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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만큼은 '진보 양아치' 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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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만큼은 '진보 양아치' 되지 말라"

[이 주의 조합원] "같은 편에만 통하는 운동권 발상 벗어난 기사" 주문한 송용찬 조합원

송용찬 조합원(53)은 행정학 전문가다. 특이한 점은 공무원 출신이고, '진보적 보수'를 자처하면서 자기 논리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진보적 보수'의 시각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기득권에 치우친 편파적인 정권이라는 점에서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는 조합원이다.

송용찬 씨는 몇몇 대학에 강사로도 활동하면서 프로야구를 인용해 정치 분석적인 강연을 할 정도로 정치 분야에 관심이 집중된 조합원이다보니 주로 <프레시안> 기사에서 드러나는 정치적 측면에 아쉬움을 많이 표현했다.

그의 소신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그는 만나자마자 "2000년대 중반부터 프레시안을 잘 안보게 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프레시안이 상당히 위축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왜 그렇게 느끼느냐고 물었더니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이 던진 '프레임의 늪'에 빠졌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얘기를 더 듣고 보니 이런 진단은 <프레시안>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진보를 앞세우는 진영 전반이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결정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다는 주장이었다.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갔을 때,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진보 진영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프레임 전쟁'에서 진보 진영이 수세에 몰렸고, 이후 경제민주화 등 진보 진영의 거의 모든 어젠더는 보수 진영이 공약을 지키든 안지키든 일단 흡수해버리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무상급식' 이후 야권에서 성공적인 프레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순간, 언론이 협동조합 체제로 조합원들을 두루 만족시키는 독립적인 논조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정치의 계절을 맞아 정치 기사의 비중이 높아질 때나, 우리 사회의 쟁점을 다뤄야 할 때 자세히 들어보면 조합원들의 생각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자 송 조합원은 "우리 나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뤘는지 모르지만,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민주적 사회의 핵심적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역질문을 해왔다. 심지어 "진보 진영도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민주적 사회의 핵심은 다수결이 아니라 소수의 다른 의견도 존중하는 것인데, 진보진영도 진리를 독점하는 논리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진리를 독점하는 태도라면, 진보도 반민주적"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일까? 그는 '진리의 독점'을 외치는 점에서 보수나 진보나 똑같다는 '양비론'을 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보수 진영이 힘이 세기 때문에 진보 진영도 '진리의 독점'을 외치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진보 진영은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르면 '적'보다 더 미워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그러니 진보 진영은 없는 힘도 더 없어진다는 것. 하긴 그래서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송용찬 조합원은 "진보 진영 내에서도 끼리끼리만 통하는 논리를 마치 진리처럼 내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진보로 장사하는 양아치로 보인다"면서 "이런 사람들을  진보 인사처럼 인용하며 보도하는 기사도 역시 진보 양아치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송 조합원은 진정한 민주 사회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로 힘을 뭉쳐야만 보수의 강고한 벽을 부술 수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나아가 '진리의 독점'이 아니라 보수 진영까지 설득할 수 있는 논리로 다가서야 외연도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송 조합원도 종종 현실의 벽이 무섭게 느껴진다고 고백한다. 우리 사회가 먹고 살게만 해준다면 다수결로 동의해주는 '민주적 독재'로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공약을 파기하든, 국정원이 간첩사건 증거를 조작했든 60%에 육박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그는 "여론조사가 잘못된 것으로 믿고 싶다"고 개탄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역사의식도 없이 학점과 취직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이 학교 현장 분위기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진보적 논리'라는 이유만으로 논조를 펴다가는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해 <프레시안>도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송용찬 씨는 <프레시안>이 보수가 던진 '프레임의 늪'에 빠질 것을 무척 걱정하는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 조합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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