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이 연일 소극적 자세를 보이면서 '발목 잡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열흘 가까이 여야 간 논의가 진행된 상황에서, 갑자기 여야 간의 가(假)합의안도 아닌 야당 법안 원안에 대해 소속의원 전원의 의견을 묻겠다는 엉뚱한 수를 들고 나왔다.
또 새누리당은 "과잉 보상은 안 된다"며 마치 여야 간의 세월호특별법 논의가 지연되는 것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수사권에 대한 이견 때문이 아니라 배상·보상 문제 때문인 것처럼 몰아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반발, 진상조사 부분과 배·보상 부분을 각각의 법안으로 분리한 후 진상조사 부분만 먼저 처리하자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카카오톡' 등 일부 SNS 서비스에서 세월호특별법을 유족에게 특혜를 주는 법인 양 묘사하고 있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가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야당 발의 원안에 소속의원 전원 의견 묻겠다"…왜?
이장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25일 오후 브리핑에서 "당은 소속 국회의원의 폭넓은 의견을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기초해 국민 요구와 의견을 반영하는 한편,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대와 동의를 구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의 책임한계, 피해자 지원, 세제·생활·교육지원 등을 마련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부터 의견 수렴에 들어가면 합의는 언제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절차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국민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드는 게 국회의 소임"이라며 "급하다고 졸속으로 만들어 국민이 걱정하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야당 법안(전해철 의원 대표발의안) 검토결과 의견 자료를 들어보이며, 이날 중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이 자료를 발송해 주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 자체 대외비로 정한 이 자료는 제목부터 '새정치연합 세월호 특별법안 문제점 검토'로 돼 있고, 법안을 조목조목 뜯어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앞서 이날 오전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전해철 의원이 제출한 새정치연합 법안을 중심으로 해서 전체적인 취지와 내용에 대해서 분석하고, 오늘 중으로 그 부분에 대해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물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문제는 소속 의원 전원의 의견을 묻겠다는 대상 안(案)이, 이미 여야 간 협의 결과로 도달한 가안(※기사 하단 박스 참조)도 아닌 야당 쪽의 원안이라는 데 있다. 반대가 대다수일 게 명약관화한 셈. 조사 시작 이전부터 이미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된다.
새누리 "수사권 논의 진전됐고 보상 문제 본격 논의" vs 새정치연합 "전혀"
또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당 지도부 회의 후 약식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야당이 진상조사위 논의가 일단락 됐다고 보고 보상문제에 대해 본격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고 밝히기도 했다. 진상조사 부분은 이제 여야 간 이견이 없는데 배·보상 부분이 문제라는 식의 언급이다.
홍일표 세월호특별법TF(TF) 여당 간사도 "진상규명 때문에 논의가 보류됐던 배상·보상 및 피해자 지원과 관련해서 본격적으로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니, 과거 천안함 사례보다도 훨씬 더 (보상이) 많은 그런 부분이 국민 여론에 비춰서 과다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며 "그 부분과 관련해서도 최근 상당히 논의를 하고 있고, 그런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반면 이장우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보상 문제는 여야 간 주요 쟁점이 아니라고 엇갈린 증언을 했다.
이같은 여당의 주장에 대해 야당은 격분한 모습이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정책위의장과 전해철 TF 야당 간사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오늘은 급기야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이유가 마치 야당이나 유족들의 과다한 지원이나 배상 요구에 있다고 왜곡까지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최근 노인정 등을 중심으로 SNS상에서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불순한 거짓선동과 다를 바 없다"며 "대단히 유감스럽고 악의적인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세월호특별법의 본질은 오직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유족의 입장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도 분명하다"고 재강조했다.
