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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온 세월호 유가족…"진실까지 침몰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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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온 세월호 유가족…"진실까지 침몰해선 안돼"

[언론네트워크] 단원고 2학년 3반 학부모들, '특별법 제정' 천만 서명운동

'잊지 말아주세요. 0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난 4월 16일을 기억해달라는 부모들의 목소리는 사고 발생 85일이 지난 지금도 애절하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들과 딸의 그리운 얼굴과 이름이 적힌 명패를 목에 걸고, 노란 리본이 달린 검정색 티셔츠에는 희생된 아이들과 담임교사 등 27명의 이름이 빈틈없이 빽빽하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아이들이 교실에서 웃으며 찍은 단체 사진과 운동복을 입고 운동장에서 찍은 단체 사진을 가슴팍에 묻은 엄마, 아빠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졌다. 조심스러운 기자의 질문에도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자녀의 이름을 되짚어야 하는 부모들은 침통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2학년 3반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기 위해 '세월호 가족버스'를 타고 9일 대구를 찾았다.

▲ 9일 대구 경북대 병원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엄마,아빠들이 특별법 제정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유가족들 ⓒ평화뉴스(김영화)

유가족들은 지난 8일 저녁 대구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고 9일 새벽부터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벌였다. 같은 날 오전에는 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에서, 오후에는 대구백화점 앞 광장과 2.28 기념공원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어 오후 2시 30분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관에서 72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세월호 참사 대구시민대책위원회'와 간담회를 갖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대"를 약속했다.

특히 이날 대구에는 2학년 3반 학부모들과 담인 교사 故김초원(26)씨 유가족 등 19명이 도착했다. 이들은 8일 포항을 시작으로 9일 대구, 10일 청주에서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세월호 가족버스'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지난 2일 진도 팽목항(서부권)과 경남 창원(동부권)에서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소속 단원고 2학년 10개 반 학부모들이 3일마다 교대로 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며 12일까지 11일동안 서명운동을 벌인다.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천만인 서명운동이 모이면 국회에 청원서를 낼 계획이다. 이 같은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됐으며 9일 현재까지 350여만 명이 서명했다.

유가족들은 △어떠한 구속이나 압력도 받지 않는 철저하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 △지위고하를 막론한 책임자 처벌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를 기리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통한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마지막 한 명의 실종자까지 정부가 사력을 다해 찾을 수 있도록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 "우리 아이들과 희생자 모두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의 힘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경북대병원에서 9일 오전부터 서명운동을 벌이던 단원고 2학년 3반 학부모들은 서명운동을 벌이며 "아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서명운동에는 대구 시민단체와 노조, 학부모 등 10여 명도 동참했다. 이들은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세월호 국정조사'에 대해 "부실수사", "한계가 있는 조사"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고, "청와대와 언론 모두 사건 축소・은폐・왜곡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2학년 3반 故유예은(17)양의 어머니인 박은희(45)씨는 딸의 사망소식을 들은 4월 23일을 잊을 수 없다. "물에서 엄마를 부르며 세상을 등진 딸을 어떻게 잊겠냐"며 "팽목항에는 아직 나 같은 실종자 가족이 애타게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를 외면하고 언론도 더 이상 세월호 소식을 보도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서서히 이 희생을 잊고 있다"면서 "하지만 끝난 것은 하나도 없다. 팽목항의 애끓는 아픔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진실까지 침몰해선 안된다. 특별법은 제정돼야 한다"며 "예은이를 위해 내가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제자들과 함께 희생된 2학년 3반 담임교사 故김초원씨 아버지 김성욱(55)씨도 9일 대구 서명운동에 동행했다. 김 씨는 딸의 시신이 발견되고 며칠 뒤 회사를 그만뒀다. 딸은 경기 화성시 납골 공원에 영원히 잠들었다. 같은 처지의 희생자 가족들과 만나 서로를 달래기 위해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를 들르는 것은 일상이 됐다. 실종자 가족들 옆에서 고통을 나누기 위해 팽목항도 계속 찾고 있다.

"3일 동안 국회에 갔었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피끓는 사연을 외면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회의를 느꼈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으로 우리를 이용할 뿐이었다"고 김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어린 생명들이, 내 딸이 국가의 외면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면서 "대구시민들에게 호소한다. 제발 잊지 말아달라. 꼭 기억해 달라. 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다시는 이 같은 아픔과 희생이 재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유가족의 애타는 목소리에 대구시민들 역시 눈물을 훔치며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경북대병원을 찾은 시민들은 "안전한 우리나라를 위해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우리 국민들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3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에 정부가 답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4월 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9일 현재, 탑승자 476명 중 293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으며 172명이 구조됐다고 집계했다. 특히 당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의 피해가 가장 컸다.

대구에서는 이와 관련해 '세월호 참사 대구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4월부터 석 달째 대구백화점 앞에서 촛불집회와 행진을 벌이고 있고, 2.28공원과 한일극장, 아카데미극장, 중앙파출소, 두류공원야외음악당, 대구수목원, 대구야구장 등에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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