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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서 덜컥 약속…그래도 대의원 맡길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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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술자리서 덜컥 약속…그래도 대의원 맡길 잘해"

[이 주의 조합원] 프레시안 협동조합 30대 대의원 이원재 씨

"이제 곧 일 그만 둬요. 계약 기간이 끝나거든요."

전화를 괜히 했나 싶었다. 이렇게 우울한 소식이라니, 첫 마디부터 위로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다.

프레시안 협동조합 대의원인 이원재(32) 씨는 이달 말 직장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2009년부터 해온 대학 행정 조교 일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쩐지 목소리 톤이 어둡지 않았다. 불안하지 않으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당연히 불안하죠. 요새 정말 고민이 많아요"

이 씨는 고민이 많다. 또래에 비해 꽤 일찍 결혼한 덕에 벌써 딸아이가 둘이다. 아내는 육아에 전념하느라 이 씨 혼자 벌이를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도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퍽 고민이 될 터였다.

하지만 이 씨가 고민이 많은 건 어떻게 하면 혼자 잘 먹고 잘 살지를 궁리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그 자신만의 고민을 넘어 대한민국 모든 청년 세대의 미래를 고민한다. 모두의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본인의 문제 또한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다. 프레시안에서도 즐겨 읽는 칼럼이 '복지국가SOCIETY', 조성복 연구원의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등이다. 프레시안 조합원 커뮤니티 아이디도 '복지국가1기'다.

이 씨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도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홍보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이 프로젝트는 '현실이 제대로 반영된 청년정책을 만들기 위해 만 19∼39세 청년 210명이 정책위원으로 참여하는 사업'이다. 이 씨는 여기서 생활안전망, 보건체육 분야를 주로 맡는다. 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회의적이던 기자의 생각과 달리, 이 씨는 꽤 흡족해했다.

"청년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들이 다 반영된다고 할 순 없지만 일정 부분은 시에서도 추진 계획 중에 있어요. 대학생 등록금의 경우, 대학생들이 재능 기부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이를 등록금으로 전환하는 식의 아이디어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고요. 그런 걸 보면 문제들이 제법 개선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씨는 "박원순 시장도 어느 정도 청년 문제 해결을 같이하려고 하는 의지는 있어 보인다"며 "저 개인적으로는 (박 시장이) 재선하셔서 청년들의 얘기들을 더 들어줬으면 한다"며 바람을 밝혔다.

운동 선수 출신 협동조합 대의원… "정희준 교수처럼 되고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 씨는 의외로 체육 전공자였다. 대학 시절엔 국가대표까지 꿈꾸는 컬링 선수였다.

"대학 들어가서 컬링 하던 선배 권유로 저도 선수 생활을 하게 됐어요. 그땐 컬링이라는 종목이 체육회 소속이긴 하지만 대중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자비로 해외 전지훈련 가고 워낙 환경이 열악했죠.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지만요. 다들 그렇듯 저도 금전적인 부분에서 포기하게 되고, 뭐 사실 실력도 썩 좋지 않았어요(웃음)."

선수 생활을 그만 둔 뒤에도 종종 컬링 경기를 찾아본다는 그는 한국 체육계에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 중에 1세대 선배가 있어요. 제가 1.5세대였는데 말이죠. 인기 종목에만 엄청나게 투자되고, 다른 비인기 종목은 배제되고. 그러다 보니 1세대 선수가 아직도 선수 생활을 할 수밖에 없죠. 고루고루 투자가 돼야 할 텐데요."

운동선수 출신의 언론사 협동조합 대의원. 특이한 것을 찾는 '기자의 눈'으로 보기에 무척 흥미로운 경력이다. 이 씨는 스스로도 체육을 전공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인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인문학 관련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회경제 쪽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런데 체육 쪽에 있는 대다수는 사회에 관심이 적은 게 사실이에요. 그것도 체육 쪽의 문제라고 봐요. 안타까운 일이죠. 그래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스포츠 문제를 다루는 정희준 교수님을 보면 위안이 돼요."

프레시안 필자이기도 한 정희준 스포츠과학대 교수 얘기다.

"얼마 전 서울지역 모임 때 뵈었는데,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저도 저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프레시안을 발판 삼아 발전해 나가려고요(웃음)."

▲프레시안 협동조합 2030 모임에 참석한 조합원들. ⓒ프레시안(박세열)

"얼떨결에 맡은 대의원 자리, 후회 안 한다"

프레시안은 이 씨가 3~4년 전 한참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던 중 눈에 띈 언론이다. 그러다 2012년 금천시민대학 강의를 들으면서 프레시앙에 가입했고, 시간이 흘러 '어쩌다 보니' 프레시안 협동조합 대의원 자리에까지 올랐다.

"정말 어쩌다 보니 대의원을 하게 됐어요. 작년 협동조합 출범 무렵 윤여준 전 장관과 이철희 정치평론가, 박인규 이사장 토크콘서트 참석 후 뒤풀이에 갔는데, 같은 테이블에 김봉규 기자가 있었거든요. 그때 얼떨결에 김 기자랑 '대의원 하자'고 약속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술김에 건성으로 한 말이 현실이 됐다. "예전엔 대의원이 될지 생각도 못 했다"기에, "설마 후회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더 잘 됐다고 생각해요.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대의원이다 보니 다른 조합원분들과 만날 기회도 많잖아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에요. 또 처음엔 멀게만 느껴졌던 언론사라는 조직 안에 깊숙이 들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 씨는 조합원 교육 한두 번 빼고 조합원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는 지난 1일 열린 '2030 조합원 모임'이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평소 조합원 모임에서 2030세대 참석률이 낮아 우려했던 것과 달리, 이날 모임은 성황리에 진행됐다.

"2030세대는 어리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세대와 어울리는 게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마련이죠. 아마 지금까지 조합원 모임에 2030 참석률이 낮았다면 그 탓일 겁니다. 처음엔 이렇게 가볍게 서로 겪는 일들을 얘기하면서 정기적으로 만나다 보면,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프레시안 편집국과 함께 시너지를 낼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해요."

좋은 얘기만 배가 부르게 들었다. 날카로운 비판도 부탁했다.

"아마 다른 조합원들도 많이 지적하는 부분일 텐데요.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은 조합원들 간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바쁘시겠지만 직원 조합원분들도 조합원 모임에 자주 나와서 다른 소비자 조합원과 호흡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프레시안이라는 협동조합이 잘 굴러갈 거라고 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프레시안 전 조합원에게도 "힘내자"고 당부했다. 이는 불안한 청년 세대인 자신에게 던지는 당부이기도 했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으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는데, 모든 조합원들이 어떤 작은 흐름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같이 걸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힘드신 일이 많겠지만, 다함께 참고 견디면서 좋은 언론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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