전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배·보상 및 지원 문제는 여야와 정부 부처의 입장이 다르지 않아 다툼의 여지가 없다"며 "(오히려) 쟁점은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줄 것이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야당에 추천권을 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배상이 문제? 그럼 배상은 미루고 진상조사부터 입법하자" 공세 제안
새정치연합 우 의장과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은 특별법에서 지원이나 보상·배상 문제를 (진상조사와) 분리해서 처리하자는 입장을 밝혔다"며 "세월호특별법에서 진실규명을 제외한 보상이나 배상, 지원 등의 문제는 완전히 분리해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은 "이 시간 이후 세월호특별법 논의는 진실규명을 위한 법안에 한정해 진행하고,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만을 통과시킬 것을 새누리당에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 이상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며 "새누리당은 지금 당장 협상테이블에 복귀해서 진실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수사권 보장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야당의 이같은 주장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서 불을 지핀 이후 인터넷과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세월호특별법은 유족에게 특혜를 주는 법'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에는 "우리 국민들의 이성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월호 특별법안의 주요골자", "세월호특별법인가, 평생 노후보장 특별법인가", "세월호 특혜" 등의 내용이 문서나 사진 파일 형태로 떠돌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논의, '진짜로' 어디까지 왔나…지지부진 이유는?이날 여야가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세월호특별법 협의는 25일 현재 일정 부분 진전을 이루기는 한 상태다. 세월호특별법은 크게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통한 사태 진상의 규명과 △유족 등에 대한 배상·보상·지원 등 2가지 파트로 돼 있다.수사권 문제는 '상설특검보 파견'으로 가닥진상조사 파트에서 가장 큰 논점이었던 수사권 문제는, 수사권을 가진 상설특검을 진상조사위 외부에서 가동하되 특검보 1명을 진상조사위에 파견시키는 형태로 가닥을 잡았다. 위원회 구성에는 여야 외에 유족과 대한변협, 대법원 등이 추천권을 행사하는 안이 가합의됐고, 진상조사위 주관 청문회도 국회 청문회에 준하는 권한을 보장하기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새누리당 홍일표 간사는 "(야당은) 수사권을 달라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우리가 상설특검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이 대안을 선택하면 이럴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진상조사위가 진상규명을 하다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상설특검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런 상황 파악을 빨리 할 수 있도록 특별검사보 한 명이 (특검과 진상조사위의) 가교 역할을 하도록 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새정치연합 전해철 간사도 이 부분에 대해 같은 취지의 설명을 했다. 전 의원은 "특검보를 진상조사위에 파견하는 것과, (특검보를 통한 조사위의) 자료제출·동행명령 부분에 대해 의견 일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위원회 산하에) 특별사법경찰관을 두고 수사권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야당이) 얘기했으나 새누리당이 반대해 합의가 안 돼 있고, 특임검사도 합의가 안 돼 있다. 감사원 감사 요구는 합의가 됐다"고 했다.진상조사 부분에서 남은 쟁점은 특검 추천권을 누가 가질 것이냐 하는 부분과 최소 2회의 상설특검을 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여당이 반대하고 있는 부분 등이다. 새정치연합은 "특검에 대한 (김무성 대표의) 야당 추천 약속을 지킨다면 제대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지원 파트는 '같은 합의, 다른 브리핑'…與 "천안함보다 과도" vs 野 "여야정 이견 없어"배상·보상·지원 파트에서는 여야의 말이 엇갈린다. 여당은 "천안함 사례보다도 훨씬 더 많은 부분이 국민여론에 비춰서 과다하다", "그런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중"(홍일표 간사)이라고 한다. 반면 야당은 "지원책에 대해서는 커다란 이견이 없다", "간사 간 회의 때부터 5개 부처 공무원들이 제시한 의견에 여야가 다 동의했다"(전해철 간사)라고 한다.여야는 당초 야당 법안 원안에 담겼던 내용 중 공공요금과 조세 감면, 노동자의 치유휴직, 금융거래협조요청 등 유가족을 포함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삭제하기로 했다. '의사자' 부분은 '국민안전 의인(義人)'으로 하기로 했고 "기존 의사자와는 전혀 다른 것이고, 이마저도 논란이 되면 삭제할 수 있다"고 전해철 의원이 설명했다.지방교부세 투입은 정부 부처에서도 찬성하고 있어 여야정 합의로 통과됐고, 대학 정원외 입학 전형 부분은 단원고 2학년에 한해서 하자는 잠정안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지원과 심리치료 부분은 당연히 포함됐다. 전 의원은 "이런 지원책에 있어서는 여야 합의에서 갈등이 많지 않고, 이 조치들은 대부분 정부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조치들로 (그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뿐"이라고 했다.특별법 논의, 지지부진한 진짜 이유는?결국 세월호특별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여당은 '그럴 이유(지원책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다'고 하고 있고, 야당은 '이유가 없다'고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날 야당에서 지원책에 대한 여야 간 가합의 내용을 브리핑함에 따라, 논의가 지연되는 진짜 이유는 배·보상 및 지원 파트가 아닌 진상규명 파트에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실제로 새정치연합이 '야당에 상설특검 추천권을 달라'고 하고 있는 데 대해 새누리당은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홍일표 간사는 "야당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을 달라고 하는데, 이 사건에서 수사권 발동을 통해서 규명해야 할 진상이 뭐가 더 있느냐"고 진상규명 필요성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전날 "세월호는 교통사고"라고 주장해 일대 파란을 일으킨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의 인적 규모가 너무 크다. 150명 이상의 공무원을 뽑는 격이다', '디도스 특검 하는데 27억 들었는데 세월호 상설특검을 2번 하면 60~70억이 든다', '진상조사위원회라는 용어를 쓰지 말고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대책위원회라고 하자'는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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