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단속' 안되는 문창극 파동…그래도 청문회 열리나?

與 일부 "朴에 부담, 자진사퇴가 좋다", 野 "청문회 열어야 한다면…"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의 진퇴 문제를 놓고, 여야 간에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의견 차이가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는 비주류·친이계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탄생 '공신'의 입에서도 문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집권세력의 강경한 밀어붙이기에 이어 야당도 '청문회를 굳이 열자면 열 수는 있다'고 하고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 자체는 열릴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에서는 17일에도 문 내정자 불가론이 나왔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이 대한민국 총리를 할 자격이 있는지, 지금까지 올바르게 살아왔는지 그것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그러니까 본인이 판단해야 되는 문제"라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청문회는 입법적인 절차로서 반드시 가야 될 부분"이라면서도 "무턱대고 아무나 청문회에 세울 순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특히 집권세력 핵심부를 겨냥해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서는 정면돌파 할 걸 가지고 해야지, 너무 무리한 입장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더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친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지난 번 초선의원들이 오랜만에 결기 있는 입장을 내었는데, 그걸 지도부가 누른다든가 입을 막아버린다든가 하면 새누리당이 앞으로 국민들 뵐 낯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가 초선의원들 입을 막아버린다'고 한 것은 전날 같은당 김상민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내용을 상기시킨다. 김상민 의원은 전날 '당 지도부로부터 이제 그만 좀 하라는 부탁을 많이 들었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그런 얘기 많이 하셨다"며 "전화도 좀 왔고, 또 주변의 가까운 분들을 통해서 여러 가지 당과 지도부의 생각을 전달받기도 했다"고 했었다. 

그러나 김상민 의원은 이날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지금 문 후보의 사퇴를 계속 재차 촉구한다"고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 역시 "청문회 자체는 법적 과정·절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청문회를 통해 여러 인사에 대해서 검증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도부의 면을 세워 주면서도 "더 이상 그렇게 불필요한 과정에 국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빨리 지금이라도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재강조했다. 

당내 비주류 뿐만 아니라, 전날에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문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대선 기간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으며, 그때부터 지금껏 김 원장이 원장직에 있었다. 김 원장은 "논리적으로만 보면 청문회를 통해서 본인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 것이 맞지만, 정치적으로 또는 국민 정서의 차원에서 보면 자진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 원장은 교통방송(TBS) 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의 흐름이 아주 나쁘다.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어떻든 여론이라는 것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거 아니냐"면서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큰 정치적 부담을 안기 때문에 자진사퇴가 좋다"고 이유를 댔다. 

야당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는 건 아니다"…왜?

그러나 이같은 여당 내의 반발과 야당의 일관된 자진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문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열릴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 중인 이날, 국회에 인사청문요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느냐는 이 정부가 상식의 길을 갈 것이냐, 비상식의 길을 갈 것이냐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정부의 임명 철회를 촉구했지만, 같은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저희가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평화방송(PBC) 라디오에 나와 "과연 청문회까지 가야 할 가치가 있나. 우리가 일본 총리를 뽑는 것도 아닌데 이 분에게 이렇게 에너지를 쓸 필요가 있느냐"라며 "국가적 에너지를 모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총리 임명 문제로 국가적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로서, 국회에서 해야 하는 제도적 절차는 다 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며 "청문 요청서가 오면 절차를 밟아야죠"라고 했다. 

안철수 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이계안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 나와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싶다"면서도 "설령 청문회로 와서 해도 여당인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강제하기 전에는 양심 있는 여당 의원들조차도 쉽게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고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청문회 개최를 전제로 말했다. 호남을 대표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기독교방송(CBS)에 출연해 "인사청문회 보이콧이라는 개인적 의견도 (당 내에) 있었지만, 만약 청문요구서가 국회에 도착하면 제 개인적 소견으로는 반드시 인사청문회는 소정 절차를 밟아서 열려야 한다"고 했다.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전술적으로 잘 선택해야 할 텐데, (청문회를) 안 하는 것도 방법이고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청문회 개최를 통해) 친일세력의 실체를 드러내 정리하자고 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문 후보자를 받아주게 되면 '친일사관(史觀) 선전당'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그 동영상 보고 '감동받았다' 했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7.30 재보선을 앞두고 문 내정자의 청문회가 이슈가 되는 것은 불리할 게 없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