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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쟁점, 왜 선관위가 정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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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쟁점, 왜 선관위가 정해주나?

[시민정치시평] 자의적 의제 설정, 이중 잣대로 신뢰 잃는 선관위

선거 시기에는 그 사회의 모든 의제와 요구가 분출한다. 선거에서 주요 의제는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정당과 후보자, 언론과 시민사회,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요구하며 형성된다. 이때 선거관리위원회의 일차적 역할은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는 것이며, 유권자의 정책 투표를 독려하고 후보자의 정책을 홍보하여 후보자와 유권자들이 정책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6·4 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지난 2월, 선관위는 17개 시·도별로 10개 의제를 순위별로 공개하고 정당에 전달했다. 선정된 의제의 내용과 의미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공정한 선거 관리 역할을 해야 할 선관위가 일부 단체와 언론, 학회를 통해 우선순위까지 매겨 주요 정책을 선정하도록 한 것은 본연의 역할을 넘어선 행위다.

참여연대는 지난 9일, 이러한 문제점을 선관위에 공식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의제 선정과 홍보 활동이 정당과 후보자의 매니페스토 정책 공약 작성을 지원하고, 공약 작성 단계에서부터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의제 선정 과정에서도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선관위는 참여하지 않고 단체와 언론, 학회로 구성된 매니페스토 추진 협의체가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정책 선거 활성화 방안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선관위가 주도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선거의 주요 의제를 선정하게끔 하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 선정 과정에 선관위가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선관위가 마련한 장에서 우선순위까지 정해 발표된 주요 의제는 정당과 후보자에게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개별 후보자들의 차별성 있는 공약 개발을 제약하고 선택지를 축소하는 결과도 가져온다.

직전 선거인 18대 대통령 선거 시기에도 선관위는 각 후보의 10대 공약을 제공받아 공개하는 활동 외에 경제·민생, 사회·복지, 교육·환경, 정치행정, 외교·안보 등 5개 정책 분야 20개 주요 정책을 선정하여 예비 후보자들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0개 정책은 어떠한 절차와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되었다 하더라도 선거 관리를 위임받은 선관위가 시민단체나 언론 등이 진행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특정 의제를 선정하여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답변을 요구함으로써 선거의 주요 의제 형성에 간여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시간을 더 되짚어 보면 선관위에 쏟아진 문제 제기와 의혹은 또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선관위는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을 이른바 '선거 쟁점'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정당, 단체의 활동 범위를 제시했다. 다양한 의제 중 유독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을 임의로 특정하고 공직선거법 등 선거와 관련한 법률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선거 쟁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단속한 것이다. 더욱이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에 대한 단체 활동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단속을 펼친 데 반해, 정부의 4대강 홍보 활동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선관위 단속의 이중 잣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같이 선관위가 스스로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선관위에 대한 신뢰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정책 선거 활성화 방안은 다양할 수 있지만 그 기본은 모든 유권자가 정책을 제안하고 평가, 비판할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서명, 연설회, 집회 등 정책 캠페인의 주요 수단을 제한해 말할 자유와 비판할 자유를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권자의 자발적인 정책 캠페인과 정책 선거는 희망 사항일 수밖에 없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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