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복궁 근처에 있는 덕성여자중학교. 여중생들이 재잘거리며 등교하는 곳에서 "돌멩이를 던지면 맞을 듯한" 거리에 관광호텔이 들어서려고 한다. 이 지역은 창덕궁과 종묘로 이어지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개발 주체는 한진그룹 계열인 대한항공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첫째 딸이자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인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이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했다. 담당 행정청인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이 현행 학교보건법에 따라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소송까지 내가며 밀어붙였다.
지지부진하던 분위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초‧중‧고등학교 근처에 호텔 건립을 제한하는 규제를 '죄악'이라고 표현하면서부터 바뀌었다. 학교 근처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한 사업가의 토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시기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청년들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막고 있다는 것은 거의 죄악"이라고 몰아세웠다.
대통령 한마디에 다른 부처도 아닌 교육부가 '(유해성 없는) 관광호텔 건립 제한 규제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행정부 '훈령' 개정으로 이 사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대법원조차 '학습권이 우선'이라고 판결했지만, 행정부가 법원 판결을 뒤집은 모양새다.
교육계의 시름도 깊다. 백영현 덕성여중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호텔을 내려다보게 생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호텔 건설을 반대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은 한순간에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죄인'이 돼버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