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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 맞서는 '떡집 협동조합'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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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 맞서는 '떡집 협동조합' 만들 겁니다"

[이 주의 조합원] 영업 사원에서 떡 방앗간 주인된 천정수 씨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인 천정수(36) 씨는 생리대를 파는 영업직 사원이다. 오전에는 회사 대리점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롯데마트나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를 방문한다.

 

'이 주의 조합원' 코너를 위해 무작위로 전화를 돌린 끝에 연락이 닿은 그는 공교롭게도 요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10년 차 영업 사원인 그가 이번 달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고모부께 작은 사업을 인수할 예정이다. 

 

이번 달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회사에 남아있다는 그에게 남성으로서 여성용품을 팔기에 애로사항이 없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처음엔 생소할 수 있죠. 제3자가 남자가 그런 거 한다고 막 그렇게 봐요"라고 했다. "여성용품을 관할하는 영업 담당자들이 남성이고, 대리점주도 다 남성이라 상관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처음 선택한 직종이 영업직이었던 천 씨는 영업 사원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일주일 단위로 매출 보고를 하는데, 매출에 대한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고 했다. "육체적인 노동 강도는 덜한데, 정신적인 노동 강도는 아… 정말. 위에 팀장님들은 탈모로 머리가 한 번씩 빠질 정도예요." 

 

다만 남양유업 사태처럼 '밀어내기'는 없다고 했다. 일등 브랜드쯤 돼야 대기업과 대리점 사이에 갑을관계가 생기는데, 중소 브랜드에서는 상황이 역전된다고 했다. "다른 수많은 대체 상품 중에 하나가 우리 상품이거든요. '푸시'가 안 되니, 대리점 사장님들에게 손이 발이 될 정도로 빈다는 표현도 가능하죠."

 

생리대 영업 사원에서 떡 방앗간 주인으로   

 

매출 스트레스와 불안정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천 씨에게 마침 떡 방앗간을 인수할 기회가 왔다. 그는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주저 없이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요즘 그는 기술을 전수받느라 바쁘다. 떡도 만들고, 미숫가루도 빻고, 참기름도 내리고 볶기도 한다.

 

예전부터 건강식품,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특히 투박한 전통식 떡 제조 방식에 꽂혔다고 했다. 우리 음식이면서 화학조미료가 덜 들어갈 좋은 음식이 밀가루보다는 쌀이라고 생각했고, 쌀 가공식품 중에 떡이 눈에 들어왔다.

 

"방앗간이 좋은 게 뭐냐면, 손님들이 쌀을 불려오거나 쑥을 담아 오세요. 어르신들이 재료를 다 가지고 오면 방앗간에서 빻아주고, 삶아서 가공해주거든요. 내 가족이 먹을 것만큼은 어떻게 나오는지 직접 보겠다는 분들이에요. 제가 정직하고 깔끔하게 위생적으로 만들어드리면 손님이 만족하시는 데서 오는 뿌듯함이 있어요." 

 

정직하게 일하고 적절한 수입을 얻고 싶다는 '욕심'도 꾸밈없이 밝혔다. "떡 방앗간을 해도 솔직히 직장 생활 때보다는 더 돈을 벌고 싶습니다. (하하하.)" 

 

"대형 프랜차이즈 맞선 '떡 방앗간 협동조합' 만드는 게 꿈"

 

천정수 씨가 프레시안과 인연을 맺었을 때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그는 기사를 보면서 "어디에 치우치지 않고 민주당이 못하면 민주당을 질타하고 한나라당이 못하면 한나라당을 질타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이후 바로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처음에는 "(프레시안이) 바른 말만 하다보니 정권이 바뀌면서 좀 그런 게 있다 보니까, 후원의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어느덧 그는 '열성 조합원'이 됐다. 지금은 지역 조합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른 조합원들과의 연락을 담당하고 있다.
 
프레시안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엮인 인연은 그의 사업 구상에도 영향을 줬다. 그의 꿈은 대형 떡 프랜차이즈에 대응하는 '떡 방앗간 협동조합'을 꾸리는 것이다. 

 

"대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가 동네 빵집을 다 잡아먹는 것처럼, 떡 업계에도 큰 브랜드들이 있거든요. 떡 프랜차이즈 지점들이 하나씩 들어오다 보니 전통 방식으로 떡을 만드는 방앗간도 자꾸 사라져요. 제가 프레시안에서도 조합원을 하고 있지만, 더 공부해서 지역에 '떡 방앗간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같이 할 수 있는 걸 해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프레시안>에 대해 "지금처럼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잘한 것은 잘했다고, 못한 건 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언로를 걸어달라"면서도 "문화 쪽도 조금 강화해줬으면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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