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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상황 오판, 대형 참사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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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상황 오판, 대형 참사를 부른다

[주간 프레시안 뷰] 안녕하지 못한 대한민국

프레시안 조합원 여러분, 4월 셋째 주 대한민국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바로 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 때문입니다. 이번 사고로 475명의 승객 중 현재까지 179명이 구조됐을 뿐, 9명은 사망이 확인됐고 287명은 아직 실종 상태입니다. 특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중 75명만 구조됐을 뿐 250명은 사망 또는 실종이라고 하니, 그저 가슴이 먹먹합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습니다. 설사 사고가 났다 하더라도 300명 가까운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16일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사고 소식을 전하는 TV 뉴스를 보면서 '너무도 황당하다'는 느낌과 함께 숭례문 방화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두 사건의 전개 과정이 너무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초기 상황에 대한 오판이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 세월호 침몰 사흘째인 18일 현재, 탑승자 475명 중 사망자는 25명이며 구조자는 179명이다. 나머지 271명의 소재와 생사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연합뉴스

숭례문 방화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8년 2월 10일 오후 8시 40분,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채종기라는 노인이 숭례문에 방화를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즉각 소방차가 출동해 화재 발생 40분 만에 불길이 잡히고 연기만 나는 '훈소 상태'가 됐습니다. 하지만 내부에 남아 있는 불씨를 확실히 제거하지 못해 불길은 되살아났습니다. 결국 다음 날 0시 25분에는 2층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1시 54분에는 석축만 남긴 채 숭례문 전체가 불에 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소나무 목재를 주로 쓰는 고건축물의 경우, 기와를 모두 들어내고 내부까지 완전히 진화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저하다가 '국보 1호 전소'라는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당시 TV 뉴스를 보면서 '곧 끄겠구나'하고 안심했다가 자정 이후 하얀 연기 속에 숭례문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보면서 느꼈던 황당함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도심 한복판에 일어난 화재 사고를,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막아내지 못했다니 말입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도 최초 신고를 피해 선박이 아닌 탑승 학생의 휴대전화 연락을 받은 학생의 아버지가 했다는 점, 그리고 현장에서 세월호를 목격한 어부들이 신고 1시간 전부터 여객선이 침몰 지점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고 말한 점 등 초기 대응이 너무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선장이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고 이후의 대응과 구조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고 당일 오전 '여객선 침몰, 탑승객 전원 구명조끼 착용' 뉴스를 접했을 때, 아니 오후 1시 30분 경 정부가 368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사고 피해가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 경 중앙재난대책본부가 "착오가 있었다. 죄송하다"며 "실종자는 290명이 넘는다"고 밝혔을 때 비로소 사건의 전모의 밝혀진 셈입니다. 그렇다면 사고가 알려진 오전 8시 58분부터 적어도 4~5시간 동안의 구조 활동은 대단히 미흡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한때 '전원 구조'라는 오보까지 나왔으니, 사고 실상을 알고 난 이후 피해자 가족들이 느꼈을 충격과 당혹감은 오죽했겠습니까. 숭례문 화재 때의 100배는 넘었을 것입니다.

이번 사고나 숭례문 화재는 잘못된 상황 판단이 얼마나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건·사고처럼 단기간에 오판의 결과가 생생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국가지도자의 상황 판단입니다. 예를 들어 1997년 말 발생한 외환위기의 경우,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IMF의 진단과 처방이 한국경제의 회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국제투기자본의 놀이터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그래서 자본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투기자본에게 은행까지 넘기는 등 IMF의 처방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결국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까지 해가며 경제를 회생시켰지만, 이후 서민들의 삶은 더더욱 피폐해졌습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이 2006년 봄이었으니, 거의 10년이 지나서야 IMF 처방의 후과를 깨달은 것입니다.

이런 상황 오판이 지금 남북관계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북한 무인기' 파동이 그렇습니다. 17일 자 <주간 프레시안 뷰> 35호 칼럼 중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지적처럼 정체도 분명하지 않은, 어린애 장난감 같은 무인기가 대한민국 안보에 얼마나 큰 위해 요인이 되겠습니까. 그런데도 보수 신문과 종편은 장난감 수준의 무인기 세 대로 마치 대한민국이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무인기가 자폭용으로 사용되면', '무인기에 생화학무기가 장착되면', '무인기에 핵탄두가 장착되면', '무인기가 울진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하면'등등 온갖 괴담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정작 대한민국 최대 안보 위협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미·중, 그리고 일·중 간 군사 대결에 한국이 연루되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의 대중국 군사포위망 구축과 일본의 과거사 부정 및 군사주의화 등으로 이런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정말 고통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미국이 북핵 위협을 빌미로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은 우리 안보의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무시' 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할 것이 아니라, 나아가 북핵 위협을 이유로 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참여 요구를 따를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과 함께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호(虎)의 선장이 지금 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동아시아 갈등의 주요 원인인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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