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3월 국회가 감사를 청구한 이후 1년을 끌어온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에 관한 감사원 감사가 종결됐다.
감사원은 12일 "지난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의 론스타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인정은 불법"이라며 '금융감독위원회에 재심의'토록 통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감사원은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에게 헐값매각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토록 요구하는 한편 외환은행 매각 협상 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키로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양천식 당시 금감위 상임위원, 김석동 당시 감독정책1국장 등 책임있는 정부당국자들에 대해선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한도초과보유 승인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적시하면서도 "주의를 촉구한다"는 솜방망이 조치에 그쳤다.
또한 이날 감사원의 모든 '권유' 조치는 강제성이 없는 것이라 결국 공은 금감위로 다시 넘어가는 데 그치게 됐다.
"재경부가 막후에서 조정하고 관여"
지난 1년간 감사원의 감사는 △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주식 지분 매각 사항 △ 외환은행 주식취득관련 금감위(금감원) 및 재경부의 승인결정사항 △ 매각의 주요 근거로 금감원이 제시한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 추정한 추가충당금 적립규모 및 그 추정근거의 적절성 관련사항에 집중됐다.
이에 대해 감사한 감사원은 "당시 외환은행은 영업력 확대와 적정 BIS비율 유지 등을 위해 어느 정도 자본 확충의 필요성은 있었으나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매각할 만큼 잠재부실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정리했다.
이는 "지금 돌이켜 보면 몇몇 절차적 문제점은 있지만 매각 자체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감사원은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 등 공공기관이 외환은행의 대주주이고 사실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인 점을 고려하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매각이 추진되는 게 타당하다"며 "하지만 재경부(변양호 금융정책국장)에서는 이강원 행장 등 당시 외환은행의 소수 경영진이 론스타와 수의계약방식으로 비밀리에 협상을 추진하는 것을 용인하고 막후에서는 이를 조정·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감사원은 "이강원 전 행장 등은 외환은행의 매각가격을 낮추어 론스타가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재경부·금감위 등 관계기관에는 외자유치(경영권 매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외환은행의 자산가치를 일부러 낮게 조정했다"며 "이를 토대로 매각협상기준가격이 부당하게 낮게 산정되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론스타와 가격협상이 이루어지고 원칙적으로 은행 인수자격이 없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되게 하는 원인이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이같은 지적은 사실상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내용들이다.
지적은 추상같이, 조치는 애매하게
외환은행 매각 과정의 위법, 불법 사항을 지적하는 데는 추상 같은 감사원이지만 '조치할 사항'으로 적시한 것들은 애매하기 짝이 없었다.
감사원은 재경부 장관과 금감위 위원장에게 "관련자들에게는 주의를 촉구한다"는 데 그쳤다.
또한 감사원은 금감위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처분은 잘못이라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법에 위법한 승인처분은 반드시 취소해야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현재 위와 관련하여 이강원·변양호 등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그 유무죄 등 귀추여부에 따라서 관련 여러 법익의 보호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발을 뺐다.
결국 감사원은 "론스타에 부여된 승인처분의 하자를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해결할지 여부는 금감위가 위 재판진행상황과 함께 취소의 실익 및 그 파급효과, 취소 이외에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의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감사 결과문을 마무리 지었다.
한마디로 말해 '금감원이 알아서 하라는 것'. 금감위 측은 "이강원, 변양호에 대한 재판이 어차피 대법원까지 갈 것이니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 매각처분이 취소되느냐 마느냐 여부는 다시 '2차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됐다.
경각심 과연 고취될까?
한편 이날 감사원은 "금번 감사가 금융관련 정책의 수립 및 집행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관련기관 및 공무원들도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맡은 바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필요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도 엄정한 법질서가 확립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문제 있다'고 지적한 양천식 전 금감위원은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수출입은행장으로 영전했고 김석동 전 금감위 국장은 금감위 부위원장, 재경부 1차관으로 승승장구 했을 뿐더러 이번 감사로도 실질적 불이익을 얻을 것은 전혀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감사원 말대로 '공무원들의 경각심이 고취'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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