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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의 경제학…남북교역 차단, 南소비자에 고통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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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의 경제학…남북교역 차단, 南소비자에 고통 전가

[한반도 브리핑] '동북경제권' 탄생과 한반도 질서 전환

북중관계가 한반도 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 크게 보면 한반도 질서 형성에서 중국 변수의 위상, 역할, 그리고 비중이 달라졌다. 글로벌 정치·경제에서 부상한 G2 시대의 동북아적 반영이다.

지역적으로는 중국의 동북 3성 경제가 부상하고 있고 북한은 원자재, 노동력, 그리고 물류 분야를 중심으로 이들 경제권에 편입되고 있다. 필자는 이를 동북경제권으로 규정한다. 이념외교의 비뚤어진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흐름이다. 거대한 전환이다.

동북경제권은 북핵 문제의 해법에도 영향을 미치며 '북한을 잃은 한국의 퇴행'으로 그 부상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동북경제권

중국의 동북 3성 경제와 북한의 만남, 즉 동북경제권은 이미 형성되어 있다. 동북 3성은 중국의 소비재와 생산재를 북한으로 공급하는 거점이다. 과거 보따리 무역에서 최근에는 광물 자원에 대한 투자 형식으로 꾸준하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동북경제권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2009년 하반기 이후 중국의 대북 정책이 '변화'보다는 '지속'으로 정리되고, 양국의 전략적 동맹관계가 재구축되면서, 동북경제권은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졌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동북 3성의 경제발전이다. 그리고 중국 중앙 정부 차원의 동북진흥계획이다. 오랫동안 중화학 공업 지역으로 남아 낙후지역이었던 이곳에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철도망(동변도 철도)이 형성되고, '장길도 개발 계획'처럼 본격적인 지역 발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2009년 8월 중국 국무원의 비준을 받은 '장길도 계획'은 훈춘을 창구로, 연길-용정-도문을 최전방으로, 장춘-길림을 엔진으로 동북 후배지를 버팀목으로 한다는 구상이다. 8대 중점 공정에는 두만강 지역 국제무역지대 건설, 장길도 국제 내륙항구, 현대적인 물류 지역 건설 등이 들어가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물류망 구축 사업에 대한 강조다. 동북 3성 발전의 장애물은 자체적인 출해(出海) 통로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북한과의 물류망 연계 사업이 중요하다.

훈춘은 대련에서 올라오는 동변도 철도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제 훈춘-나진 도로를 통해 나진항이라는 동해 출로를 확보했다. 조만간 청진이나 함흥, 그리고 단천항 개발 사업도 논의될 것이다. 이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에 평안북도와 함경남도 당 비서가 수행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안북도는 앞으로 신압록강 다리가 이어줄 단동-신의주 경제연계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면 왜 함경북도가 아니라, 함경남도 당 비서인가? 추측 건데, 함경북도는 이미 라진·선봉 특별시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움직임이 활발한 대풍국제그룹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대남 총책인 통일선전부장이면서 대풍국제그룹 이사장인 김양건을 통해 달라진 한반도 질서를 엿볼 수 있다. 남북관계가 끊어진 상태에서 통전부장이 할 일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는 대풍국제그룹의 이사장 역할에 전념할 것이다. 김양건 이사장은 당 국제부장직을 수행했던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면담에 배석했다.

함경남도 당 비서가 따라 간 것은 북중 경제협력의 지역적 범위가 좀 더 넓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 동북 3성의 도로와 철도 물류망은 이제 북한의 무연탄, 철광석을 비롯한 광물 자원의 안정적 운송 체계로 기능할 것이다.

▲ 지난 3-7일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기업체를 방문해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사진을 10일 보도하며 정확한 촬영 날짜와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위안화 경제권으로 편입되는 북한

