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내년 1월 1일부터 수입쌀에 관세율 513%를 매겨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내용의 양허표 수정안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했다. 정부는 관세율을 높게 정했기 때문에 국내 농업계에 큰 타격이 없으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정부가 앞으로 나타날 문제들을 축소하고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농민, 노동, 소비자, 시민사회단체 등 50개 단체로 구성된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 20여 명은 이날 오후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쌀 전면개방 저지, WTO 통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정부가 이날 WTO에 쌀 양허표 수정안을 제출한 데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이 주권을 팔아먹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들은 "WTO 출범 이후 20년간 국민들이 쌀 전면개방을 막아 온 것은 국민의 주식을 외국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애국심의 발로였으며, 쌀은 마지막으로 버텨온 한국 농업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자랑거리처럼 내놓은 고율관세는 잠깐의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했다. "고율관세를 통해 쌀 개방을 막겠다고 하지만 WTO를 탈퇴하지 않고서는 실현할 수 없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정작 중국, 미국은 150%, 200%가 적당하다고 한다. 이제부터 200% 넘는 차이를 조정하기 위한 지난한 싸움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도 "미국과 중국이 내년 1월 1일부터 당장 팔아먹기 위해 한 해 정도는 (513% 관세율을) 받을지 모르지만 갈수록 300%, 200%로 낮추고 없애라고 요구할 게 불 보듯 훤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농업 협상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관세율 513%가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그 어떤 법적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을 걸고 추가 수입을 막겠다"고 한 데 대해 "장관은 목이 떨어지면 그만이니 대통령이 약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그러나 "WTO 통보는 쌀 전면개방 저지 투쟁의 끝이 아니"라며 "이제부터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미국, WTO, 초국적 곡물자본가들과 싸움으로 번져갈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오는 10월 전국 순례 행진인 '우리농업지키기 대장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을 알린 뒤, 11월에는 대규모 농민대회와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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