈)을 통해 또 다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과 함께 잘만테크 투자에 들어갔던 기관투자자들이 모두 발을 뺀 것과 대조적이다.
수출입은행이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하면서 화를 키운 모뉴엘 사태에 또 다른 국책은행인 산은마저 가장 적극적인 투자행태를 보인 것이다. 산은은 대규모 신주인수권을 포기했고, 산은캐피탈은 BW 회수 길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산은이 잘만테크 BW에 투자한 것은 지난 2011년 말이다. 2011년 7월 모뉴엘이 잘만테크를 인수한 직후다. 당시 잘만테크는 총 170억원의 BW를 발행했는데, 산은은 이중 50억원 어치를 인수했다. 나머지 120억원은 교보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한국증권금융(흥국하이클래스 신탁업자) 등이 투자했다. 기관투자자가 대거 투자하는 등 잘만테크 주가는 급등했다. 2011년 11월 1000원대에 머물던 잘만테크 주가는 2012년 1월 5000원대까지 뛰었다.
이후 기관투자자들은 모두 잘만테크에서 발을 뺐다. 대주주인 모뉴엘은 2012년 50억원의 잘만테크 BW를 기관투자자로부터 인수한데 이어 나머지 물량(120억원)도 2013년에 사들였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사채(Bond)는 2012년에 매각했고, 신주인수권(Warrant)은 올해 초 전환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과 한화증권 측도 “잘만테크 투자는 모두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자가 빠진 뒤 주가는 1000원대까지 빠졌다.
산은 관계자는 “일부 신주인수권을 2012년 행사한 뒤, 사채도 매각했다”며 “남은 신주인수권은 상태가 좋지 않아 최근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산은은 매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당일(20일) 잘만테크 신주인수권 113만3786주(5.34%) 행사를 포기했다.
모든 기관이 투자를 회수했지만, 산은만 계열사를 통해 또 다시 잘만테크 BW 재투자에 나섰다. 산은캐피탈은 2013년 말 잘만테크 BW 50억원어치를 모뉴엘로부터 인수했다. 산은이 판 BW를 고스란히 산은캐피탈이 다시 사들인 셈이다. 산은캐피탈 관계자는 “2013년 10월 잘만테크 BW를 인수한 것은 맞다”며 “그 외 투자배경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모뉴엘은 또 다른 기관투자자에게도 BW 30억원어치를 팔았다. 잘만테크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어느 투자자인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모뉴엘은 나머지 BW는 잘만테크 지분을 늘리는데 활용했다. 모뉴엘은 2013년과 올 상반기에 잘만테크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했는데, 주식 인수대금으로 BW를 대용납입했다. 새로운 주식을 받는 대가로 회사채를 납부했다는 의미다. 모뉴엘의 잘만테크 지분은 2012년 말 48.11%에서 올 상반기 60.28%로 확대됐다.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투자 책임은 산은캐피탈이 지게 됐다. 금융당국은 현재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잘만테크의 회계 감리를 진행 중이다. 감리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모뉴엘의 법정관리 과정에서 산은캐피탈의 BW 회수 길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잘만테크 관계자는 “채권자들이 기한이익이 상실됐다며, 빨리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우선 순위에 따라 산은캐피탈이 얼마까지 회수가 가능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산은은 모뉴엘에게 여신 1253억원과 담보 754억원, 신용 499억원을 제공해준 상태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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