북중 경제협력은 단순히 중국의 대북 지원이 아니다. 양국의 호혜적 이익을 직시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국의 대북지원 규모가 얼마니 하는데, 그런 과거의 시각으로 현재의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동북 3성의 필요에 따라, 북한과의 인프라 연계망이 구축되고 있다. 북한 역시 남쪽으로의 문이 닫힌 상황에서 유일하게 열려 있는 중국의 동북경제로 편입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경제협력은 수준과 단계가 있다. 중국 기업이 북한의 광물 자원을 수입할 때, 개혁·개방 여부는 부차적이다. 가격이 중요할 뿐이다.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위탁가공도 마찬가지다. 노동 조건이나 노동 시장은 직접투자 상황에서 경영권을 행사할 때 필요한 개념이다. 남북 위탁가공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가공비가 싸고 불량률이 낮으면 가능하다. 나진항을 비롯한 항만 사용이나 광물 자원 운송에 필요한 물류망 구축 사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앞으로 북한이 국제 경제 체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려면 당연히 개혁·개방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경제발전 수준에서는 중국의 원자재 공급 기지가 되고, 낮은 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 기지가 되며, 그리고 물류연계망을 구축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위안화 경제권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방중을 전후로 해서 동북 3성의 변경무역에서 위안화 결제가 다시 재개되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차 핵실험 직후 위안화 결제를 중단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위안화 결제가 결코 북한에만 유리한 조치는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환율 변동과 관계없이 북한과 안정적으로 경제협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개성공단과 비교해 보자. 우리가 임금을 달러로 지불할 때, 북한 당국은 그것을 공식 환율을 적용해 북한 원화로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한다. 달러에서 북한 원화로 환전할 때, 환차가 발생한다. 지불되는 임금의 가치와 지급받는 임금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 기업은 거래시 다른 화폐로 바꾸지 않고 위안화를 바로 내면 되기 때문에 국제적인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 이미 북한 시장에서 위안화 결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위안화 경제권 편입은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산으로 둔갑할 북한산 바지락의 운명

동북경제권의 활성화는 또한 이명박 정부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남쪽과 협력하는 문이 닫혔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기업이 공들여 교육하고 육성시킨 북한의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남북 소프트웨어 협력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위기 속에서도 꾸준하게 버티고 있는 위탁가공의 운명도 두고 볼 일이다.

이제 남북관계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개성공단과 약간의 위탁가공, 그리고 교역이다. 2009년 기준으로 남북교역은 전년대비 8% 감소했다. 남북관계 수준에 비추어 보면 놀랄만한 '선방'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통계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남북 경제협력이 얼마나 위기를 겪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올 3월을 기준으로 전체 남북교역에서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63%다. 개성공단의 경우, 우리기업들이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들이 들어가는 것이 반출이고, 조립·생산해서 들여오는 것이 반입이다.

엄밀하게 보면, 그것은 남북교역이 아니다. 북한에 떨어지는 것은 임금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들어갈 때 한번, 나올 때 또 한 번 그렇게 교역 통계에서 중복 계산되고 있다. 개성공단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탁가공이나 일반 교역이 축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업적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농수산물이다. 천안함 사고 이후 거론되고 있는 정부의 방침을 고려하면, 이 또한 줄어들 것이다. 정부는 주로 농수산물에 해당되는 채취 산업 중 북한 군부의 무역기관들이 개입된 곳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아는가? 그것이 제 발등을 찍는 일인지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현재 국내 바지락 시장에서 북한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른다. 최근 남측 서해에서 바지락 채취가 많이 줄었고, 환경 악화로 폐사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북한에 고통을 주기 위해 바지락 반입을 금지시키면 어떻게 될까? 북한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에 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중국, 특히 심양이나 대련의 수산물 중계업자들이 북한산을 수입해 남한으로 팔면 된다.

북한산이 중국산이 되면, 남한으로 들어올 때 가격이 올라간다. 북한산은 민족 내부 거래이기 때문에 관세를 물지 않지만 중국산이 되면 관세를 물기 때문이다. 남북 교역이 이루어진 이후 중국산 농수산물이 별의 별 편법을 써서 북한산으로 둔갑하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무관세 혜택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 북한산이 중국산이 된다.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관세를 물어야 한다. 결국 국내 바지락의 가격만 올라간다.

북한은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중국의 무역업자들은 예상치 않은 중개업으로 호황을 누릴 것이다. 유일하게 고통 받는 사람은 남한의 소비자들뿐이다. 현재 남북 농수산물 교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마늘, 버섯, 조개, 새우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고통을 주는 조치가 사실은 자기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동북경제권이 몰고 올 질서 변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이제 무의미하다. 북한의 대외 무역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협력이 확대되는 한 다른 모든 문이 닫혀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

중국은 동북 3성의 경제발전을 위해 북한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북중 경제협력을 통해 '중국식 북핵 해법'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제재가 아니라 협력을 선택했다. G2 시대에 미국 역시 중국식 해법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도 국제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 국내적 범위를 벗어나면 통하지 않는다. 한중관계의 위기는 봉합되었지만, 대북 접근법의 근본적 차이가 존재하는 한 갈등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대북 강경 정책은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한반도 질서의 거대한 전환이 시작되었다. 이념 놀음에 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현실이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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