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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홍 전 장관 돌발출마,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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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홍 전 장관 돌발출마, 어떻게 볼 것인가

[창비주간논평] 서울시 진보교육 탈환, 수포로 돌아가나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의 돌발적 출마선언으로 2014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민주진보진영에서는 지난 3월 단일화 추진기구를 통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단일후보로 추대됨으로써 보수진영과 1대 다수의 구도가 형성되는 듯했다.

그런데 노무현정부에서 초대 교육부총리를 지낸 윤 전 장관이 자신의 지명도를 앞세우며 전격적으로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국면을 야기한 윤 전 장관의 교육감 출마선언은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시민경선의 절차적 정당성이 준수되어야

첫째, 조희연 교수의 단일후보 선출이 시민경선 절차를 거친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윤 전 장관이 민주진보 후보를 자임하면서 뒤늦게 출마선언을 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일이다. 단일화 경선을 주관한 '2014 서울시 좋은 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는 윤 전 장관 측에도 단일화 경선절차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시민경선 참가를 권유한 바 있다. 현직 문용린 교육감의 대항마로서 여러 후보군을 찾던 중 윤 전 장관에게 접촉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윤 전 장관은 출마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이제 와서 단일화 진행절차를 몰랐다며 자신의 출마를 정당화하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자가당착적이다.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해 시민경선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수많은 언론에 공개되기도 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진실을 말해야 할 교육자로서의 자질조차 의심이 들게 한다. 한 언론사의 취재를 통해 지난 2월 25일 당시 추진위 대변인이었던 권혜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과 윤 전 장관의 3분 30초 간의 통화 내역서가 증거로 공개되자, 윤 전 장관은 이전까지 '그런 일 없었다'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말바꾸기를 시도한 바 있다. 2개월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교육감이 될 수 있겠는가.

둘째, 윤 전 장관이 교육감 후보의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니어야 한다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의하면 윤 전 장관의 당적 여부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 탈당계를 제출했다고는 하지만, 그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는 2004년 국회의원 출마를 한 적이 있고, 2008년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이었으며, 올해 2014년 1월 정당의 단배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런 정치적 행보는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제도권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고자 교육감 선거에는 정당공천제를 두지 않고 있는 법률정신과도 배치된다. 정치권력과의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하는 시민사회진영의 교육개혁 열망을 그가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을 들게 하는 점 또한 시민사회의 후보로 부적격 판정을 내릴 만한 대목이다.

교육감은 우리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는 자리

셋째, 윤 전 장관 측이 자신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교육감 출마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이 그 자체로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가 당선 가능성의 근거로 삼는 것이 다름 아닌, 다자 구도 시 25.5%의 득표로 자신이 다른 후보보다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인 것은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본 여론조사는 '한국인텔리서치'에서 실시한 것인데 이 조사를 의뢰한 것이 바로 윤 전 장관 측이다. 설문 문항 가장 앞부분에 '윤덕홍 후보'를 집어넣은 점도 신뢰도에 의문을 가지게 하며, 응답률 또한 불과 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

넷째, 이번 교육감 선거는 이전 선거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선거공학적 차원에서 보면 기호 1번 '로또 추첨'의 왜곡된 방식을 개선하여 기초단위별로 후보 순서를 정하게 됨으로써 한 후보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없어졌다. 모든 후보가 1, 2번 기호 효과를 똑같이 누리게 됨으로써 1위와 꼴찌 간의 득표율 차이가 지난 선거처럼 수십 퍼센트씩 차이가 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100% 선거'가 아닌 '깨어 있는 50%'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싸움이 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진영은 현직 프리미엄을 지닌 문용린 후보와, 인지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고승덕 후보에, 이전 교육감 선거에 2위로 낙선했던 이상면 후보의 가세로 표가 분산될 선거구조가 짜여졌다.

이로써 시민사회진영의 독자적 지지를 획득한 조희연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런데 윤 전 장관의 돌발적 출마로 야권 지지자 역시 분열의 조짐을 보인다. 시민사회의 민주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윤 전 장관의 기회주의적 출마로 민주진보진영의 교육감 재탈환 꿈이 무산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설령 조희연 교수가 민주진보 진영의 최선의 대안이 아니라 생각할지라도 이미 민주적 경선 절차가 끝난 마당에 윤 전 장관의 뒤늦은 출마는 결국 자신의 정치인생에 불명예를 안겨줄 뿐 아니라, 한국의 교육발전을 저해하는 반역사적 행위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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