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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 업체 "박희태 대표, 양심 있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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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 업체 "박희태 대표, 양심 있는지 답답하다"

"MB정부, '시간은 우리편'이라고? 나이브해"

"한사람만 제대로 생각하면 되는 건데 한사람이 생각을 못바꿔서 대한민국이 풍랑을 겪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 섬유 업체 대표가 내놓은 푸념이다. 그는 "한나라당 대표가 개성공단 같은 공단이 남한에 수백개 있다는 말을 공개된 방송에서 했는데 양심이 있고 소명의식이 있는지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개성 관광 등을 중단한 데 이어 개성 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민주당 이미경 의원 등이 27일 주최한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한 의류업체 사장은 "한나라당의 많은 사람들이 개성공단 사업이 좌편향된 전 정부에 협조적이었던 중소기업이 애시당초 경제성이 별반 없는 사업에 많은 특혜를 준 것이고 지금도 정부를 골치 아프게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오해를 어떻게 불식시키는지가 관건이다"고 토로했다.

개성공단 기업협의회 유창근 부회장도 "어제 밤 늦게 까지 외신 기자들 전화를 받고 인터뷰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개성공단을 언제 닫느냐는 쪽으로 포커스를 몰아가고 있다"며 "무슨 (정치적) 시나리오가 있는지 의구심으로 혼란스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 식품업체 대표는 "북측 자존심 세지 않느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으로 봤을 때 역지사지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덧붙여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우리가 법률적 손질을 하고 공무원들에게 인식시켜서 민족 내부 거래이기 때문에 통관 절차 등을 간소화시켜야 한다"며 3통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정경분리 원칙 지켜져야

유 부회장은 "지난 24일 북측 사람을 만났는데 '남쪽 중소기업인들이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 매우 유감스럽지만 기업에 대해서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그 쪽에서도 말했다"며 "법률적으로 남이나 북이나 정경분리를 다 보장했는데 법을 만든 사람들이 말을 바꾼다.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을 왜 정치권은 존중해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발제자로 참석한 전현준 통일연구원 상임연구위원도 "북한 미사일 발사 등 군사 갈등이 일어났을 때 비정치, 비군사 분야인 경제 분야에서 교류협력이 지속돼 왔고 이는 남북간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 때마다 긴장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고 정경 분리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대만을 두고 '차이완' 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로 적대국가고 국공 내전 등을 겪고 미사일이 왔다갔다 하는 등 서로 적대국가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계속 경제 협력을 하고 대만 기업인들이 중국 관동성 등에 수십만명이 살기도 한다"며 "차이완이 우리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부회장은 "남북한 경제 발전 위한 공감대 형성 및 상생 개발 협력 방안으로 KDI(한국개발연구원) 같은 기구와 협의체를 개성에 마련하는 식으로 정부가 대화 제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대북 정책 전환이 문제

유 부회장은 "신정부가 상생과 공영을 외치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상생 공영을 향한 중간 과정이 없다는 게 아쉽다"며 "신정부가 북한이 경제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나이브한(순진한) 의식을 갖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당국에서 나온 간부가 진정성을 가져달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 에디터는 "이명박 대북 정책이 문제 때문에 생긴 일이기 때문에 대안도 거기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도 개성공단 중단을 압박 카드로 꺼낸 적이 있지만 결국 믿은대로 되지 않았고 오히려 북측이 이를 학습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개성공단 폐쇄 위기)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생과 공영을 대북정책의 목표로 삼으면서도 대북지원 중단, 압박 등의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됐다"며 "목표와 수단이 전도된 혼선은 '비핵·개방·3000'과 같은 허황된 비전으로 귀결되거나 개성공단이라는 실질적 이익 사업을 상생모델의 성과로 북측이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 위에 떠 있는 오리가 아무것도 안하면서 떠 있을 줄 아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인식"이라며 "남북관계는 노력의 결과지 가만히 기다리고 안주하면 지금과 같은 상태에 이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남북 대화와 협력이 끊임없이 전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는 '여야관계'처럼해야 개성공단도 문제 없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지금 '정상 합의도 안지키는 데 무슨 신뢰냐'하는 식이다"라며 6.15, 10.4 선언 계승을 강조하며 남북 관계에 대한 보다 유연한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남북관계에서 이익만 보려고 할 수 없다. 외교에서는 전략적 이익을 위해서 뿐 아니라 전략적 손실을 막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 우리는 '이런 못된 놈들 차제에 버릇을 들여야 하겠다'는 식으로 기다리겠다고 한다"며 "국제정세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데 우리의 외교적 위치는 어떻게 되느냐"고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기싸움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남쪽의 태도를 보면 우리가 돌아서야 하지만 아량을 베풀기로 했다'면서 입장을 바꾼다. 이것이 상황의 주도권을 북한이 가져가는 이유"라며 "그런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관계를 갑과 을의 관계로 보지 말고 여야 관계 수준에서 관리하는 쪽으로 정치권 논의, 정책 조정이 돼야 개성공단도 걱정 없다"고 충고를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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